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낚다 박이도 언제부터였는지 등에 들메어진 괴나리봇짐이 버거웠구나 차면 비우고 또 차면 비워내며 달려온 한 세월 무엇을 그리 많이 짊어졌는지 한적한 물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다 오늘은 다 내려놓고, 고독의 정체를 명상하자 물안개 피어오르는 수초에 붙어 꼼짝 않는 잠자리도 보인다 첨벙 뛰어드는 개구리 한바탕 저들의 합창이 시작되려나 살랑대는 미풍이 내 귓가를 맴도는구나. 박이도는 1938년 평북 선천에서 태어나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의 시에는 비의가 없다. 상징이나 알레고리나 은유도 보이지 않는다. 일상어로 쉽게 읽히는 시를 써왔다. 그것도 60여 년을 한결 같은 작업을 해온 것이다. 「고독을 낚다」 또한 잘 읽히고 이해하기 어려움이 없는 시다. 그가 등에 짊어지고 살아왔던 세월의 무게를 결코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란 속에 남쪽으로 내려와 정착하는 과정의 신산함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제 8순에 이른 그가 그 등짐을 다 벗어버리고 한적한 물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 것이다. 그 풍경만으로 사는 일이 족하다. 그는 지금 행복한 고독을 낚고 있는 것이다. 물가에 등장하는 잠자리나
[용인신문]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이후 가장 중요한 방역의 핵심 세 가지로는 마스크 쓰기, 서로 서로 거리두기, 손 잘 씻기 등으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에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3가지 핵심 방역 수칙처럼 성경은 우리의 마음을 지키는 3가지 방법을 말해주고 있다. 첫 번째는 ‘염려하지 않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걱정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한다고 우리의 삶이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니 젤린스키는 그의 책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인간의 염려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통계를 적고 있다. “우리 인간이 갖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우리 인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아주 사소한 고민이다. 나머지 걱정의 4%는 우리가 바꿔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며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라고. 결국 한마디로 걱정이라는 것은 100%가 쓸데없다는 것이다. 예수께서도 생활의 염려가 우리 마음을 둔하게 한다고 말씀
[용인신문] 1991년 2월 15일. 딱 삼십 년 전, 그날은 눈이 참 많이 내렸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진천행 버스를 타고 무려 네 시간도 넘게 걸려 도착한 곳이 용인군 내사면(현재 양지면) 양지리. 그날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따라 내 인생의 첫 직장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물론 약속 시간보다 한참은 늦은 시간이었다. 첫 직장인 학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선생님들은 모두 퇴근한 뒤였다. 그날 밤 벌판을 가로지르는 칼바람을 피해 시골 중학교 숙직실에서 불편한 잠을 아주 달콤하게 잤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는 이리 오래도록 용인과 인연을 맺을 것이라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삼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용인과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행여 놓칠세라 더 꽉 움켜쥐고 있었는지도 모르리라. 이십 대의 청춘이 오십 대의 중년으로 멋지게 익어갈 수 있었던 터전이 바로 용인이었으니 말이다. 용인에 정착한 후 한 십 년쯤 지났을까. 시인이 되고 싶다던 청춘의 꿈이 점점 식어갈 때쯤 용인은 무심한 척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용인문학회와의 이십 년 동고동락. 그
때려 부수는 획일적 재개발 제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새롭게 변신 마을 정체성 살리는 똑똑한 개발 [용인신문] 현재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일원 제8구역 재개발사업지역에서는 건축물 철거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2007년 만들어진 ‘2020 도시주거환경정비주택’ 기본계획에 반영된 8곳 중 하나다. 당초 대상지는 처인구 4개동 일원으로 총 23만 9351㎡의 2500여 세대였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하락과 지가상승 등 사업성이 저하되고 ‘민민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제8구역외엔 사실상 모두 해제됐다. 게다가 용인시청 일원 역삼지구 개발이 10년 이상 미뤄 지면서 용인의 원(구)도심 주택지는 노후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처인 4개동 일원 원도심 지역의 재개발 희망은 이제 물거품이 된 것인가? 주택재개발을 주도해온 대형 건설사들은 아파트 공급과잉 현상과 부동산시장 눈치를 보면서 공시지가가 높은 구도심의 주택재개발사업을 꺼리고 있다. 사업부지 매입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계약을 했다가도 쉽게 포기한다. 설사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빨라야 15년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정책 중 재개발문제
[용인신문]
[용인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토부에 집값 안정을 주문하면서 도시재생 뉴딜사업 확대를 강조했다. 이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이후 40~50년이 지나면서 도시 노후화 현상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뉴시티를 비롯한 아파트 재개발사업이 뜨거운 감자가 된지도 오래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의 사회문제화로 갈등 양상도 심각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어원은 상류사회 계층인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되었다. 1964년 영국에서 특정 도시를 고급스럽게 변화시키는 젠트리파이(gentrify)과정에서 발생한 주거지의 고급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재생 과정에서 도시의 원주민들이 내몰리고 중산층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부정적인 말로 변용되어 쓰이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노후한 도시를 물리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까지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제는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도시의 활력을 되찾자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기존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부작용이 속출, 도시재생사업이 기존
무엇을 심어도 되겠지 심을 수 있는 마당 새로운 날씨가 된다면 새로운 곤충이 온다면 심을 수 있는 마당 돋아나는 나물을 심고 그 나물 속으로 내 발자국과 현기증이 들어간다 심을 수 있는 마당 내 방을 심고 우주본도 심었다 파헤쳤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계속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태운은 198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1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시인의 말에서 “시작, 하면 다들 흩어질 것이다/ 그래 흩어져서 각자 시를 써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무슨 일이었을까/ 그건 어떤 일이었는지/ 문득 의아해지고/ 그러니까 어떤 마음이 흘러가고 있었을까/ 어떤 풍경이// 거기서 다시 시작해보려고”라고 쓰고 있다. 흩어져서 각자 시를 쓸 것이지만 시를 쓴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어떤 마음이 흘러가는 것인지 의아해지지만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게 시라고 말하는 것이다. 시 쓰기의 지난함이 엿보이는 문장이다. 「심을 수 있는 마당」은 심리적 공간이다. 날씨도 심고 곤충도 심을 수 있는 마당이니 그 심리적 공간에 나물이 돋아나면 발자국과 현기증이 나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 공간에 화자의 방도 심고 우주본도 심었다 파헤칠
[용인신문] 노나라 25대 군주 소공은 19세에 권좌에 올랐으나 하는 짓마다 백성들 눈 밖에 났다. 결국 계손씨에게 쫓겨나 제나라로 도망하여 간신히 연명하던 어느 날 제나라 군주 경공이 찾아와 담소하던 중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소.”라고 물으니 소공이 “현자를 버리고 우자를 거뒀기 때문이지요”라며 “군주 노릇 할 때는 현자가 안 보였고, 모든 것을 잃고 나니 비로소 보이더군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쯤 듣고 나니 경공은 노나라 소공이 측은하기도 하고, 또 많이 깨달은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노나라로 돌려 보낼 요량으로 재상 안자에게 의향을 물으니 안자가 펄쩍 뛰면서 말한다. “본디 어리석은 자들은 일을 그르친 뒤에야 큰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마치 크게 깨달음이나 얻은 듯 그럴싸한 말들을 하곤 합니다. 권좌에 오르면 방탕 하느라 백성을 돌아보지 않으며 권좌를 잃으면 저 살 궁리하느라 또 백성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이런 자들은 다시 돌아간들 현군은커녕 뭔들 제대로 하기는 이미 글렀습니다”라고 반박했다. 재상 안자의 독설에 군주 경공은 노소공을 내쳐 결국 망명지의 객으로 생을 마감한다. 군주 노릇을 한다는 것은 제 한몸 살자고 호위호식
[용인신문] “6·25전쟁은 전쟁도 아니다”라는 유머 아닌 유머가 있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를 못하고, 확진자가 생기면 직장이고 사업장이고 모두 폐쇄조치를 한다. 밖에 나가면 불안해서 볼일도 채 못 보고 서둘러 돌아오는 이 사태는 정말 사변 중의 사변이라 할 수 있겠다.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지는 우리 장애인들의 상황은 더욱 안타까웠다. 공원에도 출입금지 줄을 쳐놓았다. 살다 살다 이런 경우를 만나다니 집에서도 소독은 필수, 밖에서 들어오면 현관에서 분무기 소독세례를 받아야 들어 올 수 있다. 그래도 연일 뉴스는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뇌 병변 편마비 장애인인 나는 의욕도 입맛도 없어져 굶기를 밥 먹듯 하며 어서 하늘나라로 갔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집에만 있으니 우울해져서 바람이라도 쐬러 가자는 가족들의 제의에 나가기 싫다고 주저앉는 나를 달래는 진풍경 속에 가족들도 지쳐가고 있었다. 나가도 불안하고 집에 있어도 답답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어이없는 현실을 이겨 나갈 길은 어려웠다. 마스크 잘 쓰고 집에 들어오면 손 잘 씻으면 괜찮다고 외출을 권하는 바람에 차를 이용해 산책했다. 더 힘
[용인신문] 필자는 신학생 시절부터 현장에서 교회를 섬기는 담임 목회자였다. 외조부, 외조모로부터 이어받은 기독교 집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친가는 철저한 유교 집안이었다. 그 갈등 속에서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이혼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정신적,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당했다.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려서부터 신앙심이 남달리 강하고 열정적이었다. 신학 과정을 공부한 후 현장 목회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전인적으로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정 사역, 목회 상담학, 치유신학 등을 공부하면서 직면한 성도들과 수많은 내담자의 숨겨진 깊은 상처들을 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이해와 공감과 자비의 사랑으로 그들을 섬기게 되었다. 마치 설교는 상수도와 같은 기능을 하였다. 구원받는 성도, 변화되는 성도, 치유되는 성도 등 많은 열매가 있었다. 동시에 가정 사역, 상담, 치유 등은 하수도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십 년이 훨씬 지난 어느 날 밤, 새벽 1시가 조금 지나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직감적으로 큰 사고가 났거나 심각한 상담 전화일 것으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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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 청려원 농장주 김영석 대표의 한숨 “지금 저는 숨을 못 쉴 정도로 아픕니다.” 인근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건강한 닭 16만여 마리를 눈앞에서 살처분해야 했던 농업회사법인 청려원 김영석(72세) 대표가 기자에게 쏟아낸 안타까운 절규다. 지난달 29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석천리 일원 청려원 농장. 눈 쌓인 농장 입구에 취재 차량을 세워놓고, 80여m 쯤 걸어 들어가자 대형 탑차가 농장 방역 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한파 속에도 햇살은 좋았지만, 살처분 소식을 들어서였는지 분위기는 적막하고 더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농장 입구의 사람에게 관계자를 찾으니 농장 안쪽의 사무실을 가르쳤다. 그곳엔 방역복을 입은 용인시 관계자가 나와 있었고, 40여m쯤 떨어진 계사 인근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한창 살처분이 진행 중처럼 보였으나 여느 살처분 현장과는 달리 고요했다. 잠시 후 농장주와 용인시 관계자들이 나오더니 기자에게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방역 문제 때문이라며, 바로 농장 입구 방역실로 안내했다. 기자를 안내한 사람이 바로 농장주 김영석 대표였다. 그가 바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AI 살처분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