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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2차 세계대전에서 패색이 짙어가던 독일 마을 이야기

 

 

[용인신문] 국가 간의 전쟁은 피해자에게만 두려움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전범국의 시민들은 그들의 지도자에 대해 어떤 감정들을 가지고 있을까? 전쟁과 상관없어 보이는 오지에서는 전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전범 국가 소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인 요한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소설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색이 짙어가던 독일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우편배달부 요한은 전사가 되고 싶었으나 3주 만에 왼쪽 손을 잃고 돌아왔다. 요한은 전장에서 보내온 편지들을 마을로 배달해 주고, 마을 사람들이 전장으로 보내는 소식도 대신 받아 우체국에 전달했다. 무엇보다 검은 편지가 중요했다. 그것은 전사자 소식이었다. 맨 처음 전사 소식을 전했을 때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었던 요한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렇게 요한은 일곱 마을에 우편배달을 했다. 요한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을에 남은 사람은 부녀자들과 아이들과 노인 혹은 장애인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품은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두 어머니를 요한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보여주어 전쟁이 주는 참상을 더욱 짙게 전달한다.

 

요한은 우편배달부가 전쟁 중 소식을 전해줘서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요한의 죽음은 불안과 환멸의 시대가 낳은 아이러니다. 그는 요한으로 죽지 않고 오토라는 이름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쟁은 소수자의 의지로 다수가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는 무의미한 행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