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조창환 풀잎들이 몸을 비튼다 시멘트 틈바귀를 비집고 나와 여리고 새파랗게 하늘거린다 이슬 묻은 바람이 쓰다듬어주고 보석 같은 아침 햇살이 내려 쪼인다 한 파도 뒤에 다른 파도 밀려오듯이 한 바람 뒤에 다른 바람 밀려와 풀잎에 얹힌 황사 쓸어내린다 풀잎에서 여치 울음소리가 난다 세상은 역병으로 뒤덮였는데 풀잎에는 이슬 자국이 영롱하다 조창환은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3년 『현대시학』으로 문단에 나왔다. 「풀잎」은 생명의 시다. 그리고 서정이 넘치는 시다. 시멘트 틈바귀를 비집고 나온 여리고 새파란 풀잎은 세상의 역병을 이기고 풀잎의 세상을 이루어 갈 것이다. 시인은 풀잎에서 세상의 생명을 일궈내는 것이다. 서정의 서정 3 『나비와 은하』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유가의 선비 공부에 절대로 마주하면 안 되는 공부는 이단 공부요, 사이비 공부요, 사문난적 공부다. 혹여라도 이 셋 중에 어느 한 개라도 만나면 그것이 무엇이든 우선은 줄행랑부터 치는 게 상책이다. 괜히 우쭐한 김에 나서서 바꿔보겠다거나, 이겨보겠다는 마음으로 상종했다가는 멸문의 화를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리라. 고래로 진실은 거짓을 이길 수가 없다. 물론 세상 사람들이 말은 그렇게 하지, 진실은 언젠가는 이긴다고. 맞다. 여기서 방점은 ‘언젠가는’이다. 곧 “내 살아생전에는 이기지 못한다”로 읽혀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자님께서는 “이단을 공부하면 몸에 해로울 뿐”이라고, 이미 2500여 년 전 논어에다 말씀하셨다. 성인께서 힘주어 말씀하시면 후학들은 그 말씀을 한 번쯤 귀담아들어 볼 필요가 있다. 하루는 제자 자로가 죽음을 물으니 공자께서 이렇게 답한다. “사는 것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까지 알겠느냐?”고. 천고에 이보다 더 훌륭한 말씀이 또 있으랴. 말씀은 대단히 점잖으신데 그 함의는 비수 끝보다 예리하다 하겠다. 풀어 말하면 “살기도 바쁜데 어찌 죽은 다음 날까지 걱정하겠는가?”이다. 주자께서는 주자 전서 권20공호이단 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용인신문] 악당이 등장하는 갱스터 이야기. 악당들이 몰려 나오는데 희한하게도 우두머리는 심지어 매혹적인 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갱스터무비에서는 갱스터를 친근감 있는 인물로 보여주기까지 한다. 보르헤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불한당들처럼 말이다. 어쩌면 역사의 한 시절을 장식했을지도 모르는 인물들, 어쩌면 어떤 책에서나 등장했을 인물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그들은 정치인이기도 하고, 범죄자이기도 했으며 성별을 가리지도 않았다. 첫 번째 이야기 「잔혹한 구세주 라자루스 모렐」을 보자면 소설인지, 신문 기획 기사인지, 아니면 영화를 소개하는 것인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연민을 느낀 바르똘로메 데 라스 까사스라는 이름의 신부가 자국의 황제에게 흑인 노예 수입을 건의한다는 것만 해도 이 책 전체의 분위기가 전달된다. 악당은 모순적인 인물이다. 겉으로는 인류애를 드러내지만 뒤편에서는 범죄자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정치와 결탁하면 악당이라는 신분에서 그럴듯한 신분으로 위장이 된다. 독서 중에 어쩌면 소설이라는 생각으로부터 멀어질 수도 있겠다. 슬며시 소개하고 있는 인물이 실존하는 인물이었는지 검색창을 찾을지도 모른다. 모
[용인신문] 물가 상승률 4%대를 기록하고 있는 요즘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가 빵과 케이크 가격 인상을 했다. 버거킹·맥도날드·롯데리아를 비롯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 1위의 교촌치킨마저 최대 3000원 인상을 단행해 배달료 포함 무려 한 마리 3만 원에 이르렀다.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등의 상승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있다. “1인 1닭이니 치킨이나 먹을까?”하는 말들은 추억 속으로 흘려보내야 할 것 같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대일 저자세, 한일정상회담 뒷말 무성 日 “독도는 일본 땅이고 강제징용은 없었다” 교과서로 뒷통수 때려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맹신, 향후 G1 중국과 대립각 국익 역행 [용인신문] “독도는 일본 땅이고 강제징용은 없었다”. 이것이 윤석열표 한일관계의 현주소다. 일본 정부의 교과서 정책 발표로 ‘한일관계 개선의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의 성과를 자화자찬한 것이 무색하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조선인 강제징용은 없었고,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이다”라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외무부는 대변인을 통해 항의 성명을 냈다. 이것으로 정부의 대응은 끝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일본 짝사랑이 낳은 굴욕외교의 진상이 만천하에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대일 저자세 외교를 고수해왔다. 대법원의 ‘일제 전범기업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삼권분립을 훼손하면서까지 뒤집고 일본에 백기 투항한 결과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대답이었다. 이쯤 되면 대일외교, 나아가 대미외교에 대한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계속하여 일본을 짝사랑하기로 순
[용인신문] 뉴스를 멀리해도 일본 관련 소식은 예민해진다. 열 받음, 분노, 공포, 걱정‥…. 일본은 제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다. 독일과 이탈리아와 함께 주축국이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 역사만으로 놓고 본다면 히틀러와 무솔리니보다 히로히토가 더 악질이다. 그는 1989년에 죽었다. 여든여덟까지 살다 간 그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1910년, 일본은 우리나라의 국권을 강제 침탈한 나라다. 1919년 3·1만세 운동 시에, 1920년 간도에서, 1923년 관동 대지진 시에 수만명의 한국인을 학살했다. 징용과 징병, 일본군 위안부를 통해 수백만의 한국인을 희생시켰다. 식민지배의 후유증으로 파생된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으로 부를 축적했다. 2023년 3월 28일. 일본은 초등학교 4~6학년 사회 교과서를 공개했다. 사회 교과서 점유율 1위인 도쿄서적은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 징병됐다”는 기존 표현을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됐다”로 바꿨다. “강제적으로 끌려와”라는 표현을 “강제적으로 동원돼”라고 바꾸고 관련 사진에는 조선인들이 지원했다는 설명을 달았다. 대다수의 교과서들도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 징용에 대해서 ‘강
[용인신문] 용인특례시가 ‘도시브랜드’를 새롭게 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는 2021년 특례시 지정을 앞두고 새 도시브랜드를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발표 직전 용인신문이 도시브랜드 제정 절차와 결과물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백지화됐다. 도시브랜드는 해당 도시만의 고유한 역사와 사회적 자산 및 정체성을 알리는 전략적 수단으로 도시의 ‘가치 value’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글로컬 시대에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도시브랜드를 제정하는 이유다. 용인시는 민선 3기였던 2004년 도시브랜드를 ‘에이스(ACE) 용인’으로 제정했다. 그러나 민선 4기(세계최고 선진용인), 민선 5기(함께하는 행복한 용인), 민선 6기(사람들의 용인), 민선 7기(사람중심 새로운 용인), 민선 8기(용인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도시브랜드 ‘에이스 용인’은 사라지고, 4년마다 바뀌는 ‘시정이념’이 도시브랜드를 대신해왔다. 역대 재선 시장이 없었던 용인시였으니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시정 구호가 도시 전체를 도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여 년 동안 조례로도 제정된 도시브랜드를 공무원들조차 모른다. 역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정 구호 교체비용만도 수억~수십억 원이
스타벅스·모비딕 려원 커피잔 속 모비딕 슈핑크림 연애처럼 소용돌이쳐요 머리가 흰 수염 고래로 주세요 빨리 하얘지고 싶어요 출렁이는 언어는 이제 감당 못 해요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고래들은 얼마나 수다스러웠을까 연애를 마시는 동안 포경선 피쿼드호 대항하는 모비딕 스타가 될 수 없는 나는 흰고래 수염을 마셔요 려원은 2015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했다. 「스타벅스·모비딕」은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를 모티프로 쓰인 시로 읽힌다. 모비딕은 허먼 멜빌의 대표작이다. 우리나라에는 『백경』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인간과 고래의 사투를 그렸다. 시인의 상상력은 태평양과 고래와 포경선 피쿼드호에 이른다. 그러나 시인은 스타가 될 수 없다고 자탄한다. 상상인 시인선 009 『그해 내 몸은 바람꽃을 피웠다』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등산로 정비시 맨발 걷기를 하는 시민들을 위해 야자매트를 최소화 해 달라는 요청을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과 시청 담당자에게 요청했지만,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용인시의회에서 도시공원 맨발걷기 활성화 및 지원을 위한 조례제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행정에서 엇박자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의문스러울 따름입니다. 타지자체에서는 활발하게 맨발걷기 지원을 서두르고 있고 실제 집행된 사례도 많은데, 유독 용인시에서만 야자매트 설치를 서둘러 강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맨발걷기의 효능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최우선 과제로 다루어져야 할 범국민적인 건강증진 사업임니다. 용인시에서도 등산로 야자매트 설치하는 것을 재고해 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용인신문] 정부가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외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에 나선다. 인천공항 출국장이 1월부터 미어터진 거에 비하면 뒤늦은 대책인 것 같기도 하다. 일본과 미국 등 22개국을 대상으로 전자여행 허가제(K-ETA) 절차를 한시 면제하고, 환승 무비자 제도를 복원해 유럽과 동남아 환승 관광객들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K-POP부터 K-뷰티·드라마 촬영지를 연계한 코스 개발과 코리아 듀티 프리 페스타 등도 5월에 개최한다고 한다. 관광은 수출상품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도 관광 대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사진기자>
[용인신문] 오래 된 사진 속 이야기가 그림책이 되었다. 주인공은 우리의 할머니들이다. 어쩌면 두 작가의 할머니이기도 한... 낡은 사진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 속 할머니의 삶은 나름의 고단함을 숨기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맑은 사랑이 가득하다. 1922년생 할머니, 할머니는 소반 위 떠 놓은 물을 건너온 기도와 함께 태어났다. 아버지와의 추억은 아련했지만 일제강점기의 삶은 꿈조차 꿀 수 없었다. 할머니는 결혼을 했고 자녀를 낳아 그 자녀가 또 아이를 낳아 키우도록 묵묵히 자기 앞의 삶을 살아냈다. 정자씨와 월순씨와 같은 할머니들의 역사가 우리를 만들어냈다. 그림책은 어떤 삶도 담담하게 살아낸 그분들을 기억하고 위로하며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좌에서 가운데로 그리고 우로 가다가 양면을 모두 활용하는 그림은 점점 할머니의 세계가 커가며서 사랑도, 사람도, 삶도 확대되는 느낌을 전달한다. 슬픔은 작게 기쁨은 화면 가득 채운, 어쩌면 화면 밖에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대목에서는 할머니의 행복이 우리 세상에 온기를 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읽을 수 있는 『넌 누구니?』는 2023년 BIB 수상 후보작 중 한 권으로 선정되었다. BIB(Bienni
[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