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133 대중문화로 읽는 지금 여기 괴물의 표정들 우리 괴물을 말해요 ◎ 저자 : 이유리, 정예은 / 출판사 : 제철소 / 정가 : 16,000원 우린 본 적도 없는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어린시절부터 들어왔다. 동화책엔 늘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괴물’이 등장했고, 결말은 늘 괴물의 파멸이었다. 왜 인간은 그렇게 다양한 괴물들을 상상까지 동원해서 만들어내고 서사를 꾸며왔을까? 이 책은 인간의 공포가 만들어낸 괴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중매체에서 흔히 접했던 여러 괴물들을 끌어와 낯설지 않은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한다. 시대적 배경과 인간의 심리를 기초로 해석한 괴물의 본질엔 인간의 심연에 자리잡은 본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괴물들이 총동원된다. 소설, 영화, 만화, TV 드라마 등 대중문화 속 대부분 괴물은 괴기스런 얼굴을 한 채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생명체라든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우리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존재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한 가지는 괴물은 반드시 눈에 띄는 흉측한 모습을 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 불멸하는 매혹자 뱀파이어, 워킹데드의
대설(大雪)인 지난 7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의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 한파 특보가 확대되는 등 한겨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1월 말부터 용인시 3개구마다 설치된 대형 성탄트리에 불이 켜졌다.부디 성탄절과 연말연시를맞아 온 누리에 사랑과 평화, 행복이 가득하길 기대한다. 사진은 지난 7일, 죽전역 앞에 불 밝힌 성탄 트리 모습.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사진기자><용인신문>
<용인신문>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대흠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마에서 북천의 맑은 물이 출렁거린다 그 무엇도 미워하는 법을 모르기에 당신은 사랑만 하고 아파하지 않는다 당신의 말은 향기로 시작되어 아주 작은 씨앗으로 사라진다 누군가 북천으로 가는 길을 물으면 당신은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거기 이미 출렁거리는 북천이 있다며 먼 하늘을 보듯이 당신은 물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는 순간 그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풍덩 빠진다 북천은 걸어서 가거나 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당신 눈동자를 거치면 바로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걷거나 헤엄을 치다가 되돌아나온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 이대흠이 말하는 북천은 지리적으로는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을 이를 것이지만‘북천은 걸어서 가거나/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당신의 눈동자를 거치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노래한 것으로 보아 상상의 공간인 것이 분명하다. 북천에서 온 당신은 남을 미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사랑만 하고 사랑이 깨진 후에도 아파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랑했으므로 아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더 없이 착한 사람이다. 이 작품의 압권은 ‘당신의
반백의 노인들이 길에서 짐을 지거나 이고 다니지 아니하며, 비단옷을 입으며, 고기를 먹으며, 백성들이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지 않게 하고서도 왕 노릇을 제대로 못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맹자가 위나라 군주 양혜왕에게 한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존엄할 권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최저 임금 만원의 약속이 ‘죄송’이란 말과 함께 8350원으로 그치는 순간 방정맞게도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의 품격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 단위다. 그중에 ‘밥’보다 더 절실하고 이보다 더 간절한 게 또 있을까. 세상에 춥고 배고픈 설움보다 더한 게 있을까마는 백성이 못 먹고 배고픈 것은 모두 임금 책임이라는 게 맹자의 생각이다. 맹자는 또 말한다. 옛날, 어진 임금은 백성을 위해 생업을 마련할 때(시고명군제민지산是故明君制民之産) 반드시 위로는 부모 섬김에 풍족히 하고(필사앙족이사부모必使仰足以事父母) 아래로는 처자를 먹여 살리기에 풍족하게 한다(부족이축처자俯足以畜妻子). 그렇기 때문에 백성들은 이런 지도자를 따르는 게 수월하다(고민지종지야경故民之從之也輕.孟子梁惠王章句上1-7)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백성’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표류하고 있다. 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목숨을 걸고 있다. 반면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회담 참석차 출국하면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간곡히 당부했다고 한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으나 국회정개특위에서 거론되고 있는 방식은 권역별비례대표제이다. 문제는 현재 300석인 의원정수를 크게 늘리지 않는 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 해도 큰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려면 비례대표 의석이 최소한 150석은 되어야 한다. 현행선거법상 지역구 의석은 253석이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의석수를 늘리지 않으려면 지역구 의석을 대폭 줄여야 한다. 비례대표를 53석 늘려 100석으로 한다고 가정할 때 지역구 의석 53개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말이 쉽지 국회의원들에게 밥그릇을 내놓으라 하기는 불가능 하다. 방법은 의원정수를 대폭 늘리는 것뿐이다. 방법을 알면서도 주저하는 이유는 국민여론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국회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치권이 섣
시베리아열차를 타고 가는 러시아 기행 6 하바로프스크 연해주의 한인들 글 사진 이상엽/작가 하바로프스크의 풍경은 넓은 도로와 높지 않은 건물들로 횡 하니 비어 보인다.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 지나왔던 도시들과 다른 사회주의 냄새가 풍긴다. 직선적이면서 꾸밈이 없는 회색의 빌딩들. 시내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층 아파트의 고려인의 집. 사실 주거등록이 여전히 존재하는 러시아에서 민박집에 묵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요령 것 민박을 하고 주거등록은 호텔에서 돈을 주고 가짜로 만드는 것이 관행이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경상도식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보니 이곳 하바로프스크에는 한국인과 고려인, 북한사람들과 중국의 조선족까지 모여 ‘한민족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우수리스크는 연해주 고려인들이 많이 살던 곳이다.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스탈린 시절 강제 이주되고 비어있는 땅에 들어 온 이들은 사할린에서 살던 고려인들이었다. 그래서 이제 전통적으로 연해주 고려인하면 사할린 출신들을 뜻한다. 이들은 한국어를 거의 못할 뿐 더러 문화도 잊었다. 요즘 우수리스크에 한글 간판이 들어서고 한국어가 흘러나오게 된 것은 중국 조선족들 덕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용인신문>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 김중일 아주 작은 새가 있었다. 먼지보다 작은 새였다. 제 그림자로 세상을 고이 덮으려했던 새였다. 깊고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가 있었다. 날 새도록 새는 날고 날았다. 날개가 바람에 다 녹아 버려서 그만 하늘에 스몄다. 낮에는 흰 그림자로 밤에는 검은 그림자로 세상을 덮었다. 우리는 모르는 새 그 새의 그림자를 입고 살았다. 우리도 날개가 다 녹도록 날았다. 새와 함께 파란 하늘이 되었다. 결국 그 새는 세상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다다랐다. 희생자의 무덤 위였다. 김중일은 먼지보다 작은 새가 있었다고 노래한다. 먼지보다 작은 새가 있을까. 그렇게 작은 몸으로 세상을 고이 덮을 수 있을까. 깊고 깊은 높이가 있을까. 그렇게 날아오른 새가 있을까. 날개가 바람에 녹는 새가 있을까. 녹아서 하늘에 스며 하늘이 되는 새가 있을까. 낮에는 흰 그림자로 밤에는 검은 그림자로 세상을 덮는 것은 하늘일까. 새의 영혼일까. 깁중일의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는 질문 가득한 시다.‘아주 작은 새’는 ‘깊고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이다. 이 시의 비의가 숨어 있는 문장이다. 먼지보다 작은 새는 영혼이다, 영혼이 아니면 그렇게 작은 몸으로 세
소학서제(小學書題)에는 전엔 좋은 글이었지만, 요즘 시각으로 보면 다소 껄끄러운 글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이렇다. 옛날 소학교에서(고자소학古者小學) 사람을 가르치되(교인이敎人以) 물 뿌리고 쓸며(쇄소灑掃), 응하고 답하며(응대應對), 나아가고 물러나는(진퇴進退) 예절(지절之節)과 어버이를 사랑하고(애친愛親), 어른을 공경하며(경장敬長), 스승을 높이고(융사隆師), 벗을 친히 하는(친우親友) 도로써 하였으니(지도之道) 이 모두는 대학에서 가르치는(개소이위皆所以爲) 몸을 닦고(수신修身),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제가齊家), 나라를 다스리고(치국治國), 천하를 평안히 하는(평천하平天下)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지본之本). 태어 난지 8세가 되면 배우는 글이 소학이다. 소학을 일러 어린이 공부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어려서 반드시 몸으로 습관을 들여야 할 공부가 소학인 셈이다. 소학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더 보탤 것도, 더 뺄 것도 없는 꼭 필요한 글만 모아 기록한 책이다. 습관이 좋은 버릇으로 몸에 익혀 가고자함에 대한 부모의 바램이 오롯이 담겨있는 글인 셈이다. 그래서 이를 흔히 소학(小學)의 삼절 사도라 부르는데 삼절(三節)은 쇄소(灑掃), 응대(應對),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32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미술 만나기 방구석 미술관 ◎ 저자 : 조원재 / 출판사 : 블랙피쉬 / 정가 : 16,800원 우아하고 고상하기만 한 게 미술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삶이 낳은 미술을 들여다보고 14명의 미술계 거장들이 방구석을 찾아와 수다 떠는 멋진 광경을 상상해 보라. 이름은 들어봤으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화가들의 작품 세계와 그 뒷이야기들이 어찌나 흥미진진한지 웬만한 소설보다 손에서 놓기 어렵다. ‘미술관 앞 남자’ 자칭 ‘미남’이 별명인, 미술에 본능적으로 끌렸다는 저자 조원재. 그는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미술에 대한 오해와 허례허식을 벗겨 ‘미술, 사실은 별거 아니구나!’를 깨닫고 즐기길 바라는 시도를 한다. 방구석에 앉아 가볍게 유쾌하게 미술이라는 친구와 즐겁게 놀아보자. 알고보니 예술가들도 우리와 별반 다른 게 없다.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에 울고 웃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했다. 평생 죽음을 두려워했으나 장수의 아이콘이 된 뭉크, 알고 보니 원조 막장드라마의 주인공 프리다 칼로,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아니라 성범죄 현장을 스케치로 고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