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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에게 진상하던 신비의 명약 경옥고

용인신문 의학전문 이성진 기자

필자가 어렸을 적 외할아버지 댁에 가면 밭에서 생지황이 자라던 것이 어렴풋 기억에 남는다. 당시 외할아버지는 수은과 납을 연금술로 녹여 쑥과 사향 등 고가의 한약재를 섞어 태운 향을 코로 맡는 비훈(鼻燻) 혹은 뜸으로 만들어서 종기에 꽂는 구법(灸法)을 통해 난치·불치병을 치료하시던 향토 명의셨다. 현대 의학으로 말하면 피부암, 유방암, 육종암 등을 치료한 위대한 의술이었음이 분명하다.

어머니에 의하면 종종 경옥고를 만드셨다는데, 이런 가업이 피로 이어진 탓일까? 필자도 고등학교 때부터 한의학을 시작하여 학교에선 침놓는 허 의원으로 통했고, 졸업 후에는 해마다 집에서 경옥고를 만드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중국의 명문 중의대인 흑룡강 중의약 대학에서는 방제학의 달인이신 단복진 교수님을 배출한 왕면지 선생님의 방제학 강의록에서 경옥고의 효능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었다.

경옥고는 생지황즙과 천연 벌꿀, 예로부터 산 공부하는 도인들이 먹었다는 신비로운 소나무의 뿌리에서 기생하는 복령과 몸을 보하는 한약재로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인삼이 처방의 전부이다.

먼저 생지황 즙을 낸 후 위의 약재들을 곱게 갈아 섞어서 항아리에 안친 후 뽕나무 불에 중탕으로 3일 밤낮을 끓이는데 이렇게 3주야를 중탕한 경옥고는 하루를 우물 물속에 넣어 두거나 흐르는 물에 담가 둔다. 그 이유는 3일간의 화독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식히는 것도 반드시 중요한 과정이며, 불만 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찬물에 담가야 화독이 제거되는 것이다.

하루를 식힌 경옥고는 다시 불을 붙여 하루를 중탕 해야만 비로소 완성이 된다. 이런 정성으로 빚어진 경옥고는 귀한 만큼 먼저 조금 덜어서 천지신명에게 제를 올린 후 복용하라 했을 정도다. 필자도 경옥고를 만드는 날이면 정갈하게 목욕하고 정신을 모아서 만들기 시작한다.

완성이 되는 날엔 천지신명께 좋은 사람들과 나눠질 수 있고, 함께 먹는 모든 분들이 효험보기를 기원 올린다. 이런 공으로 만들어진 경옥고는 신비로운 효능을 발휘하는데, 동의보감에선 정을 보하는 보약이자 성품을 바르게 하고 장수하는 약으로 모든 처방 중 가장 처음으로 등장하는 약이다. 그만큼 경옥고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고 귀하다.

사람에게 세 가지 보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精), 기(氣), 신(神)이다. 이 중에서 정은 기와 신의 가장 기초, 기본이 되는 물질로써 정이 충만해야 기가 장(長)하고, 그러므로 신(神)이 밝아지게 된다. 경옥고는 바로 이 정과 신을 보하는 선(仙)약 중에 선약이며, 보약(補藥)중에 보약인 것이다.

그래서 기력이 쇠약한 노인 분은 반로환동(返老還童) 하고 허로(虛勞), 만성피로 증후군, 기혈부족 등 모든 허증(虛症)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경옥고는 마른 사람 위주의 약이지만, 뚱뚱한 여자들의 생리불순에도 경옥고가 효험이 좋았다. 일 년에 한 두차례 밖에 나오지 않던 생리가 경옥고를 먹은 후 갑자기 터져 나와 덜컥 겁을 집어 먹고 병원을 다녀오신 분들도 여럿 보았다. 그래서 경옥고의 활혈(活血:어혈을 푸는 것)작용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뚱뚱한 사람 역시 허정(虛精)인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위장이 약하신 분들에겐 생지황이 소화에 부담이 될 수가 있다.

그래서 경옥고에 약간의 침향과 호박을 가미하여 기가 체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이는 구선의 묘법(妙法)으로써 한의학에 이해가 밝으신 선현이 내 놓은 비법임에 틀림없다.

최근엔 경옥고를 환으로 제조하여 휴대하면서 섭취를 용이하게 만들기도 한다. 경옥고환 역시 일체 어떤 것도 가미하지 않고, 그대로 농축시켜 만든 것이니 효능 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다만 환을 보다 용이하게 짓기 위해 꿀, 복령가루 등을 재 첨가하기도 하는데 이런 환은 원방을 벗어나는 것이며, 그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경옥고가 만들어져 현대인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용인신문 이성진 기자
- 태성고등학교
- 중국 흑룡강중의약 대학
- MP 의학칼럼 전담
- 동양의학 칼럼리스트
- 용인신문 국제외교부 의학전문 기자
- 이사주당 기념사업회 국제학문교류 이사
- 중한(中韓)의료컨설팅 국제학문교류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