[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48 과학과 예술이 된 요리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저자 : 줄리언 반스 / 출판사 : 다산책방/ 정가 : 14,500원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인 시대다. 작가 유시민은 가사노동 중에서 유일하게 창의적인 일이 요리라고 했다. 단순노동이 대부분인 집안일, 그래서 더 힘들고 지겨운데, 적어도 주방에서만큼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해주는 걸 받아 먹어만 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요리가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를. 또 그렇게 힘들게 탄생시킨 요리가 항상 맛있는 건 아니라는 걸.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은 이해 못한다. 요리는 정교한 과학이고 독창적인 예술이라는 사실을. 바깥일밖에 못하면서 음식 타박하는 사람들(요즘 그런 간 큰 남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이여. 정교하고 섬세한 손길로 예술을 하고 있는 주방의 아마추어 세프들에게 찬사를 보내시라!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의 작가 줄리언 반스, 뒤늦게 요리를 배우면서 경험한 놀라운 일들과 요리책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에세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에서 낱낱이 공개한다. ‘레시피대로’ 하면 맛있는 음식이 될 거라는
[용인신문] 그는 키가 크다. 그의 어깨는 늠름하다. 그의 손바닥은 넓다. 그는 멀리 있어 내가 잡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늘 내 곁에 있다. 나는 매일 그를 본다. 나의 사랑하는 개오동나무. 처음에 나는 그의 이름을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히 바라보기만 했다. 달리 볼 것이 없었으므로. 나는 친정언니들이 사는 평촌에서 오래 살았다. 언니들 근처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막내인 내게 언니들은 김치도 담아주고 반찬도 해주고 애들도 돌봐주었다. 용인으로 이사 온 후 언니들과 밥 먹고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던 일상들이 사라졌다. 마치 언니들이 나를 따돌리고 저들끼리만 극장에 갔던 어린 날처럼 나는 버려진 것 같았다. 나는 매일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가 다가왔다. 거기 아름다운 나의 개오동나무. 나의 개오동나무가 살랑거리기 시작하면 봄이 무성해지고 나의 일상도 기지개를 켠다. 그는 나를 다 안다. 내가 언제 일어나 커튼을 여는지. 누구의 전화를 받고 무슨 책을 읽는지, 오늘은 공원을 몇 바퀴 걸었는지, 왜 밤을 지새우는지....... 나의 개오동나무는 산길 입구에 서서 모든 계절을 다 지켜본다. 초봄에 산수유와 목련이 피고, 오솔길에
[용인신문]인구 100만 명을 넘어선 용인시가 행정과 문화의 중심 도시가 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용인시는 아주 짧은 기간에 성장과 팽창을 거듭해 왔다. 도농복합시라는 특수한 형태로 급성장했지만 도시발전 속도나 외형만 놓고 본다면 전혀 손색없는 신도시급 모델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교통문제와 부동산 가격에 따라 도시의 선호도가 바뀌었다. 서울 인근 위성도시에 대한 선호도 패러다임이 변화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젠 도시의 경계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생활권이 직장과 주거지 보다는 소비문화공간에 따라 이동하는 추세다. 과거처럼 태어난 곳에서 한평생 뿌리내린 채 실길 기대하긴 무의미한 시대다.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과 용인, 용인과 수원은 짧은 거리임에도 보이지 않는 큰 경계가 있어 보였다. 기자가 초·중·고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공부 좀 했거나 집안에 돈이 있으면 고등학교를 수원으로 유학 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용인 지역사회에서는 출신 고등학교가 어디냐에 따라 출세의 지름길이 좌우되기도 했다. 결국 지역사회의 속을 들여다보면 파벌과 반목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공직사회에서는 출신지역과 학교가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되어 암암리에 세
‘오리 주물럭’ 착한 가격 온 가족 몸보신 딱이네 [용인신문]습하고 더운 여름 불쾌지수 올라가는 날들이라 보양식과 시원한 음식만 찾는 요즘. 오늘은 착한 가격에 온 가족 나들이와 몸보신을 함께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식당이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멀지 않은 용인 지곡동에 위치해 있는 ‘황금 오리’는 유명한 인기 맛집 ‘물레 방아’와 ‘몽키그릴’근처입니다. 오리 주물럭 전문점인데 다른 곳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 없이 온 가족 몸보신하기 좋은 곳이에요. 주차장은 넓은 편이라 쉽게 주차가 가능하구요, 매장 앞에 커다란 간이 풀장이 놓여 있어 여름철에 물놀이를 겸한 가족 나들이로 좋겠더라구요. 입구에는 피크타임에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의자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어요. 방문했을 때는 매장 안에 손님은 가득했지만 다행히 웨이팅 없이 식사했습니다. 내부는 상당히 넓고 개별 룸이 따로 있음직한데 아쉽게 없네요.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건 ‘황금 오리’의 시그니처인 커다란 돌판이에요. 테이블마다 구비되어 있고, 가만히 살펴보니 기름이 저절로 흘러내려 담백한 오리 주물럭을 맛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메뉴는 딱 두 가지 오리 로스와, 오리 양념. 처음 방문이라 오
[용인신문]중국 남북조시대 송나라 유의경이 쓴 세설신어(世說新語)에는 61개 항목에 달하는 조롱과 조소를 통해 세상을 풍자해 놓은 배조(排調)편에 맹인할마(盲人瞎馬)의 고사가 있다. 하루는 죽림칠현을 흠모한다는 세명의 녹림처사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게 뭘까”라며 저들끼리 되도 안 되는 말을 해대며 박장대소하고 있는 것이다. 환현군(桓玄君)이 “창끝으로 쌀을 일어 칼끝으로 불을 때는 것”이라며 낄낄거리니, 은중감(殷仲堪)이 말을 되받으며 “백세가 된 노인이 고목나무 가지에 오르는 것이야 말로 더 위험하다”한다. 고개지(顧愷之)가 손사래를 치면서 “다 틀렸어. 우물 난간 두레박 위에 갓난아기가 누워있는 것보다 더 위험하랴” 순간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고 있으니 은종감의 시종이 끼어들면서 한다는 말이 “고수가(장님) 한밤중에애꾸눈말을타고깊은못가를지나가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라고. 맹인할마(盲人瞎馬)가 주는 교훈은 하나다. 능력이 안 되는 자가 높은 자리 꿰차고 앉는 그것이 위험하다는 말이다. 일찍이 선조 때 좌의정을 지낸 정유길은 근사록을 진강하면서 말한다. 학술이 있으면서도 물러간 사람이란 이황(李滉)을 가리키고<有學術而退去者 指李滉>,
[용인신문]
[용인신문]수원지방법원과 수원고등법원의 광교시대 개막 이후 수원지법 ‘용인지원’ 신설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용인지역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용인지원 설치를 통해 사법서비스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법서비스도 지방자치단체의 일반 행정서비스처럼 가까운 곳에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무부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원지법이 인구 밀집 지역인 용인 수지구와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용인지역 조동희 법무사는 “용인시와 면적이 비슷한 서울시에만 무려 6개의 지방법원이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 하겠냐”며 반박했다. 현재 용인시에는 3000만 원 이하의 소액이나 협의·조정 이혼 등의 작은 재판만 가능한 ‘용인시법원’만 있다.용인시법원 업무량은 연간 2만여 건 이상으로 전국 1,2위 수준이다. 따라서 용인시법원을 폐지하고 용인지원을 신설해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민기(민주당·용인을) 의원은 이미 2016년도에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전국 18개의 지방법원 본원과 40개의 지원 중 본원 관할
[용인신문]‘봉오동 전투의 전설’ 홍범도 장군(1868~1943)이 영화와 대규모 음악극으로 부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용인신문은 지난 2월1일부터 9일까지 ‘3.1운동 ·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항일운동가인 홍범도 장군이 잠들어있는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의 묘역과 홍범도 거리를 취재해 보도한바 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방문시 카자흐스탄 정부와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을 협의해 눈길을 끌었다. 잇따라 문화예술계에서도 홍범도 장군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됐다. 먼저 영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는 출신 지역도, 계층도, 성별도 다르지만 오로지 조국 독립이라는 대의로 하나 된 사람들, 어제 농민이었지만 오늘 독립군이 돼 한마음 한뜻으로 싸우는 이들의 강인한 모습을 담고 있다. 비범한 칼솜씨의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유해진)은 나라를 뺏긴 울분을 담아 일본군을 가차 없이 베어버린다.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는 냉철한 이성과 빠른 발로 작전을 진두지휘하며 카리스마를 뽐낸다. 마적 출신 저격수 마병구(조우진)는 생존을 위해 체득한 사격 실
그리움, 그 뻔한 것에 대해 차주일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멈춰 서면 뒤돌아보는 시야만큼 공간이 생겨난다. 부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만큼 팽창하는 영토. 자신을 발견 할 수 있는 유배지. 외곽을 허물어놓고도 자신만 탈출하지 못하는 누구도 입장 할 수 없는 성역에 과거로 얼굴을 펼치고 미래로 표정을 그리는 사람은 쉬이 눈에 띄었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내 마지막 표정이 생각나지 않아 내 얼굴에 무표정이 머문다 무표정이 진심이라는 풍문이 떠돈다. 차주일의 시 속에 출현하는 무표정은 수많은 표정을 숨기고 있는 무표정이다. 그리움과 미련을, 사랑과 파탄을, 삶과 질곡을, 절망과 나락을, 분노와 결기를 안으로 잠근 묵묵한 표정이 그의‘무표정’인 바, 그러므로 무표정이 진심이라고 노래 한다. 무표정은 이 시편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비의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는 마음의 소리다.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거나 그리운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일 것이다. 그리움의 공간은 그리움으로 더욱 팽창하는 영토이거나 그리움으로 가는 유배지여서 탈출 하지 못한다. 그리움은 시간이 이루는 표정이어서 과거의 얼굴이거나 미래의 얼굴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시적 화자의 표정이 생각나지 않아 무표
[용인신문] 아파트 단지를 걸으면 짙푸른 녹음이 싱그럽다. 과천에서 용인으로 둥지를 튼 지 어느새 19년이 흘렀다. 가느다랗던 나무들이 나와 세월을 함께 하며 어깨가 넓은 나무가 되었다. 여름이면 전성기를 맞은 나무들이 이파리를 찰랑이며 그늘을 준다. 가끔은 단지와 연결되는 인근에 낮은 산을 오른다. 산행을 하다 보면 가까이에 00골프장 파란 잔디가 한눈에 들어온다. 필자는 금융업에서 일하다 IMF 때 퇴직했고, 그때부터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공이 잘 맞질 않고 힘만 들어가고 재미를 못 느꼈다. 작은애를 늦게 낳아서 뒷바라지 하느라 한동안 골프를 접었다가 몇 년 전에 다시 골프를 시작했다. 지금은 골프가 참 재미있다. 좋은 사람들과 라운딩을 하면 힐링도 되고 인생도 깊어지는 기분이 든다. 용인에는 골프장이 많다. 골퍼들의 천국이다. 필드엔 어쩌다 나가지만 연습장에 가서 한 볼 한 볼 신중하게 볼을 칠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있다. 공을 칠 때는 집중하게 되고 폼을 하나씩 가다듬고 볼을 쳤을 때 거리감이 늘면 성취감이 있다. 자식과 골프는 내 맘대로 안 된다고 어느 재벌 총수도 얘기했듯 골프는 실력을 연마해도 그날 컨디션이 안 좋으면 멘탈이 붕괴되고 볼
[용인신문] 정대재는 덕선(德先), 욱선(勖先), 각선(覺先), 혁선(赫先) 등 네 아들을 두었다. 그 셋째 아들이 소릉야로의 두보를 존경하여 호를 두릉(杜陵)으로 했다는 정각선(鄭覺先)이다. 그는 42세에 등과한 것으로 보아 그리 현달한 인물은 아닌듯하다. 그는 66세 나주목사(羅州牧使)를 끝으로 고향인 홍성(洪城) 오서산 자락에 초막을 짓고 두릉만필(杜陵漫筆) 제하의 필기잡록을 쓰면서 생을 마감한 인물인데 그에게 가끔 찾아오는 오서산(烏棲山) 승려들 중에 설오(雪悟)가 있었다. 하루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슬며시 묻는다. 스님께서는 집안 걱정이나 자식 걱정 따위는 없겠구려? 설오 답하길, 저는 올해 일흔 셋입니다. 눈은 어둡고 귀는 먹었고, 몸뚱이는 토목형상의 뼈다귀뿐이니 내 몸이지만 이미 내 것이 아닌 지경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대감께서는 전생의 덕을 받은 탓에 금세에 복과 녹을 누리고 계십니다. 정각선필기잡록 두릉만필<杜陵漫筆 卷2>두릉이 제일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30년 가까이 나라의 녹을 먹으면서 혹여라도 백성들에게 패악을 저지르지나 않았나를 근심 했다한다. 지금 서울 장안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로 뚫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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