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누가 지도자가 되어도 별반 달라지지 않던 세상에 대한 불신은 여전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 19’라는 무서운 변수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이렇게 무서은 바이러스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길어야 3개월이라고 생각했고 마스크 수급이 좀 원활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다였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재택 근무 덕분에(?) 한가족이 모이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족들 사이에 밀린 대화의 시간도 생겼다. 부모들의 답답함이야 어떻든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는 자유를 즐기기도 했다. 과거에 경험했던 바이러스처럼 금방 백신이 개발되고 이 혼란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코로나 19’를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5월의 집단 감염으로 세상은 혼란을 겪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코로나 우울증에 시달렸다, 8월의 집단 감염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지게 했다. 뉴스는 늘 코로나 특집으로 방송되었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은 정치인들의 불협화음뿐이었다. 더운 여름까지 마스크를 쓸
[용인신문] 평일 정오인데 식당은 텅 비었다. 슬프지만 저항을 포기한 듯한 주인장의 모습은 애처롭다. 고용과 노동의 종말이 가까운 것은 환호와 탄식의 교차점이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2021년 수능 응시자 수가 역대 최소였고, 응시 결시자 수도 최대였다. 저출산이 가장 뚜렷한 통계다. 기약할 수 없는 인생의 패러다임에 대한 사피엔스들의 자발적 선택이 만든 상황이 접점으로 맞물린다. 가끔 학부모 대상으로 상담을 한다.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공부해라’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할 때이다. 공부는, 특히 대학입시를 전제로 한 공부는, 동기부여가 된, 체화된 몸의 소유자만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부하라’는 말은 이타적이다. ‘공부해라’ 라는 말을 듣고 공부하는 것은 이기적이다. 임시변통의 요령이다. 공부는 대신에 할 수 없는 양도 불가성의 문제이다. 개체화된 몸에서만 일어나는 화학작용이다. 한국 근대사회의 출발은 ‘하면 된다.’ 라는 의지적 인간들의 집단적 출현이다. 작금의 자본주의는 의지의 소유조차도 극소수로 제한해 버렸다. 그러므로 노력의 성과가 일치하지 않는 현재는 탈근대이다. 적은 노력으로 빠른 이익을 숭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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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공숙좌는 상앙<공손앙>을 양혜왕梁惠王에게 추천하면서 안설을 단다. “왕께서 상앙을 등용하지 않으시려거든 반드시 그를 죽여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하셔야 합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재상 공숙좌가 노환으로 몸져 누워 조정에 등청을 못한 어느 날쯤 양혜왕은 문무백관이 모인 자리에서 말한다. “공숙좌의 병이 깊어 판단이 흐려진 것이 매우 슬프오. 며칠 전에는 과인보고 자신이 데리고 있는 가신 상앙에게 나라를 맡기고 상의하여 처리하라는 말까지 했다오. 이 어찌 황당하지 않겠소.”라며, 공숙좌의 말을 정신없는 늙은이의 넋두리쯤으로 폄하했던 것이다. 양혜왕과 조정문무백관이 그러고 있는 사이에 상앙은 진秦나라로 건너가서 20세에 권좌에 오른 진효공秦孝公 영거량赢渠梁을 도와 진나라를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진효공 영거량으로부터 7대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때 이르러 마침내 진나라는 천하제일국이 된다. 여기에 일등 공신은 초楚나라 상채上蔡사람 이사李斯다. 그는 약관에 하급관리로 있다가 불현듯 깨닫고 순자 문하에 들어가 공부했고, 위衛나라 출신 여불위가 진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그의 가신으로 들어가 가짜 환관 노애嫪毐를 추천해 여불
입안 가득 신선한 ‘바다의 맛’ [용인신문] 뭐든지 제철에 먹어야 영양가도 더 높고 맛도 더 좋은 건 다들 알고 계시죠? 겨울 제철 음식이 이것저것 많지만 그 중에서도 바다의 우유라 불리며, 엄청난 효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칼로리는 낮고 몸에는 좋은, 겨울철 별미 중 단연 으뜸인 굴을 한층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용인 맛집을 소개해드릴게요. 굴은 비리다고 즐기지 않던 지인도 굴 마니아로 만든 '굴사냥전문점'입니다. 인심 좋고 손맛 좋으신 노부부께서 오랜 세월 영업하신 곳으로 신갈오거리 롯데리아 건너편 길가에 위치해 있어요. 주차는 건물 지하 주차장 이용 가능하구요, 실내는 직사각형 모양의 보통 식당의 모습이고 주방은 훤히 보이는 오픈 주방이에요. 테이블은 10개 정도, 식사 시간에 맞춰 가면 웨이팅이 있으니 방문 계획 잡히시면 예약하는 게 좋습니다. 굴찜, 굴전, 생굴회, 생굴무침, 굴보쌈, 조개찜, 연포탕, 생우럭찜 등 단품으로 먹어도 만족스러운 메뉴들이 가득한데요, 메뉴판에는 없는 한상차림을 주문하면 산해진미들이 끝도 없이 계속 나옵니다. 한상차림은 보통 4인이 많이 드시는데 5인이 먹어도 충분할 것 같아요. 기본 찬으로 나오는 직접 담그신 겉절이와 무
눈물도 대꾸도 없이 유병록 나의 불행이 세상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고 이 춥고 어두운 곳은 이미 많은 이가 머물다 간 지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순탄한 삶이 불행을 만나 쉽게 쓰러졌다고 고통에 익숙해지지 않아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말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이 잦아들고 잊고 다시 살아가리라는 말 고개 끄덕입니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유병록은 198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번 시집은 고통의 시집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일상의 삶 속에서 상처 받는 고통에 여러 앵글의 시선을 주고 있다. 그런 내출혈을 견디게 하는 것이 그가 시인의 말에서 뱉듯이 한 말 ‘쓰겠습니다. 살아가겠습니다.’일 것이다. 「눈물도 대꾸도 없이」도 고통의 시다. 화자의 불행이 세상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이미 많은 사람이 머물다간 지옥이라고 위로하는 말에 알고 있다고 속으로 말한다. 네가 순탄한 삶을 살아와서 쉽게 쓰러지고 고통에 익숙하지 않아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격려도 알고 있다고 속으로 말 한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은 잦아들고 잊혀지고 다시 살아가게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모두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용인신문] 용인신문사가 지난 11월 30일까지 약 3개월간 코로나 위기 극복 사례 수기공모전을 마친후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른신들까지 참가자들이 다양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농협상품권을 수여하게 된다. 심사 결과, 최우수상은 방경모씨와 초등학생인 박해인 어린이가 각각 수상했다. 하지만 대상작 해당자가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계획된 시상식을 취소하는 대신 상장과 상품권은 우편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김종경 기자> <코로나 수기 공모전 수상자 발표> 대상 – 당선작 없음 최우수 – 방경모 박해인 우수상 – 양종석 박소현 나경호 장려상 - 권호현 김민재 김태욱 명종숙 박주원 성용구 송남순 신은희 심순자 오정연 이효선 장선아 정미소 천해현 <심사평> 2020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매일 재난 문자를 받고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세다가 한해가 갔습니다. 2020년을 이렇게 보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오직 얇은 마스크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우리 땅에서 사라진다 해도 소용없습니다. 세계가 끝나야 끝나는 것입니다.
[용인신문]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 15-35문장에 공자설孔子說 당인불양어사當仁不讓於師라했다. 인에 대해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줄여서 인불양사仁不讓師로 통하는 말인데 이를 漢나라 무제武帝 때 재상이던 동중서董仲舒는 유학자를 제외한 모든 학자를 조정에서 쫒아내자는 파출백가罷黜百家를 하면서 양讓을 다툼으로. 사師를 지식인(유지들)으로 보고 첫 글자 앞에 백성을 놓아 ‘(목민관은) 스승(지역의 유지 혹은 지식인들)과 다퉈서라도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군주의 현우賢愚는 일을 맡은 신하들에 의해 결정된다. 임금이 홀로 나라 전체를 다스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말한다. 임금 섬김에 맡은 일은 정성껏 하고, 그런 다음에야 녹을 먹는다(論語衛靈公篇15-37)고. 여기서 맡은 일이란 자신의 녹봉을 챙기는 일이 아니라. 목민관으로서 백성에게 덕德을 끼치는 일이다. 덕이란 주자의 스승이자 장인인 유면지劉勉之가 주자의 아들이자 외손자인 주자의 셋째아들 주재朱在(스승 여조겸의 딸과 결혼함)가 천주통판泉州通判에 임명되어 부임해갈 때 전별어로 해준 말이라 전한다. 여기서 이후기식而後其食문장중에 후後 자字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스승 공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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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정호승 폭설이 내린 겨울 들판 불국사 석가탑 같은 송전탑에 작은 새 한 마리 어디선가 고요히 날아와 앉자 송전탑이 새가 되어 적막한 날개를 펼친다 바람이 불고 다시 폭설이 내리고 송전탑에 앉은 새가 말없이 폭설을 뚫고 날아가자 송전탑도 그만 새가 되어 날아간다 그대 멀리 어느 눈 내리는 산사로 출가하는가 정호승은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198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서정시인이다. 독자들을 따뜻한 서정의 세계로 이끈다. 이번 시집 『당신을 찾아서』는 작은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날아가는 이미지가 보인다. 그리고 그 맑은 하늘 아래 인간들의 땅이 보인다. 그 땅 위의 인간들의 해악이 보이고 참회가 보인다. 「출가」는 예의 새의 이미지가 아름답고 선명한 시다. 폭설이 내린 들판의 송전탑에, 어디선가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는다. 고요하고 적막한 풍경이다. 불국사 석가탑 같은 송전탑은 새가 되어 날개를 펼친다. 새가 폭설을 뚫고 날아가자 송전탑도 새가 되어 날아간다. 동시적 발상이기도 한 이 시가 어른들이 읽는 시로 변환
[용인신문] 안빈낙도! 이게 안 된다. 마음을 다 잡았다가도 주변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들썩인다. 2006년 하룻밤 자고나면 몇 천 만원씩 집값이 오르던 때가 있었다. 그때 소위 뒷북이라는 걸 쳤다. 경제개념 없는 남편과 아내는 거액의 빚을 내 덜컥 집을 사고 말았다. 얼마나 비싸게 샀던지 집값이 고공 행진인 요즘에야 본전이다. 누가 빚을 다 갚고 나니 삶의 목표가 없어진 것 같다고 하더니. 우리도 대출을 갚는데 온 정신을 쏟으며 살았다. 다행히 끝이 안 보일 거 같던 긴 대출의 터널을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부동산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한 번 데인 경험 때문에 선뜻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집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텔레비전만 켜도, 핸드폰 통화만 해도 모두 부동산 얘기다. 남편과 나는 무릎을 치며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때 집을 보러 갔을 때 갈아탔어야 했어. 그랬으면 헉! 지금 몇 억을 손에 쥘 수 있었을 텐데. 그럼 20만km 넘은 자기 차 바꿔줬을 텐데. 소리만 들리는 텔레비전도 바꿀 수 있고. 애들 학자금 대출도 한 번에 싹…….’ 쥐어 보지도 못한 몇 억의 아쉬움은 잠자리에 들어서까지 이어졌다. 가뜩이나 갱년기로 잠도 못 이루
[용인신문] 용인시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용인에는 어른이 없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1990년대 초 취재기자로 첫발을 디뎠을 때부터 들었으니 귀가 아플 정도다. 용인에는 정말 어른이 없는 것일까? 지난 30여 년 간 지켜본 지역 풍토를 감히 진단한다면 이 같은 지적은 비단 용인만의 문제가 아닐 듯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거라는 제도가 문제다. 당리당략이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는 못된 전통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지역 일꾼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 역시 선거를 통한 지역 유권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몫이지만, 선거 과정에서 이들부터 먼저 분열되니 당연한 결과다. 과거 용인시는 인구 20만 미만의 농촌 소도시에 불과했다. 1970~80년대 말까지는 국회의원 선거구도 중선거구제였다. 국회의원을 용인, 평택, 안성을 한 개의 선거구로 묶어서 지역구와 전국구 의원을 같이 뽑았다. 지금이야 납득하기 힘들지만 한 동안 야당 견제를 위한 집권당의 꼼수 정책으로도 활용됐었다. 원래 우리나라는 1960년 총선 당시 참의선 선거구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지만 2공화국 체제가 전복되면서 1972년 10월 유신 후에 재도입됐다. 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