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강자는 계손씨로 노나라의 권문세도가 삼가문三家門 중 가장 세력이 강한 집안으로 애공을 도운 공자와는 이를 북북 갈 정도의 원수지간이다. 그렇다고 공자의 사회적 위상이 감히 함부로도, 그렇다고 멀리 할 수도, 가까이 할 수도, 그 어느 것도 마뜩찮게 할 수 없는 그런 관계인데 하필 애공哀公 3년 7월 계강자에게 절호의 기회가 온다. 당시 계씨 집안의 최고 실권자 兄계손사가 첫 아들이 막 태어남과 동시에 비명횡사한다. 이에 동생 계강자는 이때를 틈타 이제 막 태어난 형의 아들이자 장차 계손씨 집안의 실권자가 될 조카마저 죽이고, 계손씨 집안의 실권자가 된다.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껄끄러운 관계의 공자를 초빙해 정치에 대해 묻는다<계강자문정어공자왈季康子問政於孔子曰>. “만약 도가 없는 사람을 죽여서<여살무도如殺無道> 도가 있는 사람을 성공시켜준다면<이취유도以就有道> 괜찮지 않겠습니까?<하여何如>” 공자 답하길<공자대왈孔子對曰> “정치를 하면서<자위정子爲政> 사람까지 죽일 필요가 있겠는가?<언용살焉用殺. 論語顔淵>”. 어린 조카를 죽인 것에 대한 공자의 일침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
벽제화원 빅소란 죽어가는 꽃 곁에 살아요 긴긴낮 그늘 속에 못 박혀 어떤 혼자 연습하듯이 아무도 예쁘다 말하지 못해요 최선을 다해 병들 테니까 꽃은 사람을 묻는 사람처럼 사람을 묻고도 미처 울지 못한 사람처럼 쉼 없이 공중을 휘도는 나비 한 마리 그 주린 입에 상한 씨앗 같은 모이나 던져 주어요 죽은 자를 위하여 나는 살아요 나를 죽이고 또 시간을 죽여요 박소란은 도시를 배경으로 섬세한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는 시인이다. 그녀는 사회적 약자와 시대적 아픔을 개성적인 어법으로 끌어안는다. 독자들이 그녀의 시를 즐겨 읽는 이유다. 「벽제화원」은 죽은 자를 위한 화원이다. 산자 들은 죽은 자를 위해 꽃을 바친다. 그러므로 벽제화원의 꽃들은 죽어가는 꽃, 혹은 죽은 자들 곁에 피어 있는 꽃이다. 죽은 자들의 영혼이 떠나고 나서 살아남은 자들이 혼자를 연습하듯이 그렇게 ‘긴긴날 그늘 속에 못 박혀’ 피어 있는 꽃이 벽제화원의 꽃이다. 벽제화원의 꽃을 두고 ‘아무도 예쁘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꽃들도 사람처럼 생로병사의 길을 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벽제화원의 꽃은 사람이다. 최선을 다해서 병들어 떨어지는 꽃이어서 아름다운 사람인 것이다.
앵 무 이기인 앵무는 몇 개의 단어로 하루치의 버릇을 벗는다 너는 누구야 아무것도 아니야 사라지는 농담이야 말을 버리고 소리를 배우는 조롱 속에서 머리를 가슴에 수수께끼를 모이통에 넣어주듯이 오랫동안 가르치지 않는 말을 쏟아 놓는다 너는 누구야 아무것도 아니야 사라지는 농담이야 농담이 이어붙이는 앵무가 이상하다 안녕하세요 진짜로 안녕하세요 사라지는 느낌도 안녕하세요 안녕은 두 마리로 갈라지는 농담이야 이기인은 시적 실험을 치열하게 하는 시인이다. 그는 언어의 알쏭달쏭한 의미의 추구와 알쏭달쏭한 표현으로 언어규범의 해체를 시도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시적 감각과 시적 의미의 의도적인 교란을 통해 착란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언어의 규범을 부수려는 시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앵무」는 그의 착란이 난센스에 이르는 도정의 시편으로 읽힌다. 이 때의 착란은 사실적이어서 그의 감각과 의미가 뿌리 깊은 착란임을 보여준다. 앵무는 시적 화자와 동격이니 시인이 곧 앵무라고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니까 앵무의 말이거나 시적 화자의 말이거나 시를 이해하고 느끼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다만 시문이 거기에 있으니까, 그 시문이 수많은 이미지들을 거느
이 도시의 트럭들 나희덕 돼지들은 이미 삶을 반납했다 움직일 공간이 없으면 움직일 생각도 사라지는 분홍빛 살이 푸대자루처럼 포개져 있다 트럭에 실려가는 돼지들은 당신에게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키는가 짝짓기 직전 개들의 표정과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들의 눈망울에서 당신은 어떤 비애를 읽어내는가 아니, 그 표정들은 당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이 도시의 트럭들은 너무 많이 싣고 너무 멀리 간다 엿가락처럼 휜 철근들과 케이지를 가득 채운 닭들과 위태롭게 쌓여 있는 양배추들과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은 원목들을 싣고 트럭들은 무엇을 실었는지도 잊은 채 달린다 커브를 돌 때마다 휘청, 죽음쪽으로 쏟아지려는 것들이 있다 나희덕의 시가 달라지고 있다. 이미 달라져 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녀는 생에 대한 성찰을 서정적인 문장으로 담아내는 시인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 이 시대의 고통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도시의 트럭들」은 탐욕으로 얼룩진 인간들의 집단 거주지인 도시를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트럭들의 난폭한 욕망과 죽음의 그림자를 노래한다. 트럭들은 ‘분홍빛 살들이 자루처럼 포개’진 돼지를 싣고 도시의 도로를 달려가고 있다. 돼지들의 모
<긴급진단> “용인시를 수도권 제일의 명품도시, 세계 최대의 반도체 특별시로 만들겠습니다.” 정부와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들여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계획안이 수도권정비위원회를 통과한 후 백군기 시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하지만 최근 용인시가 마련한 처인구 지역에 방점을 둔 난개발 방지 계획안부터 주민들의 잇단 반발에 부딪치면서 백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가 녹지 훼손과 무분별한 개발 방지를 위해 개발행위 경사도 기준을 강화하고, 표고 기준을 신설한다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불어 닥친 역풍 때문이다. 12일 시에 따르면 개발행위허가 경사도 기준을 수지·기흥구 17.5도, 처인구 20도 이하로 변경한다는 것. 아울러 보존가치가 있는 임야훼손 방지를 위해 표고 기준을 수지구 170m, 기흥구 140m, 포곡읍 170m, 모현읍 180m, 양지면 205m, 처인구 4개동 185m, 이동읍 160m, 남사면 85m, 원삼면 180m, 백암면 160m로 적용키로 했다. 대신 성장관리방안을 수립한 지역은 표고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2015년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사마천司馬遷은 48세에 생식기를 뿌리째 뽑아 토막 내 짐승의 먹이로 던져지는 치욕적인 형벌 궁형을 당하고도 기어이 살아남아 사기史記라는 걸작을 남긴 인물이다. 그가 자신 만큼이나 불행했던 벗 임안任安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사람이라면 최소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독백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지만(인개유사人固有一死)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혹중어태산或重於泰山),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나니(혹경어홍모或輕於鴻毛) 이는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용지소추이야用之所趨異也).”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벗 임안에게 보내는 답장> 이글에 대한 부안설을 찾으라면 아마도 누가복음 12장20절이 그중 가장 적절할 것이다. 한 부자가 그 밭에 소출이 풍성하매 마음에 생각하여 이르되 내가 곡식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까 하고 또 이르되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최은진의 BOOK소리 141 우리 미술이 발견한 58개의 표정 얼굴이 말하다 ◎ 저자 : 박영택 / 출판사 : 마음산책 / 정가 : 22,000원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얼굴들, 그 중에는 한 번 보고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무의미한 얼굴들도 있었을 것이다. '산다는 건 얼굴을 만나는 일’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얼굴이 담고 있는 표정과 의미를 미술작품을 통해 들여다보는 시도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살면서 자기 얼굴을 한번이라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거울을 통해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얼굴에 대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나도 몰랐던 나의 얼굴과 그 얼굴이 만들어내는 표정들로부터 사람들은 나를 읽는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이 들려주는 '얼굴' 이야기. 총 10개의 주제, 58명의 예술가와 그 대표작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 문화를 말한다. "얼굴은 사회적인 텍스트이자 비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얼굴을 제재로 한 작품들에는 개인 삶의 궤적은 물론 사회· 역사· 문화의 코드가 담겨 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중요한 것은 말 이
<용인신문>
백색 공간 안 희 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고 쓰면 눈앞에서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며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한참을 서 있다 사라지는 그를 보며 그리다 만 얼굴이 더 많은 표정을 지녔음을 알게 된다 그는 불쑥불쑥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 절벽이라는 말 속엔 얼마나 많은 손톱자국이 있는지 물에 잠긴 계단은 얼마나 더 어두워져야 한다는 뜻인지 내가 궁금한 것은 가시권 밖의 안부 그는 나를 대신해 극지로 떠나고 나는 원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그 다음 장면을 상상한다 단 한권의 책이 갖고 싶어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밤 나는 눈 뜨면 끊어질 것 같은 그네를 타고 일초에 하나씩 새로운 옆을 만든다 안희연의 시는 소멸과 몰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어두운 세계의 삶 속에서 쓰여진다. 소멸하는 것은 그녀의 세계며 몰락하는 것은 그녀를 그녀이게 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소멸과 몰락의 세계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어두운 세계에는 폭력과 불의 혹은 지배논리와 구조적 모순이라는 근원적인 부정성에 편입되어버린 세계를 의미하는 바 그녀가 살아가는 현실의 삶 자체다. 그녀의 시가 실종된 삶과 삶 자체의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무감각하고 무기력한
잡내 없이 쫄깃쫄깃 맛있는 ‘갈매기 사랑’ 갈매기살 많이들 좋아하시죠? 돼지 한 마리에서 300~350g 정도만 나오는 아주 귀한 특수부위 고기입니다. 갈매기살은 갈비뼈 쪽에서 분리되는데, 운동량이 많은 곳이라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아주 일품이에요. 정말 식감도 좋고 맛있는 갈매기살인데 예전에 먹었을 때 약간의 역한 냄새 때문에 잘 먹지 못했어요. 그 뒤로는 한참을 양념 갈매기살만 먹었는데 알고 보니 부위 특성상 오염도가 높을 수 있어 취급 보관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고 하네요. 양념도 맛있지만 생갈매기살이 그리웠는데, 용인에 잡내 없이 맛있는 갈매기살 전문점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위치는 처인구 역북동, 상호는 ‘갈매기 사랑’입니다. 단독 건물로 주차는 바로 앞 가능하구요, 매장은 아주 넓어 단체 회식도 문제 없겠더라구요. 기본 찬은 먼저 준비해주시고 두 번째부터는 셀프 바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셀프 바에 각종 야채는 물론 명이나물까지 인심 좋게 자리 잡고 있어요. 기본 찬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콩나물 김칫국! 많이들 좋아하는용인의 유명한 장어집 국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났습니다. 먼저 갈매기살부터 구워봤는데 다른 돼지고기 부위보다 짙
15일 오전 11시 개막식 열려 (사)한국환경사진협회 용인지회(지회장 임수재)는 오는13일부터 19일까지 용인시청 1층 로비갤러리에서 ‘에코&휴머니즘’을 주제로 한 ‘2019용인환경사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 주제는 ‘에코&휴머니즘’으로 한국환경사진협회 용인지회 회원들이 참여해 만든 ‘환경과 인간의 조화’가 담긴사진 51점을 볼 수 있다. 임수재 지회장은 “이번 환경 사진은 자연과 하나 되는 풍경과 사람, 그리고 동식물 등을 회원 작가들의 냉철한 시각으로, 관람자들에게 심신의 치유와 안정을 드린다는 심정으로 담아내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용인마라톤대회(시청 광장)가 열리는 13일오전부터 관람할 수 있고, 개막 행사는 15일 오전 11시에참여 작가와 내 외빈, 그리고 사진동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참여 작가는 권류경 김연숙 김연주 김종경 이동희 이병권 이병인 이인송 이천열 임길재 임미용 임수재 정철교 조성국 조태명 지동하 탁금순 황윤미씨 등 18명이다. 용인지회 회원들은 지난해 전국환경사진공모전에서는환경부장관상인 대상을 비롯해 우수상 등을 수상한바 있고, 용인환경사진전은 이번이 2회째다. 한편, (사)한국환경사진협회는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있는 대규모화훼단지마다 봄꽃을 사러 나온 시민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용인지역에는 아파트와전원 주택이 붐을 이루고 있는가운데, 실내외용 화초와 묘목을 쇼핑나온 것이다.사진은 지난 24일 오후 남사화훼단지 모습.<글/사진: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