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용인 시장님이 너한테 축하 카드를 보냈네” 카드를 건네자 딸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나를 쳐다봤다. 발신인은 용인 시장이었고 올 해 성년이 된 딸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형식적인 축하 카드일 수도 있지만 그 카드를 읽은 딸의 표정은 밝아졌다. 공식적으로 성년이 되었음을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치열한 입시를 치르고 대학생이 된 딸은 미성년이던 시절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급하게 누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고, 귀가 시간은 자꾸 늦어졌다. 미성년으로서 금지되었던 많은 것들이 해제되면서 성인이 된 의무보다는 권리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자유와 방종을 운운하며 잔소리를 해대곤 했다. 그런데 시장이 보낸 축하 카드를 보며 정작 엄마인 나는 딸이 성년이 되었음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딸을 고등학생 취급하며 구속하고 있었다. 딸은 이제 시장으로부터 성년 축하 카드를 받을 만큼 커버렸는데 엄마의 생각은 딸을 성년으로 생각할 마음도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할 마음도 없었던 것이다. 자녀가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면 부모들은 감격하며 입학식에 참여한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모의
[용인신문]용인의 대표적인 문학동호인 단체로 자리매김한 ‘용인문학회(회장 안영선)’가 반연간지로 전환해 발행하고 있는 '용인문학'32호 상반기호를 발간했다. 이번호에서는 초대시인에 김태수, 임동확, 정종배, 길상호, 김사이, 박설희, 김명기, 강봉덕, 이미상, 권정희 시인이 참여했다. 기획특집으로 마련한 '용인 아동문학을 찾아서'라는 코너에서는 이상권 작가를 비롯해 장세정, 황종금, 안수연, 김두를빛, 서지연, 권지영, 성기연 등 8명이 참여했다. 특히 명사초대석에서는 용인지역에서 오랫동안 모범적인 작은도서관을 이끌어온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을 만났다. 회원 작품엔 김윤배 시인 외 34명이 참여했고, 회원 특집에는 이경숙 시인을 소개했다. 용인문학회는 1996년 창간돼 50여명의 정회원과 500여명의 온라인 회원이 함께하고 있다. 현재 용인문학 편집주간은 김종경 시인이며, 용인문학 아카데미 시창작반은 김윤배 시인이 책임교수로 있다. 용인문학회 회원 가입은 다음카페에서 '용인문학회'를 통해 할 수 있다. 남구만신인문학상 작품공모 당선금 500만원 용인문학회가 주최하고 용인시, 용인신문사, 의령남씨 문충공파 종중에서 후원하는 ‘제2회 남구만신인문학상’공모
[용인신문]순자(荀子) 성악(性惡) 장 첫줄은 이렇다. 사람의 성품은 악하다(人之性惡). 그것이 선한 것은 가짜다(其善者僞也). 이를 삶속에서 증명해 준 여인들이 있었으니 세상은 이를 갑질삼모녀(甲質三母女)라 불렀다.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한 여자는 부자 남편을 두었고, 두 여자는 부자 부모를 두었다. 암튼 생전에 그녀의 남편이자 그녀들의 아비는 그런 처와 딸을 둔 탓에 온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다. 그걸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었다. 맹자는 시경의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가 헤아려야 한다<타인유심他人有心 여촌도지予忖度之 맹자양혜왕장구상>고 했다. 가진 거라곤 돈이 전부인 저들로서는 남을 돌아본다는 것은 사치를 넘어 범죄행위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맹자의 생각은 달랐다. 측은한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無惻隱之心 非人也). 부끄러운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無羞惡之心 非人也). 사양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無辭讓之心 非人也). 옳고 그름의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無是非之心 非人也). 맹자 공손추장구상의 이 말은 ‘사람이 사람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몽유운무화 이원규 몸이 무너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너무 쉬운 여자는 지루하고 너무 뻔뻔한 남자는 지겨워서 저잣거리는 침침하고 산중 헤매는 것도 심심해서 7년 동안 모터사이클 타고 별종 위기 야생화를 찾아다녔다 바위 뒤에 숨은 아이 산그늘 깊이 무너진 남자 아예 얼굴을 지워버린 여자 안개 치마를 입고 구름 이불 덮어쓴 몽유운무화夢遊雲霧畵 저 홀로 훌쩍이는 꽃을 찾아 지구에서 달까지 38만 4300킬로미터 오지의 야생화들이 병든 나의 폐를 살렸다 이원규는 지리산 시인이다. 어느 날 기자로 일하던 서울살이를 훌쩍 떠나 지리산으로 숨어들어 21년째 살고 있다. 1990년 청사민중시선으로 출간된 시집 『빨치산 편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그럴줄 알았다 했을 것이다. 그는 이번에 시사진집 『그대 불명의 눈꺼풀이여』와 시집 『달빛을 깨물다』를 동시에 출간했다. 지리산의 밤과 달과 별과 야생화와 바람과 숲과 계곡을 모터사이클의 굉음과 마음의 렌즈로 담아낸 서정적인 시편들이다. 시집을 받고 인사동, 출판기념회에 가겠다 약속하고 지키지 못한 것을 이 지면으로 대신한다. 몸이 무너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야생화였다. 일상이 지루하고 지겹고 심심해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지리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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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용인지역 내 저수지들이말라가고 있다. 성급히 다가온 무더위와 마른 장마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내에서 가장 큰이동저수지 저수율은 37%. 평년의 평균 저수율 59%보다 22%포인트나 떨어졌다. 예년에 비해 짧게는 하루, 길게는 1주일 가량 늦게 시작된 장맛비는 지난달 29일 이후로 뚝 끊겼다. 대신 상대적으로 맑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고, 장마보다는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바닥을 드러낸 원삼면 사암저수지. <글/사진: 김종경 기자>
[용인신문]얼마 전 광교산 형제봉에 다녀왔다. 무더웠던 오후였던지라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산에 올라가 보니 숲이 우거져 오히려 시원할 정도였다. 낮 시간임에도 수지 성복동 방면에서 올라간 등산객들이 제법 많았다. 간만에 오른 광교산에 대한 감회가 새로웠다. 취재기자 시절 나는 한동안 용인시와 수원시와의 영토분쟁 기사를 썼다. 먼저, 수원시로 편입된 영통지구 문제였다. 공교롭게도 지방의회 초창기였고, 용인군의회 의원 과반 수 이상이 수원시로의 편입을 찬성했다. 난 찬성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했고, 그들은 두고 두고 욕을 먹었다. 하지만, 당시엔 온전한 4대 지방자치가 아니었기에 어쩔수 없었다는 반응들이었다. 다음은 수지구 상현동과 이의동 편입 문제였다. 역시 수원시 뜻대로 됐다. 현재 광교호수공원을 비롯한 핫플레이스 광교지구가 예전엔 용인 땅이었던 셈이다. 뒤늦게 다 지난 행정구역조정안을 왜 끄집어 내냐고 물을 수 있다. 혹시, 배가 아파서 그러냐고?……. 솔직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다른 이야기다. 광교산 정상은 시루봉(582m)이다. 용인 수지구 고기동 산58-1번지이고, 형제봉 정상도 용인 땅이다. 그런데 수원시는 광교산 전체가 수원행정구역인양, 주
[용인신문]10년이면 강산이 몇 번씩 변하는 시대다. 용인시는 지난 30여 년간 강산이몇 번이나 변했을까? 인구 15만이 조금 넘었던 곳이 현재 106만 명을 넘겼다. 주택수와 도로 교통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었고, 도로와 지도(地圖)는 수십 차례 바뀌었다. 용인신문은 앞으로 지역에 산재된 등산로와 너울길, 둘레길, 자전거도로, 산책길은 물론 아파트 단지 내까지 트래킹이 가능한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소개한다. 일반 시민에게도 널리 홍보하고, 부족한 시설은 보완하는 등 멋진 산책길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추천을 기다린다.<편집자 주> # 용인 속살을 들여다 보자 먼저, 용인시의 명품 도보길 소개에 앞서 용인시를 소개해 본다. 인터넷 백과사전 검색 결과다. “용인(龍仁)은 경기도 중남부에 있는 시. 조선시대에 옛 지명인 용구현과 처인현의 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수도권광역개발계획으로 공장들과 교육기관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1970년 이후 인구가 급증했으며,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선사시대의 유물부터 한국민속촌·에버랜드 등 경기도 내 최대의 관광지역이다. 면적은 591.33㎢.” 참으로 간단하다. 핵심은 없고
[용인신문]“신의 집에 있는 것이라곤 논어 <한권 중> 일부입니다. 그 반 권으로는 태조를 도와 천하를 장악했으며, 나머지 반 권으로는 폐하(2세 황제)를 도와 천하를 태평케 했습니다.” 송나라 300년의 초석을 놓은 승상 조보가 2대 황제에게 한 말이다. 흔히 일부천하평(一部天下平)으로 통하는 이 문장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한번은 꼭 읽어봐야 한다는 논어에 대한 치자들의 좌우서이다. 논어에는 많은 정치적 문답이 선문답처럼 산재되어 있다. 노나라 대부(大夫)이면서 실권자인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으니 공자가 답한다. 정치란 바름이다. 네 몸을 바르게 이끈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으며, 진짜로 네 몸을 바르게 하고 정치를 한다면 뭐 어떻겠냐마는. 그러나 네 몸도 바르지 못한 주제에 어떻게 남을 바르게 하랴. 정치하는 사람들은 치가 떨릴 만큼 바르게 살아야한다는 말이다. 계강자가 또 물었다. “나라에 도둑이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니 공자 답한다. “너만 욕심 부리지 않으면 된다.” 그러자 또 묻는다. “만약에 나쁜 놈이 있으면 잡아다 본보기로 죽이면 되느냐?” 공자의 답은 싸늘했다. “너만 착하면 백성들은 자연히 착해 질 것
론리 푸드 임지은 식초에 절인 고추 한 입 크기로 뱉어낸 사과 그림자를 매단 나뭇가지 외투에 묻은 사소함 고개를 돌리면 한낮의 외로움이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다 나는 이미 배가 부르니까 천천히 먹기로 한다 밤이 되면 내가 먹은 것들이 쏟아져 이상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식초 안에 벗어놓은 얼굴 입가에 묻은 흰 날개 자국 부스러기로 돌아다니는 무구함과 소보로 .......(중략)..... 나는 식탁에 앉아 혼자라는 습관을 겪는다 의자를 옮기며 제자리를 잃는다 여기가 어디인지 대답할 수 없다 나는 가끔 미래에 있다 놀라지 않기 위해 할 말을 꼭꼭 씹어 먹기로 한다 『무구함과 소보로』는 임지은의 첫 시집이다. 그녀는 이 시집에서 명사형의 시어들을 많이 차용하고 있다.‘무구함’은‘무구하다’라는 형용사의 명사형이다. 명사형‘무구함’이‘소보로’와 병치되면서‘무구함’은 사물처럼 울림을 갖는다. 임지은 시의 이 비의를 알기까지 적지 않은 시편을 읽어내야 할 것이다.「론리 푸드」는‘혼밥’으로 의역하면 좋을 듯 하다. 한낮의 외로움은 밝은 연두빛으로 오지만 밤의 외로움은 어두운 회색빛으로 온다. 외로움의 색깔이 달라지는 낮과 밤이다. 식탁에 부스러기로 돌아다니는‘무구함과 소보로’
[용인신문]용인시가 난개발(亂開發)오명을 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건설업체들과 극소수인 토지주들의 비양심 문제일까? 난개발의 배경에는 반드시 행정력 책임이 뒤따른다. 모름지기 행정력을 집행하는 공직자들은 법을 팔아먹는 주체다. 난개발의 오명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난개발이란 신조어가 처음 등장한 곳이 바로 용인시다. 1990년대 초반, 분당신도시 개발 이후 수지지역에 개발광풍이 몰아닥쳤다. 당시 정부투자기관인 한국토지개발공사는 수지지역에서 노른자위 부분만 쏙쏙 뽑아 개발을 주도했다. 민간 업체들은 정부가 추진한 수지1·2지구와 죽전·동백지구 등을 제외한 농지와 임야를 싸게 사들여 마구잡이 개발을 시작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준농림지역제도’였다. 따라서 난개발은 법을 만든 정부 책임이 가장 크고, 이에 편승해 개발호재(지방세수)를 노린 지자체와 민간업체 책임이 그 다음이다. 1993년 준농림지역제도 도입으로 3만 건의 공장과 30만호의 주택이 건설됐다. 제조업은 경쟁력을 확보했고, 주택 가격 안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수도권에서만 분당신도시 5배에 달하는 중소 주택단지 건설로 인해 기반시설 부족, 교통체증, 환
[용인신문]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강화된 제2윤창호법 시행 3일째인 지난 달 27일, 용인동부경찰서(서장 곽경호)의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이날 밤 10시부터 2시간동안 기흥구 하갈동 일원에서 벌인 음주단속 결과, 한곳에서 면허 취소와 정지 수준으로 적발된 운전자는 각각 1명이었다. 지난달 25일부터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취소 기준은 0.1%에서 0.08%로 강화됐다. 용인동부경찰서 김원중 교통과장은 “동부서 관할에서만 2015년부터 현재까지 138명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중 약15%가 음주운전 사고였다”면서 “음주운전단속은 사고예방차원에서 매일 밤 하고 있으며, 간헐적으로 아침 숙취와 주간 단속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음주운전 단속현장을 지휘하던 이현주 팀장은 “단속 기준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술 한잔이라도 마셨을 경우 절대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글/사진: 김종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