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에 진복창전陳復昌傳을 짓고, 8세에 화석정化石亭 시를 지었으며 10세에 경포대에 올라 경포대부鏡浦臺賦를 지은 율곡. 그는 22세 때 방황의 끝에서 58세의 퇴계를 찾아가 만난 12년 후 34세부터 46세까지 장장 12년에 걸쳐 율곡사과栗谷四科라는 불후의 명저를 짓는다. 34세에 정치하문政治何問, 동호문답東湖問答을 40세에 철학절문哲學切問, 성학집요聖學輯要를 42세에 몽학강효蒙學綱效, 격몽요결擊蒙要訣을, 46세에 역사현감歷史縣監, 경연일기經筵日記를 기록한다. 그중 동호문답東湖問答 논군도論君道편에서 말한다. 동호의 객이 주인에게 “고금에 치란이 없는 때가 없는데 어떻게 하면 다스려지고, 어떻게 해서어지러워지는가?”라고 묻자 주인일 말하길 “다스려 지는 데에 두 가지가 있고, 어지러워지는데도 두 가지가 있다…(중략)…”. 다시 손님이 묻자 “그것이 무엇을 말함인가”, 주인이 대답하길 “임금이 똑똑하여 난놈을 잘 부리면 된다. 또 임금이 다소 못났더라도사람만 잘 쓰면 된다.” 이것이다스리는 두 가지다. 정치란 국민들이 균형 잡힌 삶을 살도록 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정치가는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자신이 없다면 그만둬야 한다는 말이다
체 류 휘민 병상에 누운 그녀가 갓 부화한 아기 새처럼 나를 쳐다본다 달력 뒷장에 적힌 전화번호를 더듬거리듯 내 몸 여기저기를 꾹꾹 누른다 나를 삼키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 기울어지는 저녁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눈길을 돌리고 마는 나 그녀의 정강이를 손아귀로 잡아 본다 신이 아직 파괴하지 못한 단단한 어둠 한 줌 창밖으로 소낙비가 지나간다 엇박자로 덜컹거리는 심장 속으로 또 한 차례 밀려드는 어둠 저 비가 긋고 밤이 오면 저녁은 누구의 무릎을 짚으며 돌아갈까 사선으로 떨어지는 젖은 불꽃들 우두커니 형형이다 병상을 지키고 있는 시인의 몸을 꾹꾹 누를 수 있는 시선이라면 육친이 맞다. 혈육이어서 병상의 그녀는 시인을 삼키듯 애절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 장면이 눈물겨워 시인은 슬그머니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장면이다. 생로병사의 통과의례를 누가 비켜갈 수 있을까. 시인의 진정한 문장은 그 다음 부터다. 혈육의 정강이를 잡아보는 시인에게 정강이는 ‘신이 아직 파괴하지 못한/단단한 어둠 한 줌’이어서 혈육의 생애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진다. 혈육은 어떻든 더 오래 더 강건하게 살아 있어 시인을 삼키듯 바라보고 몸의 여기저기를 꾹꾹 누르기
<용인신문>
뇌경색 1년 투병 남다른 3·1절 원삼면 보금자리로 돌아가길… 지난 23일, 3.1절 10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93) 일대기를 책으로 남기기 위해 취재차 오 지사가 입원해 있는 서울 소재 중앙보훈병원을 찾았다. 오 지사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뇌경색으로 쓰러져 1년을 투병중이다. “오늘 처음으로 침대에 일어나 앉았고, 필담 노트에 이렇게 많은 글을 써보기도 처음입니다.” 간병인이 놀라워했다. 병세가 호전되는 것 같다며 병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삼일절’. 그녀는 며칠 남지 않은 삼일절을 썼다.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뜨거운 마음이 느껴졌다. 14세 때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연극 제목과 내용을 묻자 노트에 ‘신대한가’ ‘난 독립군이었다. 일본을 타도하자. 날강도다. 두만강 삼천리. 독립을… 싸워나가세…’라는 ‘독립군가’를 집중해서 썼다. 독립군으로 활동하던 시절, 청년의 뜨거운 피가 느껴졌다. 순간 80년 전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오 지사의 눈이 빛났고,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콧줄로 점심 식사 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려 아들 김흥태씨 안내로 지난해 용인시에서 지어준 오 지사의 원삼면
고통의 증명 이 병 국 나는 다른 곳에 있다 다른 곳의 다른 곳 네가 앉아 있는 곳에서 갈라진 최초의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된 한 뼘의 세계 불가능한 정리를 가장자리에서 잃어버린 거짓의 논리처럼 무너진 토대를 걷는 칼날처럼 (.....) 삶을 노출당한 이는 별을 삼키려는 듯 입을 벌리고 있다 몸을 견디고 있다 증명할 수 없는 확률로 위로가 멀어진다 내가 앉아 있는 곳에서 고스란히 오려진 한 뼘 나는 익숙하게 흐려진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구부정한 오류의 세계 건널목 맞은편에서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뒷모습이 전부인 다른 곳의 다른 곳 이병국의 첫시집『이곳의 안녕』은 낯선 시적질서로, 혹은 익숙하지 않은 이미지들의 개진으로 신선하다. 따뜻한 시어들과 섬세한 문장과 젊은 날의 아름다운 방황이 시편의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친근하게 읽힌다. 「고통의 증명」은 연시로 읽어야 맛이 난다. 그의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곳에 놓여진 고통이다. 그런데 그 고통은 익숙한 고통이다, 구부정한 오류의 세계에 놓여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익숙하지만, 익숙하다고 고통이 작아지지 않아 다정하게 손 흔드는 뒷모습도 아픈 것이다. 사랑은 고통이 맞다. 김윤배/시인<용인
망향의 언덕에서 글 사진 이상엽/작가 사할린섬 남부의 코르사코프시 ‘망향의 언덕’ 앞이다. 오랜 기차 여행 끝에, 비록 바다 건너 섬이지만 이곳은 우리에게 특별한 곳이기에 애써 찾아 왔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쓸쓸하게 잡초만 무성한 언덕일 뿐 그 어떤 표식도 왜 이곳이 ‘망향’이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언덕 아래로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 홋카이도를 왕래하는 여객선과 화물선이 정박하는 항구가 보인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이듬해 일본인은 정전협정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됐다. 하지만 식민지 조선의 유민으로 남은 카레예츠(고려인)들은 코르사코프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이 언덕에서 귀국선을 기다렸으나 끝내 오지 않았다. 1940년대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된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귀국은 절박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은 돌아가지 못했다. 일제가 끝까지 마무리 지었어야 했다는 당사자 책임론과 신생 대한민국정부의 민족적 책임이라는 두 논리가 충돌했다.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그들은 사할린에 남겨졌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시에도 고국으로 돌아갈 의사가 없었던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19세기 말부터 연해주 일대에서 사할린으로 이주한 조선의 유민들과 일제
정치政治란 글자를 파자해보면 바를정正 아비부父 삼수변氵 태풍이台 마늘모 혹은 휘둘릴사厶 입구口로 구성된다. 이를 풀어보면 ‘정치인은 바른 도리를 가진 아버지처럼 백성들이 물과 태풍에 휘둘려 삶이 곤고해도 먹을 것은 꼭 챙겨줘야 한다’ 쯤 된다. 공자가 위나라로 갈 때 염유가 수레를 몰았는데 공자는 “백성이 많구나”라고 하니 “염유가 백성이 이미 많은데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들을 부유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가 “이미 부유하게 되었다면 무엇을 더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의 목적은 백성을 부유하게 또 바른 길로 가도록 모범을 보이는 행위다. 논어 계씨季氏편에서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인에 대해 말하길 백성이 적은 것을 걱정하지 말고, 저들의 삶이 서로 균등하지 않을까를 걱정하라(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고 했다. 대학大學에서 정치인의 자격요건을 에둘러 표현하기를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다.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국가를 다스리면 천하는 기울어짐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인간사의 비극은 수신이나 제가가 덜된 것들이 누군가를 다스리겠다고 나서는데 그 심각성
<용인신문>
정치권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마다 요즘 ‘협치(協治)’라는 말이 유행이다. 과거 정치권의 ‘연정(聯政)’은 둘 이상의 정당이나 단체 연합을 뜻했지만, 협치는 지역사회에서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더 세밀하고 광범위한 협의와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의지의 언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경영의 의미를 지닌 ‘거버넌스(governance)’와 더 유사한 말이기도 하다. 최근 경기도의회와 경기도는 협치와 상생 정치 구현을 위한 ‘제1회 경기도-도의회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인근 수원시는 시민의 시정 참여를 제도화한 ‘수원시 협치 조례’를 제정해 공포했다. 협치 조례는 다양한 지역사회문제를 중앙과 지방정부, 기업, 시민, 전문가 등이 소통과 합의 과정을 거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권위주의적 구태 행정을 청산하겠다는 선포임에도 헛된 구호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칫 선언적 의미로 전락한다면 행정력의 족쇄를 이유로또 다시 용두사미가 될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소심한기우이길 바란다. 하지만 이미 지자체마다민관,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협치(각종 위원회)기구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등은 애당초
밝고, 예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희망글 ‘설레임’과‘호기심’이 가득한 10대들이 진짜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 책 ‘우리들이 진짜하고 싶은 이야기-글로 적다’가 북앤스토리에서 나와 화제다. 여기 실린 글들은 그동안 어른들이잊고 살았던다양한 것들을보여주고 있다.초등학생부터 중학생들이 쓴 반짝거리는언어는과장이없고, 발랄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봄날거친땅을헤집고나오는푸른새싹들을보는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감성어린 글들은 더욱 말랑거리며 생생한 느낌을 준다. <오룡 인문학연구소>에서 읽고, 쓰고, 말하기를 배우고 있는 10대들이 남긴 글을 모은 《우리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글로 적다》는 모두 27명의 초‧중등학생들이 순간순간의 감정을 치열하지만 명랑(明朗)하게 써냈다. 이 책엔 답사기를 비롯해 시, 소설, 시나리오 등의 다양한 부문의 글 수십여 편이 실렸다. <오룡 인문학연구소> 오룡 원장은 “자기 언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써야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나’와 ‘나 이외의 것’의 경계를 허물어 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10대 예비 작가들의 감수성은 맑고 투명한 언어로 표현됐다. 문장의
속이 꽉 찬 맛있는 수제 만두 … 고기리 ‘화수분’ 이열치열, 이냉치냉이라고 했던가요? 한여름에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하고, 냉면은 겨울에 먹는 음식이라고 하지만 크림은 겨울엔 보글보글 따끈한 음식이 많이 생각나요. 입춘은 지났지만 여전히 쨍한 바람이 차가운 날씨라 뜨끈하 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던 차에 용인 고기리에 아주실한 만둣 집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이름은 ‘화수분’.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인데 고기리 ‘화수분’은 맛있는 메뉴들이 가득한 곳이었어요. 고기리에 몇 번이라도 가보신 분이라면 지나는 길에 커다란 비행기 모형 많이 보셨을 거예요. 그 아래에 점포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만두 맛집 ‘화수분’입니다. 간판은 작은 편이라 잘 눈에 띄질 않고 바로 옆 부동산 노란 간판 보고 찾는 게 더 쉬워요. 주차는 매장 앞에 두어 대 정도, 비행기 모형 뒤쪽으로도 주차 가능합니다. 메뉴는 만두와 별미로 나누어져 있어요. 만두 파트에는 만두 전골, 군만두, 찐만두와 만둣국이 있고 별미 파트에는 갈치조림, 황태구이, 산채비빔밥, 오삼불고기 그리고 계절메뉴 묵사발 국 수가 있습니다. 손 만두 전문점이니 만두 파트를 먹어보고 싶어 모두 주문했
<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