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드디어 봄이 오고야 말았다. 거실에서 웅크리고 있던 화분들을 베란다로 내놓은 지 며칠이 지났다. 지난 2월에 입양해 온 제라늄은 꽃봉오리를 만들어냈고, 베고니아는 이름을 베순이라 지어주고 매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겨울을 두 번이나 지낸 호접난. 2년 전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스승의 날이라며 들고 온 화분을 용케 잘 살리고 있다. 남사에 있는 화훼단지에 다녀온 덕분이다. 시름시름 앓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는데 물주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 화분을 물에 담가놓는 방식으로 물을 줘야 하고, 여름에는 물을 많이 주면 안 된다는 조언이 있었다. 2월에 지인 덕분에 가게 된 남사. 이동저수지를 휘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겨울과 봄은 말로 하지 못할 만큼의 경이로 다가왔다. 그때, 남사의 들판에는 한가득 내려앉은 까마귀 떼가 장관이었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진위천이라고 쓰여 있는 천변은 산책로를 이쁘게 만들어놔서 언제라도 물새들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을 부른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남사화훼단지. 그곳에 가면 들판 곳곳에 비닐하우스 여러 동이 보인다. 그들은 꽃을 품고 있다. 화훼단지는 묘목도 많고, 가지가지 꽃들을 마련하기
[용인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확인되면서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처음엔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분야에 국한된 것처럼 보였지만,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부동산 적폐 청산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아울러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공공기관 스스로 직무윤리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공공기관의 공직윤리 확립 의지도 밝혔다. 문제는 이런 대책이 실현된다 해도 부동산 광풍이 휘몰아쳐 간 뒤에 내놓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것. LH 발 부동산 투기 파문은 현재까지 개발의 중심에 서 있는 용인시까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 편집자 주 - # SK와 원삼면 토지주들의 비명? 지난 2019년 3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원에 120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SK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전격 발표됐다.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부동산 시장이다. 발표 직후 3.3㎡당(1평) 100~200만 원대 수준으로 부동산 시장에 나와 있던 농지와 대지 급매물조차 한꺼번에 사라졌다. 공인중개사들이 나서서 매물을 모두 거둬들
[용인신문] 2019년 3월, 용인 처인구 원삼면에 SK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는 발표 직후 용인지역사회는 술렁거렸다. 땅 한 평 없는 일반 시민들까지 거리의 플래카드와 언론 홍보전에 엄청난 변화를 예감하기 시작했다. 실제 기자가 아는 몇몇 사람들과 일부 종중은 해당 용지 안과 밖에 많은 땅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농사꾼으로 평생 살다가 밀려나는 상황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무 정보도 없이, 혹은 개발정보 덕분에 투기성 농지를 취득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하루아침에 황무지 같은 자연녹지가 황금알을 낳는 땅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지가상승으로 인생전환을 꿈꾸고 있을 것이고, 이미 땅을 싸게 팔아넘긴 원주민들은 분노와 울화가 치밀어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 관련 없는 시민들조차 투기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불의와 불평등에 분노한다. 기자가 LH 사태로 주목하는 곳은 처인구다. 이곳은 용인지역이 수많은 개발로 호황을 누렸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여전하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이 폭등해도 신규 아파트 외엔 가격 상승 폭이 거의 없는 곳이다. 공시지가는 꾸준히 올라서 세금이야 올라가지만, 고급 아파트는 아예 없다. 대부분 농가 주택
사진을 사랑하시는 용인시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 한국환경사진협회 용인지회 입회원서 다운로드 받기
[용인신문] 용인시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경기도민체전 유치가 확정됐다. 아이러니하게도 110만 대도시에서 도민체전이 처음이다. 군 단위 시절엔 연속 7연패를 달성한 바 있고, 시 승격 후에도 2~3위권에 잇따라 오를 정도로 막강 체육 도시였다. 하지만 시 재정위기로 인한 직장 체육 경기부 해체 등 위기를 맞으며 잠시 주춤했다. 그래서 내년도 도민체전유치 확정은 체육계뿐만 아니라 시민들 역시 환영하는 바이다. 시와 체육회는 그동안 성남시와 유치경쟁을 벌였지만, 표결결과 30대 4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시는 그간 전략적인 기획단을 구성하고, 체육시설 합동 전수조사를 통한 백서를 제작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또 범시민 서명운동 10만 명 달성과 함께 숙박업·외식업·모범운전자·자원봉사센터 등 관련 단체들의 유치결의 협약 체결 및 시의회 유치 결의문 채택 등 다양한 전략을 펼쳤다. 또한, 앞으로도 성공적인 도민체전을 위해 시 체육회와 시 장애인체육회가 함께 기획단을 구성, 체육 기반시설 확충과 각종 인프라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백군기 시장과 조효상 체육회장은 내년 도민체전을 계기로 용인시민과 경기도민들이 화합하고 용인시가 명실상부한 스포츠의 메카
[용인신문] 할아버지는 미나리를 즐겨 드셨다. 미나리꽝에서 뽑아 잘게 썬 뒤 고추장과 식초, 참기름을 넣어 버무려 드셨다. 간을 맑게 한다고 했다. 말년의 할아버지는 미나리로 간에 찌든 주독을 몰아냈다. 난 안 먹었다. 미나리에 거머리가 심심치 않게 꼬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억지로 떠먹인 날 밤. 뱃속 거머리에게 피를 쪽쪽 빨리는 꿈을 꾸기도 했다. 깨끗한 물보다 더러운 물에서 더 잘 자란다. 물을 정화시키면서 제 줄기와 잎에 향을 키운다. 자연하수처리장이라는 별명의 이 채소는 맑은 생선탕에 어울린다. 비린내를 뚫고 특유의 향으로 입맛을 돋게 한다. 봄날, 삼겹살에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용인5일장에 가면 한 단에 3000원밖에 안한다. 영화 ‘미나리’가 영미권에서 관심을 받자 뿌듯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낯선 땅에서 차별을 딛고 꿋꿋하게 뿌리내리는 한국인 가족은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와 단짝이다. 아내는 미나리 친척뻘인 고수를 좋아한다. 야근에 지쳐 찡그린 얼굴로 귀가했다가도 고수 곁들인 배달음식을 마주하면 웃는다. 오랜 외국 생활을 한 아내에게 고수는 아마 미나리 같은 존재. 고수는 한때 중국이나 동남아 음식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도
도시 내 이해 관계자들 ‘윈윈 전략’ 설계… 공동의 비전 공유해야 포용성 기반 다양성·창의 도시… 시민 중심 혁신적 공간 설계 방점 [용인신문] ‘스마트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용인시와 단국대학교가 지역 맞춤형 스마트 솔루션으로 도시재생 활성화 프로젝트를 위해 손을 잡으면서 가능해졌다. 용인지역에서 처음 실시되는 신갈오거리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은 신갈오거리 일대 약 21만㎡를 대상으로 2024년까지 총 484억 원(국비120억, 시도비 119억, 공기업 235억)이 투입된다. 이중 스마트 도시재생사업 분야에만 50억 원(국도비 36억, 시비 14억)이 소요된다. 이번 사업이 선정되기까지 스마트 도시재생 연구용역 기관이었던 단국대 SW‧디자인융합센터장인 김태형 교수를 만났다. -편집자 주- Q1. 스마트 도시재생사업은 어떻게 시작됐고, 의미는? = 국토부가‘2020년 제2차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스마트 기술을 접목, 지역공동체 거점을 조성해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환경조성과 상권을 개선하고자 만든 사업이다. 무엇보다 전국 도시재생 뉴딜 선정지역 47개소 중 스마트사업이 추가 지원되는 곳은 용인시 신갈오거리와 서울시 양천구 2곳 뿐이다. Q2. 스마트시티를 위해
[용인신문] 이사 왔다. 서울에서 용인으로. 14년만의 복귀다. 이곳에 부모와 누나들, 매형과 조카들이 오래 살았다. 대학 시절 용인은 안개가 잦았다. 텁텁한 안개. 술 깬 날보다 깨지 않은 날이 많았다. 용인에 살지만 서울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중심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 날마다 상경하고 싶었다. 돌아오지 않은 날들이 잦아지다 서울에 눌러앉았다. 서울은 용인보다 10배 더 사람이 많았다. 10배 더 경쟁해야 했다. 멈춰서면 뒷걸음질.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번잡한 도시에서, 번잡한 사람이 됐다. 이루지 못할 꿈을 꾸다 깼다.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때였다. 문득, 둘러보니 먼 곳에서 부모는 늙어 있었다. 캄캄한 어둠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방역당국에서는 “찾아뵙지 않는 게 효도”라고 강조했다. 내게는 가능하지 않았다. 그동안 부모에게 기울이지 못한 관심을 벌충하려면 옷깃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그래서 이사 왔다. 용인, 안개는 걷혔을까. 이사 온지 일주 일만에 함박눈이 내렸다. 여섯 살 딸아이를 깨워 눈장난을 쳤다. 썰매도 타볼까. 아파트 주민들이 하나둘씩 나와 관리소장들과 더불어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딸아이와 힘을 보태지 않을 수 없었다. 주
인건비가 재단 전체 예산의 절반 육박… 연간 100억 원 수준 문화예술 전문인력은 극소수… 대부분 행정직·기능직이 차지 [용인신문] 연간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용인문화재단. 직원 140여 명의 인건비와 사업비다. 용인시 산하기관으로 거대 조직인 용인문화재단. 이제 재단 출범 10년 차로 접어드는 문화재단의 역할과 정체성 문제에 대해 긴급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최근 용인시와 지역문화예술계, 그리고 용인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화재단은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전문기관이라기보다는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현재 문화재단 소속 직원들의 인건비는 문화재단 전체 예산의 절반인 연간 100억 원을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화예술 전문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행정직과 기능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문인력보다는 계약직으로 시작한 정규직으로 인건비 비중만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용문제는 현행 노동법상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문화재단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조직 및 경영진단을 통한 뼈를 깍는 고통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용인신문]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문화도시’ 조성사업 공모에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런데 용인시는 왜 ‘문화도시’ 사업에 공모조차 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궁금하다. 현재까지도 용인시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공모사업이 필요 없을 만큼 문화인프라가 충분하다는 뜻은 아닐 것이기에 씁쓸한 마음으로 전국의 문화도시 추진과정을 알아봤다. ‘문화도시’ 사업은 지자체 스스로 문화 환경을 기획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문체부가 포괄적 예산을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2018년도에 발표됐다.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도시별 특성에 따라 최대 100억 원과 문체부로부터 자문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12월, 1차로 지정된 문화도시로는 경기 부천시, 강원 원주시,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제주 서귀포시, 부산 영도구 등 7곳이다. 또 2차는 12곳 중 예비사업 추진 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천 부평구, 강원 춘천시, 강릉시, 전북 완주군, 경남 김해시 등 5곳이 지정됐다. 3차는 역사 전통, 예술, 문화산업, 사회문화, 지역 자율 등 지정 분야를 선택해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그 결과, 무려 전국에서
강릉 순두부 맛집을 용인서 만나다 [용인신문]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순두부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까지 모두 만족시키지요. 이번엔 용인에 맛 좋은 순두부집이 있어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강릉 맛집으로 아주 유명한 ‘동화가든’입니다. 용인 ‘동화가든’은 강릉 본점 직영점으로 신갈동에 위치해 있다가 작년 기흥구청 앞으로 이전한 새로운 곳이 위치도 좋고 깔끔해서 훨씬 마음에 들더라구요. 메뉴는 예전 그대로에 굴 순두부만 추가되었는데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다고 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제일 유명한 짬뽕 순두부는 적당히 얼큰한 짬뽕에 면 대신 순두부가 들어있는데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도 아주 그만입니다. 개인적으로 면을 좋아해서 쫄면이나 우동사리 추가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네요. 특허 받았다는 청국장은 무난했는데 밥을 비벼 먹을 수 있게 그릇에 참기름과 김가루가 함께 나와서 강된장 비빔밥처럼 청국장을 적당량 넣고 쓱쓱 비벼 먹으니 밥 한 공기 추가를 안 할 수가 없었답니다. 신메뉴 굴 순두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인 새하얀 순두부가 굴 덕분에 시원한 맛까지 더해져 최애 메뉴로 갈 때마다 시켜 먹을 것 같아요. 그 외에 꼬막 비빔밥도
[용인신문] 노자의 도덕경은 인생구단의 노회한 역사가가 도망(?)이라는 절체절명 적 시점에서 철학적 시각을 빌어 극도의 정제된 어조語調를 운문韻文으로 끌어와 경책과 상징의 경구로 써내려 간 서사이다. 노자의 무위無爲와 한비자의 법치法治는 동전에 붙은 양면으로 노자의 무위에는 반드시 한비자의 법치가 요구된다. 한비자는 전국戰國칠웅七雄시대에 가장 작은 한韓나라의 왕손이지만 서자이며, 지독한 말더듬이로 제나라에 유학하여 조나라 철인 순자에게서 사사했다. 또한 진나라 개인 사설 감옥에서 동문의 벗 이사로부터 절명한 꽤나 문제의 인물이다. 그의 죽음을 재촉하는 데는 자신의 글들이 한몫했다. 10만여 자로 써내려간 그의 글들은 훗날 당송팔대가의 한사람인 한퇴지에 의해 한비자라 불렸고, 이 책은 삼국지 배송지주에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죽으며 어리석기 그지없는 후주 유선에게 읽기를 권했다는 것으로 이후 유선은 40년간이나 촉나라를 수성했다는 일화가 붙은 책이기도 하다. 반면 조선왕조 오백 년사를 지켜온 것은 한비자의 법가가 아니라 성리학이다. 그 기본도서 또한 인성론의 중심이 되는 대학, 맹자, 논어, 중용, 사서에서 출발하며 어린이 인성 교과서로는 유자징의 소학으로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