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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정당·정치인의 현수막을 둘러싼 공방

 

[용인신문] 전국 최초로 인천광역시가 정당 현수막 게시 규제를 위한 조례를 개정하고 행정안전부의 재의 요구를 거부한 채 시행에 나서기로 했다. 조례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정당 현수막도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명절인사 등 특정시기의 의례적인 내용으로 설치하는 현수막은 제외) △동시에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의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 △현수막에 혐오·비방 등의 내용이 없을 것 등이다.

 

인천시의 결정을 두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가 조례로 규정한 여러 조항 중 혐오내용과 비방 금지는 새겨볼 대목이다. 현수막을 통한 여당과 야당의 비판과 비난은 이제 도를 넘어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지간(怨讎之間)이나 주고받을 험악한 말 폭탄을 상대 진영에 퍼붓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일반 시민이 보기에도 볼썽사납다.

 

정당 정치인들은 상대 당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 일반 유권자들이 동조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제아무리 착각하는 것도 자유라지만 그야말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인 해석이다. 서로 상대를 향해 막말을 퍼부으면 오히려 감표 요인이다. 욕 잘하고 남 헐뜯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있다면 그들은 극소수의 강성 지지자들이다. 정치는 다수를 보고 하는 것이지 한 줌도 안 되는 극성 지지자들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을 가보면 여야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격론을 벌이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650명의 여야 의원들은 정해진 자기 자리도 없다. 다만 여야 의석은 양편으로 나뉜다. 총리와 양당 지도부가 차지하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회의장도 협소하여 650명이 다 참석하면 100여 명은 앉을 자리도 없어 서서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여야 의석 사이에는 발언의 기록하는 의회 직원의 탁자와 가운데 통로가 있다. 의석도 길게 이어진 것으로 접이식 테이블도 없고 노트북도 없다. 통로의 간격은 펜싱 검을 양쪽에서 쭉 뻗어 검 끝이 닿을 만큼의 거리다. 이것은 검을 차고 다니던 시절, 의원들의 결투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통로를 넘어 상대 의석으로 가면 경위들에 의해 즉각 쫓겨난다. 싸움에도 정도와 예의가 있어 보이는 풍경이다.  

 

현수막으로 여야의 정책을 홍보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이 아닌 비방과 비난의 문구가 더 많기 때문이다. 또 정치인들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사진과 이름이 더 크게 보이는 주객이 전도된 내용의 홍보 플래카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예컨대 국민의힘에서 추진하는 OO 정책은 민주당도 지지합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OO 법안을 국민의힘도 힘껏 돕겠습니다. 뭐 이 정도는 못되어도 제발 체신머리 없게 서로 헐뜯지 좀 말기를 간곡하게 바란다. 칭찬에는 ‘코끼리도 춤춘다’고 했다. 우리 용인지역 정치인부터라도 서로 덕담(德談)을 나누며 살았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제발 칭찬 좀 하고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