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나는 공책을 만들어 쓴다. 내가 좋아하는 공책의 모양은 A4 용지를 반으로 접은, A5 크기다. 180도로 펼쳐져서 어떤 바닥에서도 평평하게 필기할 수 있고, 줄이 없는 공책이다. 용도를 정해두지 않고 공책을 쓴다. 어떤 날은 필사 노트로, 어떤 날은 드로잉북으로 변신한다. 용도를 정해두고 나면 그 용도에 부합하는 내용만 써내려가야 만 할 것 같아 잘 사용하지 못한다. 이런 나의 공책 취향은 내 성격과도 비슷하다. 마음이 시시각각 변하고 관심사도 자주 옮겨 다닌다. 장점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거침이 없다는 점이고, 단점은 때로는 거침뿐만 아니라 대책도 없다는 점이다. 거침이 없을 때는 대개 신이 나지만 대책이 없을 때는 진땀이 난다. 그 사이를 자주 오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용인신문] 현대는 목적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시대이다. 어른들은 목표가 없는 아이들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살피기도 한다. 현대인은 바쁘다. 너무 바쁘다. 우리 주변은 정보로 넘쳐나고 있다. 『피로사회』의 저자로 알려진 한병철은 그러한 사회 속에서 시간은 절대로 향기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너무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만들지 못한 채 정보와 정보 사이를 떠도는 무중력의 삶을 산다고 말한다. 과거에 인간은 믿을만한 가치관에 의해 생의 과정을 누리며 살았는데 근대 이후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의미가 사라지면 누구든 영속성 있는 존재로 굳건히 자리하지 못해 불안과 공포가 발생한다. 결국, 무가치한 존재가 되고 어떤 우연이 닥쳤을 때 금세 무너져버릴까 전전긍긍하며 살게 된다는 말이다. 시간의 향기를 회복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다시 말해 뭔가 되기에 빠져 바쁘게 사는 삶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설 때 진정한 생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에 향기가 있다면 그것은 의미를 회복한 시간을 말한다. 『시간의 향기』는 서두르지 않고 한 땀 한 땀 시간을 회복하기 위한 벽돌을 쌓아 올린다. 2017년
[용인신문] 정부는 시장원리에 따른 교육개혁(안)을 내세워 입시제도의 개편을 모색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고교학점제는 교육부의 명문고 육성정책과 맞물려 있다. 정부 수립 이후 대학입시를 골간으로 하는 교육제도는 누더기가 될 만큼 개악(改惡)을 거듭해왔다. 역대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교육제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미국과 일본은 경쟁 원리에 따라 대학과 고등학교의 서열을 인정하는 방향의 입시제도를 채택했다.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인 유신시절에 고교평준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입시제도도 그에 맞게 개편되었는데 어느 것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뜯어고치기를 거듭해왔다. 미국은 사교육을 육성하기 위해 공교육을 철저하게 희생시킨 나라다. 공교육의 골간인 중등교육제도를 보면 공립학교가 사립학교에 맥을 추지 못하고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시장원리에 따라 교육을 산업(産業)으로 분류하는 나라다. 영국은 수 세기 전부터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여 대학을 대폭 늘리기보다 명문 학교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미국은 대학의 수를 크게 늘리면서도 엘리트 교육에 중점을 둔 사립학교의 지원과 육성에 주력했다.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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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국군은 병력을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사병 수는 30만 명으로 하기로 했다. 50만의 병력도 사실 너무 많은 숫자다. 일본 자위대는 20여만, 영국은 23만이다. 군을 현대화하면서 병력의 수를 크게 감축한 결과다. 국군의 적정 규모는 25만~30만 정도다. 그런데도 군부(軍府)에서 50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30만 정규군 체제를 유지하면 장성(將星)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대장(大將) 직책도 현재의 여덟 자리에서 4~5개로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방대한 병력을 고집해온 군부는 ‘북한의 병력이 113만 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거로 대규모 병력 감축을 반대해왔다. 북한의 군대는 절반 이상이 건설사업 등에 동원되는 공병대의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설 현장에도 군대가 동원되고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군대의 몫이다. 병력 30만을 모병제로 전환하여 일본의 자위대같이 부사관 이상으로 편제하면 유사시 동원예비군을 사병으로 배치하고 현역군인은 부사관 이상 지휘자로 활용할 수 있다. 30만 병력에 1회 복무기간을 5년으로 하고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한다면 군대에 지원할 청년은 넘칠 것이다. 여성 지원자에게도 일정 비율을 할당하면 행정
월하정인月下情人 - 어느 사내의 독백 안영선 저 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좋겠어 당신 눈에 흐르는 내 눈물 감출 수 있으니까 당신 손을 꼭 쥐면 내 심장도 떨리겠지 순라군*이 오기까지 이 황홀한 떨림을 즐길 거야 저 달이 희미해질 때까지 당신 손 꼭 쥐고 있을 거야 오늘 밤은 당신과 함께 춤을 춰야지 오직 당신을 위한 나를 위한 춤을 출 거야 저 달이 희미해질 때까지 당신과 함께 춤을 출 거야 당신 체온은 내 몸으로 뜨겁게 뜨겁게 스며드는데 이 밤 당신과의 언약을 지킬 수 없을까 봐 두려워 차라리 저 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정말 좋겠어 이런, 달이 자꾸 커지고 있어 초저녁에 뜬 둥근 달처럼 * 조선시대 도둑이나 화재 등을 경계하기 위하여 밤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군인. 경기도 이천 출생. 2013년 《문학의 오늘》 등단. 시집 『춘몽은 더 독한 계절이다』
[용인신문] 용인시 처인구에 반도체 산단 두 곳이나 생깁니다. 원삼면에 조성 중인 하이닉스와 이동‧남사읍에 들어서는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입니다. 신규 반도체 산단이 모두 처인구에 있지만 정작 처인구 도심에서 연결되는 도로는 오솔길 같은 수준입니다. 처인구 중앙동과 역북동 등 도심에서 반도체 산단이 들어서는 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는 57번 국지도 와 321번 그리고 318번 도로입니다. 그리고 이들 도로의 확장 및 정비 계획은 모두 오는 2035년까지로 돼 있습니다. 당장 반도체 산단이 오는 2025년과 2026년에 들어서는 것으로 추진 중인 상황에서 2035년 까지 도로 확장 등 정비가 미뤄진다면, 처인구는 다시 한번 소외 받을것 입니다. 처인구는 그동안 철도와 도로 등 교통 인프라 부분에서 오랫동안 소외 받아 왔습니다. 조속한 도로교통 인프라 확장으로 처인구 도심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도록 57번, 321번, 318번 도로 확장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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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할머니는, 내게 역사였다. 내가 역사를 공부하게 된 것의 8할은 할머니 때문이다. 할머니는 지나간 것들을 구구절절 읊조렸다. 그녀는 음유시인이었고, 때론 판소리 명창이었다. 손자가 유일한 관객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지만, 조각처럼 떠오를 뿐이다. 징용으로 끌려갔던 할아버지와 동학농민운동으로 풍비박산 난 친정. 6.25전쟁때 비행기의 오폭으로 오른팔을 잃은 이야기. 오래전 그 시절부터였던 모양이다. 할머니의 못다 한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지시살지(然至是殺之), 시년이십육(時年二十六). 조선 성종 때 고령에서 태어나 연산군 때 죽은 박은에 대한 기록이다. 지난 며칠간 박은의 붓과 기록자의 붓을 이해하고자 마음을 쏟았다. 고작 열 글자로 남겨진 박은의 졸기(卒記)가 서러웠기 때문이다. 죽음은 모두 덧없기 짝이 없지만, 잔인한 죽음도 있는 법이다. 박은의 붓은 붓으로서 꼿꼿하다. 이 명쾌한 단순성이 그가 지닌 붓의 무서움이었다. 그의 생애가 처절한 아픔으로 다가온 이유를, 이제 겨우 조금 알 것 같다. 기록자의 붓끝이 짧아서가 아니다. 혼탁한 시류 속에 살기를 바라지 않았던 박은에 대해 최고의 찬사
[용인신문] 국가 간의 전쟁은 피해자에게만 두려움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전범국의 시민들은 그들의 지도자에 대해 어떤 감정들을 가지고 있을까? 전쟁과 상관없어 보이는 오지에서는 전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전범 국가 소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인 요한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소설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색이 짙어가던 독일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우편배달부 요한은 전사가 되고 싶었으나 3주 만에 왼쪽 손을 잃고 돌아왔다. 요한은 전장에서 보내온 편지들을 마을로 배달해 주고, 마을 사람들이 전장으로 보내는 소식도 대신 받아 우체국에 전달했다. 무엇보다 검은 편지가 중요했다. 그것은 전사자 소식이었다. 맨 처음 전사 소식을 전했을 때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었던 요한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렇게 요한은 일곱 마을에 우편배달을 했다. 요한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을에 남은 사람은 부녀자들과 아이들과 노인 혹은 장애인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품은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두 어머니를 요한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보여주어 전쟁이 주는 참상을 더욱 짙게 전달한다. 요한은 우편배달부가 전쟁 중 소식을 전해줘서 의사와 같은 역할을
[용인신문] 자동차가 들어오면 집에서 나와서 인사하고, 외부인이 주는 풀도 곧잘 받아먹는 순한 염소 마돈나는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한 유명염소다. ‘마을에서 돈 나오는 구석’이라는 숨겨진 뜻이 있는 마돈나는 처음 마을이 만들어질 때 공터에 풀을 좀 효과적으로 제거하자는 목적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두어 번 가출도 해 마을을 놀라게 하게도 했지만 1주마다 한 집씩 당번을 정해서 돌봐주는 마을 반려 염소가 되었다. 몸이 아플 땐 대동물 수의사의 왕진도 받는다. 키워서 보신용으로만 인식되었던 동물들의 변신이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 ※ 2019년 6월에 시작한 황윤미 객원 사진기자의 <스마트 아이>가 4년간의 연재를 이번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용인신문] 기흥구 마북동에 위치한 (구)여성능력개발본부는 여성권익 신장과 경력이 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출을 위해 많은 사업을 추진해 온 곳입니다. 현재는 경기도일자리재단 조직개편으로 남부사업본부로 확대되어, 여성뿐만 아니라 대상별 사업과 청년을 위한 도지사 공약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하지만 플랫폼시티 개발로 수용돼 내년이면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용인시민 입장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서비스를 더 가까이 혜택을 받고, 시 입장에서는 수백억 도비 지출로 직간접적인 경제유발 효과가 있습니다. 또 일자리를 찾아 경기남부권역의 도민들이 용인시로 찾아올 것입니다. 용인시가 공공건물이나, 민간 건물에 대한 임대료 지원 등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도일자리재단 남부사업본부 (여성능력개발본부)의 잔류를 적극 검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