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윤은성 그는 배낭을 바로 멘다 여의도역에서는 어깨에 대해 쓸 것이고 그가 멀어지는 스크린 도어에 대해 쓸 것이다 맑은 날들일 것이다 이사가 잦을 것이고 플라타너스는 또 가게들을 가리고 여름에 그 나무는 찢어진 입을 가진 천사들 같을 것이다 짧은 별이라면 간혹 그대의 멈춰 있는 얼굴 안에 손을 넣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횡단보도가 많고 영등포 기계 상가에서는 혼자 우는 그를 봤다 윤은성은 1987년 전넘 해남에서 태어났다. 2017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요일」은 한 사내의 슬픈 초상이다. 그 남자는 영등포 기계 상가에서 사업을 한다. 배낭을 메고 전철로 출퇴근 하는 남자의 가게는 플라타너스가 그늘을 만들어 준다. 그 나무는 찢어진 입을 가진 천사 같을 것이고 짧은 별이라면 멈춰 있는 남자의 얼굴에 손을 넣어보고 싶을 것이다. 횡단보도가 많은 영등포 기계 상가에서 그 남자는 혼자 우는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간 『주소를 쥐고』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도시 곳곳 담벼락, 상가 골목길, 주택 정원의 로맨틱한 아치와 어우러지는, 마치 영화세트장을 연출하듯 한 달간 펼쳐지는 장미의 향연이다. 장미의 축제는 서리 내릴 때까지 피는 사계 장미를 제외하곤 거의 한 달이면 사라진다. 유튜브 ‘정원친구 이오’에서는 현직 정원사가 농약을 치지 않고 장미 가꾸는 법을 알려준다. 실천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농약사용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하고, 실천해 볼 방법들을 가르쳐 준다. 정원을 가꾸는데도 저농약 친환경적 방법이 보편화 되었으면 한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
[용인신문] 나이가 든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저술이다. 책날개에 소개되고 있는 파거 J. 파머의 면면을 보거나 그가 설립한 ‘용기와 회복 센터’를 종합해 보면 필자는 행동주의 학자이다. 저자 『비통한 자들의 정치학』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한데 그 역시 실천하는 시민을 강조하고 있다. 도서의 제목인 “모든 것의 가장자리”라는 말은 커트 보니것의 『자동 피아노』에서 “가장자리에서는 한가운데서 보지 못한 온갖 것을 볼 수 있다”(14쪽)는 말에서 차용해 온 말이다. 생의 후반부에 있는 필자가 멀티태스킹도 할 수 없고, 두려움도 있지만 그래서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지고 때로 부정적인 감정마저도 삶을 단단하게 해주었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나이 듦에 대한 소회로 시작하여 세대간 소통이 필요한 이유, 현실이 뒷받침되는 사유에 관하여, 그의 저술들에 대한 단상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노년 세대가 가져야 할 사유들, 그간의 삶에 대한 반성, 지금의 소중함에 대한 재인식 등을 에세이에서 소개하고 있다. 파머는 “우리는 무덤으로 끌고 가는 중력”에 “경쾌함”으로 맞선다. 나이 들수록 유머를 즐기며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러기 위
[용인신문] 논어 자장편에 자공에 관한 이야기 몇 편이 있다. 내용은 대체로 자공이 스승 공자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게 세상의 평가이다. 그중 한 대목을 쉽게 풀어 쓴다면 이렇다. 하루는 진자금이 스승 자공에게 말한다. “선생님께서 공손하셔서 그렇지, 중니 따위가 어찌 선생님보다 낫겠습니까”. 그러자 자공이 정색을 하면서 말한다. “내가 공자 선생님보다 더 현자는 아니니라, 차라리 사다리를 놓고 하늘을 오르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자공은 위衛나라 사람으로 공문십철사과의 인물로 돈을 버는 것과 말하는 것으로는 신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다. 이는 스승 공자께서도 인정하신 바이시다. 논어 선진편 11-18문장에서는 돈을 잘 벌었다고 기록한다. 공자의 말을 옮기면 이렇다. 자공은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사를 했는데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자공의 돈버는 법은 폐거廢擧로 가격이 내려가면 잔뜩 사들이고, 물건이 귀하면 비싸게 내다 파는 방식이다. 공자께서는 돈 벌기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돈이라는 것이 내가 원한다고 벌어질 것 같으면야 나는 말 채찍을 잡는 천한 일도 하겠다. 그러나 그렇게 안되기 때문에 차라리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다.” 스승
[용인신문] KBS는 ‘오늘 당신 식탁의 60%는 다국적기업이 차렸습니다’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2022년 11월 5일 9시 뉴스를 통해서다. 국제곡물시장은 ABCD라는 4개 메이저기업이 80%를 장악하고 있다. A는 ADM(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 B는 BUNGE(벙기), C는 Cargill(카길), D는 LDC(루이드레퓌스)를 말한다. 이중 루이드레퓌스 컴퍼니(LDC)만 프랑스 기업이고 나머지 3개는 미국의 곡물유통기업이다. 이들 곡물기업은 짧게는 100년, 길게는 200년의 역사를 가졌다. 문제는 이들이 세계 곡물 유통의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들을 통해 60%를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현지에서 곡물을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운송까지 일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말이 좋아 담당이지 사실상 곡물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쌀이 남으니까 곡물의 자급도가 60~70%는 될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을 차리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곡물은 쌀도 밀도 아닌 옥수수다. 2020년 옥수수 1,165만 톤이 국내에서 소비됐다. 우리나라 연간 곡물 수요량(2,132만 톤)의 55%를 옥수수가 차지하고 있다. 식량으로 소비하는 쌀은 3
[용인신문] 전국 최초로 인천광역시가 정당 현수막 게시 규제를 위한 조례를 개정하고 행정안전부의 재의 요구를 거부한 채 시행에 나서기로 했다. 조례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정당 현수막도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명절인사 등 특정시기의 의례적인 내용으로 설치하는 현수막은 제외) △동시에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의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 △현수막에 혐오·비방 등의 내용이 없을 것 등이다. 인천시의 결정을 두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가 조례로 규정한 여러 조항 중 혐오내용과 비방 금지는 새겨볼 대목이다. 현수막을 통한 여당과 야당의 비판과 비난은 이제 도를 넘어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지간(怨讎之間)이나 주고받을 험악한 말 폭탄을 상대 진영에 퍼붓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일반 시민이 보기에도 볼썽사납다. 정당 정치인들은 상대 당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 일반 유권자들이 동조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제아무리 착각하는 것도 자유라지만 그야말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인 해석이다. 서로 상대를 향해 막말을 퍼부으면 오히려 감표 요인이다. 욕 잘하고 남 헐뜯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있다면 그들은 극소수의 강성 지지자들이다.
[용인신문]
[용인신문] 용인 기흥구에서 판교로 출‧퇴근 하는 시민입니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바로 갈 수 있는 지역이지만, 광역버스를 이용하다 보니 불편이 매우 큽니다. 일단 출근 시간에 배차되는 P9242 버스는 예약제로, 좌석과 배차 시간 모두 한정적이라, 판교에서 일하는 직장인들과 치열한 예약 경쟁을 해야 합니다. 기흥역에서 판교를 거쳐 수서로 가는 5600번의 버스의 경우 출근시간대 기흥역을 지나면 탈 수 없습니다. 한번은 1시간을 넘게 기다려 신갈오거리 부근에서 타게 되었습니다. 이제 입석도 금지되어 이용하기가 하늘이 별 따기 수준입니다. 거의 모든 승객이 판교에서 내리기 때문에, 현재 잠실 수서까지 운행하는 5600번 노선을 일부 수정하거나, 증설해 주길 희망합니다. 예를 들어 출근 시간대 만이라도 판교 분당, 용인만 오가는 노선을 운영해 주면 좋겠습니다. 시민이 많아진 만큼, 대중교통 이용이 원활할 수 있도록 정책을 고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용인신문] 기상청은 6월 날씨를 평년보다 다소 더울 것으로 예상했다. 6월 중후반에 시작될 예정인 장마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은 25일 정도 시작될 예정이다. SNS에서 괴담처럼 퍼지고 있는 7~8월 내내 장마처럼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될 거라는 예보는 캠핑이나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겐 큰 걱정거리다. 예보는 예보일뿐, 성큼 다가온 여름을 즐겨보자. <글·사진: 황윤미 객원 사진기자>
고백 유수연 철봉 같은 고요가 그리울 때 지금도 꺼내 봐요 나, 그 빨간 호루라기 아직 있어요 근데 용기는 아직도 없어요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유수연은 199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고백」은 말 그대로 고백이다. 호루라기를 불면 나타나기로 약속했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서도 지니고 있는 호루라기는 젊은 날의 슬픈 추억이다. 그때 왜 호루라기를 불지 않았느냐고 추궁을 당해도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할 뿐이다. 참 순수해서 슬픈 젊음이다. <창비> 간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안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말한다. 맞는 말 같지만 틀렸다. 안보와 경제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환경이다. 환경의 근본은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다. 인간의 몸과 같이 지구는 인류가 생존하는데 1분 1초도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기후학자들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가 1.3도 상승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겨우 1.3도 기온이 상승한 것으로 무슨 큰일이 벌어지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를 인체에 비유하면 인간의 평균 체온 36.5도가 37.8도로 오른 것과도 같다. 체온이 37.8도면 감기몸살 증세 때의 평균 체온이다. 지금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는 감기몸살에 걸린 것이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1.3도가 상승한 것은 화석연료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를 이루어 지구의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측정은 1750년을 기점으로 계산한다. 필자는 교육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환경사업에 투신했다. 그래서 용인지역의 환경을 비롯하여 우리나라가 당면한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해마다 폭서(暴暑)와 혹한(酷寒)이 되풀이되는 것은 앨니뇨현상과 라니뇨현상이 더
[용인신문] 에마는 하트필드에 사는 우드하우스의 미혼인 상속녀이다. 언니 이저벨라는 존 나이틀리와 결혼해서 런던에 살며 한해 한 번 정도의 방문을 받는다. 가정교사이자 친구인 테일러 양은 웨스턴씨와 결혼해서 랜들스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애마는 해리엇 스미스라는 열 일곱 처녀를 소개 받고, 이 소녀를 앨튼이라는 사람과 연결해 주려고 한다. 그러나 앨튼은 애마에게 마음이 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애마는 자신의 판단 착오에 당황한다. 애마는 이 사실을 스미스에게 밝히고 후회한다. 중요한 것은 자기 안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항간에 수없이 회자되는 I 메세지로 말하기 등은 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기보다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라는 사회적 처방전이 아닐까 싶다. 남의 연애에 혹은 감정에 이러쿵저러쿵 조언하는 애마를 보면 우리도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타인의 고민에 쓸데없다 단정을 내리고 있는 것.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할지라도 애마의 행태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이성과 감성』(1811)과 『오만과 편견』(1813)이 더 유명하지만 『에마』(1816)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