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지방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평가의 시간이다. 그래야만 한다. 평가가 빠진 선거는 정치를 타락시킨다. 특히 지방선거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 지난 임기 동안 지방정부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를 따져 묻는 자리가 지방선거다. 잘한 지방정부는 선택받고, 잘못한 지방정부는 심판받는 것. 이것이 정석이고 정수이며,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선거는 오랫동안 이 정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유권자의 선택 기준은 지방정부의 행정 성과가 아니라 중앙정치의 흐름, 대통령 지지율, 정당 구도에 좌우돼 왔다. 지방선거가 ‘지방정부 평가’가 아니라 ‘중앙정부 중간평가’처럼 치러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그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책임성은 점점 흐려졌다. 여름철 집중호우로 도로가 잠기고 하천이 범람했을 때, 겨울철 폭설과 빙판길로 시민들이 다치고 출·퇴근길이 마비됐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재난 대응과 안전 관리, 제설과 배수, 생활 인프라는 지방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실패가 선거에서 실질적인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지방자치라면 지방정부는 계
용인신문 | 2025년의 대한민국 정치는 분명 위기이자 기회였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질서의 충격과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은 국가 운영의 근본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통치의 정당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권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느냐는 질문은 더 이상 추상적 담론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이 시기 국가는 단순한 관리자를 넘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주체로 소환됐다. 탄핵 이후의 정치는 ‘속도’와 ‘결단’을 지도력의 핵심 덕목으로 다시 부각했다. 혼란의 국면에서 지체 없는 판단과 신속한 실행은 국가 운영의 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위기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는 선택은 책임 정치의 출발점이자 지도력의 존재를 증명하는 최소 조건이기도 하다. 다만 그러한 선택은 분명한 방향과 사회적 맥락 위에서 작동할 때만 신뢰로 축적된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명의 운명은 도전의 크기보다 그 도전에 어떻게 대응했는가로 결정된다는 통찰이다. 위기는 피할 수 없지만, 대응의 방식은 선택의 영역이다. 탄핵 이후의 대한민국 정치는 바로 그 선택의 장 위에 놓여 있다. 정치는 언제나 욕망을 품는
용인신문 | 천하에 두려워할 만한 것은 오직 백성뿐이다. 서슬 퍼런 임금님이 주인이던 시대, 허균이 한 말이다. 진나라가 망했고 한나라가 혼란스러웠으며 당나라가 쇠한 데는 단 하나의 이유만 존재한다. 권력자가 백성을 괴롭힌 까닭이다. 백성 눈 밖에 나서 끝이 좋았던 임금은 없었다. 맹자는 『맹자』 「진심장구」 하편에서 백성은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고 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임금은 가볍고 백성은 귀하다’는 군경귀민론(君輕貴民論)이다. 순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고 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으나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을 가볍게 알고 제멋대로 굴다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권력이 한둘이 아니다. 권력을 쥔 자가 권력을 빙자하여 하면 안 될 짓을 했을 때, 본인 생각으로는 ‘아무도 모르게 했으니 누구도 모르겠거니’ 하겠지만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이미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리고 자신이 안다. 벌써 이렇게 셋이 알거늘 저리도 어리석고 모자라서야 되겠는가. 하늘이 임금을 세우고 또 사람을 들어 벼슬아치로 앉히며 권력을 주는 것은, 백성을 돌아보고 건강하게 길러내며 편안
용인신문 | 12.3 내란이 일어난 지 어느덧 1주년이 되었다. 2025년 12월 3일 윤석열 내란 1주년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은 길고도 길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벌어진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자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고 5200만 국민을 상대로 선언했다. 그로부터 12월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이 탄핵 소추되고 2025년 4월 4일 헌재에서 파면되기까지 국민은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윤석열이 파면되고 6월 3일 실시된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어 6월 4일 제2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는 내란 극복을 국정의 제1과제로 삼고 3대 특검을 실시했고 윤석열 내란 수괴는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내란 특검은 윤석열 내란과 함께 외환유치죄도 수사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윤석열은 평양에 무려 18차례나 무인기를 보내 전쟁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내란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북한을 자극하여 전쟁을 유도하려고 혈안이 되었던 것이다. 백번을 양보한다 해도 대통령이라는 자가 국민을 전쟁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으
용인신문 | “종로 4가에서 만나자.” “종묘 앞에서 만나자.” 같은 장소를 지칭하면서도, 이를 부르는 말 속에는 화자의 무의식적인 가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종로 4가는 흔히 ‘세운상가’로 통한다. 그 바로 곁에 있는 종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전히 종묘의 위치조차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고, 그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무엇을 상징하는 공간인지에 대한 인식도 희미하다. 종묘는 유교 예제에 따라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제례 시설이다.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관과 유교의 조상 숭배 사상이 독특하게 결합한 한국의 사묘(祠廟) 건축 유형이다. 혼령을 위한 공간답게 건물의 배치와 구성, 재료 하나하나에서 절제와 단아함,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엄숙함과 영속성을 느낄 수 있다. 조선 왕조는 이곳에서 국가와 백성의 안위를 위해 문무백관과 함께 정기적으로 제사를 올렸다. 종묘는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신성 불가침의 공간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급박한 피난길에 오르면서도 종묘의 위패를 가장 먼저 챙겼을 정도다. 종묘는 조선시대의 원형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종묘제례’라는 의례
용인신문 | “여기가 좋아//떼굴떼굴 뒹굴고 싶어라//뒹굴어/뒹굴어//저 비탈 아래 숯내 이르러/홀짝홀짝 울고 싶어라//뒷산 잔등에 올라” 고은 시인이 최근에 쓴 시 「세상의 시 578」이다. 집 뒷산에 올라 탄천 숯내를 내려다보며 즉흥적으로 터져 나온 듯한 시, 참 천진스럽다. 모든 것이 텅 비어가며 깊어가는 이 가을날 어린애로 돌아가고 있다. 탄천 깨끗한 물로 숯 검댕이 같이 더러워진 몸을 씻으면 혼이 자유스러워진다는 숯내 전설을 떠올리게 하며 기쁨과 슬픔, 어림과 늙음, 이승과 저승 등 우리네 삶을 재단하는 2분법을 단박에 뛰어넘는 시다. 세계 최고 시인으로 대우받다 나락으로 유폐된 시인의 심사도 보일듯하다. 며칠 전 고은 시인을 탄천 앞 식당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스페인에서 세계적인 문학상인 레테오상을 ‘국제적인 시의 모범’이란 이유로 받고 돌아왔고 또 위 시가 실린 신작 시집 『세상의 시』 4, 5권을 잇달아 펴내 후배 문인들이 마련한 축하 자리였다. 그런 모임은 극구 사양하면서도 92년 생애 전 체험에서 진심으로 우러난 말들을 들려줬다. “이제 나, 자연의 인간인 나로 돌아온 것 같아 좋아. 사회에 얽매인 나를 내려놓으니 말이야”라며 털어놓은 한마
용인신문 | “언론의 자유가 사라지는 날, 나머지 자유들도 함께 사라진다.”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언론은 사회의 도덕적 심장이다. 지난 33년 동안 용인신문은 ‘언론은 사회의 심장’이라는 철학을 뿌리로 삼아, 풀뿌리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 지역의 진실을 비추는 창(窓)이 되어왔다. 시민의 삶을 기록하고, 도시의 성장과 고민을 함께 걸어온 발자취는 지역사회의 역사 자체였다. 용인의 성장과 변화는 눈부시다. 110만 인구의 거대 도시로 성장하며, 대한민국 특례시 시대를 선도하는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 길목마다 용인신문이 있었다. 대규모 도시개발의 현장을 살피고,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때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지역의 그늘을 비춰왔다. “기록이 곧 지역의 기억”이라는 언론의 철학을, 용인신문은 가장 성실하게 실천해왔다. 용인신문 기록의 무게만큼, 용인의 오늘은 단단해졌다. 역사를 돌아보면, 조선시대 언론기관인 사헌부와 사간원은 왕과 대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며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해 헌신했다. 권력 앞에서도 바른말을 아끼지 않았던 언관들의 존재야말로, 조선이 오백 년의 세월을 이어올 수 있었던 근간이었다. 오늘의 언론 또한 그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력
용인신문 | 3500억 달러를 현찰로 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짜는 일단 막아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3개월여를 끌어온 관세 협상을 매듭지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0억 달러는 매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10년에 걸쳐 투자한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MASGA로 명명된 미국의 조선업에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투자하는 한편 투자기업의 융자나 대출을 정부가 보증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울며겨자먹기식이지만 미국의 깡패짓에 맞서 우리 정부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통이 터진다. 언제까지 미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굴욕을 감내해야 하는지 실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경주 APEC은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열렸고 국민의 관심은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에 쏠렸다. 결과는 이재명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고 일단 소나기는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9년 1월 20일 정오에 종료된다. 트럼프는 2028년 3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나 미
용인신문 | 권성동 의원이 수감되었다는 소식에 당사자는 억울함을 토로할지 모르나, 이를 자업자득이라 여기며 통쾌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의 수감은 어떤 면에서 그가 보여준 ‘의리’의 결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가 주군으로 모시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먼저 옥고를 치르고 있으니, 그의 오른팔을 자처하던 이가 그 뒤를 따르는 것이 어쩌면 그들 세계의 논리일지 모른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은 익숙하지만, ‘친구 따라 감옥 간다’는 말은 실로 생소하다. 검사들이 흔히 쓰는 ‘피의자(被疑者)’라는 말이 있다. 범죄 혐의로 의심받아 수사의 대상이 된 사람이란 뜻이다. 평생을 권력의 정점에서 남을 단죄해왔을 그들에게 피의자라는 신분은 상상조차 못 할 일이었을 것이다. 어제의 준엄했던 칼날이 오늘의 자신을 겨누는 형국이니, 역사의 심판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업보(業報)는 피해 갈 수 없었던 모양인지, 결국 두 사람 모두 나란히 감옥행 열차에 오르는 신세가 되었다. 그들의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실로 ‘창대’했다. 한밤중에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었다. 고교 선후배 몇몇이 모여 꾸
·용인신문 | “가뭄은 지도자의 거울이다.” (Drought reveals the quality of leadership.) 물이 귀한 아프리카 케냐의 속담이다. 절묘하다. 올여름 강릉을 덮친 상수원 부족 사태를 미리 예견한 듯하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물 천지 즉 바다인 도시, 강릉은 아이러니하게도 단수에 가까운 급수 제한을 겪었다. 음식점은 물론 학교 급식이 중단되고, 공공기관 화장실이 폐문됐다. 하필이면 한철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에 말이다. 상수원이 다르고 백두대간 너머의 일이지만, 이 일이 용인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단정할 수 있을까? 아니다. 만약 비슷한 사태가 수도권에서 벌어진다면 피해는 용인만이 아닐 것이다. 팔당호를 상수원의 80% 이상 의존하는 용인을 비롯, 서울과 인천, 수원·평택·하남·남양주·광주·화성 등 수도권 도시들, 즉 이 나라 인구 절반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물은 단순히 마시고 씻는 생활용수에 그치지 않는다. 용인에 들어설 거대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생각해보자.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상징이지만, ‘물’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산업이다.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약 8000 리터.
용인신문 |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호기심은 가장 강력한 당파성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그러나 꽃은 저절로 피지 않는다. 햇살과 물, 흙과 손길이 모여야만 제 빛깔을 드러낸다. 선거 역시 그렇다. 민주주의의 본령은 국민의 참여에 있고, 참여는 질문과 검증을 통해 완성된다.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남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장은 권력이 어디서 나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새겼다. 참여가 멈추면 권력은 비어 있는 의자처럼 아무나 차지할 수 있고, 검증이 멎으면 민주주의는 간판만 남는다. 겉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텅 빈 제도, 그것이 검증을 잃은 민주주의다. 대한민국 정치의 시간표는 4년 주기의 장(場)과 닮았다. 도시의 시장(市場)은 건물주가 주인이고, 농촌의 장시(場市)는 보부상들의 독무대였다. 앉은 장사는 신용으로 먹고살고, 떠돌이 장사는 말솜씨로 하루를 넘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장돌뱅이들이 5일마다 같은 장터를 찾듯, 장사에는 반드시 ‘다음’이 있다. 그래서 엉터리 물건을 함부로 팔 수 없다. 정치도 그러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결과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고,
용인신문 | 1953년 프랑스의 소설가 장 지오노는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50년 동안 양치기 노인이 프로방스의 알프스에서 꾸준히 나무를 심어 황량한 계곡을 풍요로운 녹색숲으로 변모시켰다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무를 심은 사람」은 1987년 캐나다의 영화감독이자 환경운동가인 프레데릭 백에 의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의 산이 민둥산으로 변했던 것을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림녹화 정책을 펴서 전국의 민둥산을 녹색숲으로 변하게 했다. 그러나 근자에 이르러 전국에서 녹색숲을 밀어내고,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산업단지와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하여 수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용인시도 예외가 아니다. 아파트단지와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수지구와 기흥구의 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그나마 상당한 면적의 녹색숲을 보존하고 있던 처인구도 아파트단지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처인구 원삼면과 이동·남사읍에 들어서고 있는 반도체산업단지와 공동주택단지가 얼마나 더 많은 녹색숲을 사라지게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용인시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동주택단지, 전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