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언론은 우리와 세계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대중에게 전달하되 수문장이 출입을 제한하듯이 정보를 선택해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자면 언론사는 방향성을 갖는데 이를 의제설정(Agenda setting)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언론사가 어떤 주제에 대해 특정한 방향과 논의의 틀(frame)을 제공해 여론을 조성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같은 주제여도 언론사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손석희의 『장면들』은 어젠터 세팅에서 한발 더 나아간 어젠더 키핑(Agenda keeping, 의제지키기)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손석희는 세월호 참사 사건을 200여 일 동안 보도하여 어젠더 키핑을 실현했다. 손석희는 묻는다. ‘저널리즘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말이다. 손석희는 자신의 보도원칙을 ‘팩트’와 ‘품위’라고 말한다. 특히 ‘품위’라는 말은 뉴스가 감정이나 흥미에 호소하여 선정적인 성격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한 말이다. 언론사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하고 있는지라 늘 공익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언론사는 공정한 시각으로 권력을 감시하고 바람직한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되는 뉴스를 보도해야 하는 것이 사명이
[용인신문]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는 사실을 이만큼 잘 전달하는 소설이 있을까? 『불편한 편의점』은 행복이 항상 내 주변에 있고, 그것을 얻기 위해 주변과 소통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색다르면서도 무겁게 전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족을 위해 바쁘게 산다는 이유로 그 가족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만들기도 한다. 불편한 편의점. 사실 원래 다른 이름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곳을 그렇게 부른다. 편의점 사장님은 돈을 벌 목적으로 매장을 연 것도 아닌 것 같다. 물건도 별로 없고, 일하는 사람도,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도 불편한 편의점. 그곳이 불편한 이유는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부정하며 살았던 개인의 실체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곳의 밤을 지키는 비밀스런 사내는 독자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현실에 지친 이들을 위한 위로의 이야기. 음료수 한 잔이, 젓가락 한 벌이, 밥 한 끼가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어쩌면 판타지 일지도 모르는, 행복해지는 작품이다. 느리고 어눌한 편의점 아저씨가 말한다. “속상할 땐 옥수수…… 옥수수수염차가 좋아요.”(105쪽) 아저씨는 가장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던 아저씨에게도,
[용인신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내러티브의 도서이다. 저자는 “우리네 삶에는 또라이 외에도 생각해야 할 게 숱하다”(255쪽)라고 말한다. 맞다. 대부분의 사람은 특정인에게 ‘또라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모든 미움을 깔때기로 모아 자신의 똘끼까지 얹어 미워한다. 하지만 “세상에 또라이 말고도 눈물을 흘려야 할 대상이 수둑룩”(255쪽)하다고.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또라이 무리의 하나이니 그로부터 빨리 도망치라고 말한다. 가능할까 싶은 대안들이다. 주어진 일과 환경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어른이 되면 마음대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그리고 어른이 되었지만 정작 그러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황한다. 주류를 마실 수 있는 풀밭으로? 한강에서 사건 사고가 많아서 이런 말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놀이동산으로? 아니면 방구석에 앞뒤로 찍기를 반복하며……결혼을 하면 드디어 집중할 일이 생긴다.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이 『불안한 사람들』에 말한 것처럼 갓 돌을 지난 리트리버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은 아이가 생기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애를 안 키우는 부부도 많던데…. 구체적인 파이팅 파트너가 생기는 것도 새로운 관심사지만 그마저도 현대의 바쁜
[용인신문] 오래 전 그리스의 폴리스에 살던 시민들은 제한적이긴 했지만 자신과 폴리스를 위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직접 참여했다. 시간이 지나 국가는 거대해졌고, 인구가 늘어나니 직접 민주주의는 대의제로 변모했다.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그만큼 늘었다. 자신의 복지를 위해 누가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 그래서 누구에게 표를 주어야 할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김영민의 에세이는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인데, 그것이 바로 정치적 인간이 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도깨비방망이처럼 정책들이 뚝딱뚝딱 발표되고 있다. 필자는 그러한 정책들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만병통치약처럼 고쳐주고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대안을 제시한다. "모든 대안은 나름의 부작용이 있다는 걸 인지하는 사람, 일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감안하고 있는 사람, 기회비용까지 고려하고 있는 사람, 일시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 그러기에 다음 세대만큼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양질의 선택을 마련해 주는 사람 말을 경청해야 한다"(259쪽) 동서양의 고전과 예술작품을 넘나드는 저자의
[용인신문] 숀 탠의 그림책 형식의 출간물들은 아동 독자보다 성인 독자에게 더 사랑받을 만한 작품이 많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그의 그림책들은 단숨에 읽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한쪽 한쪽 차를 마시듯 음미해야 한다. 그중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은 출간한 지 십 년이 넘은 작품이지만 여전히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그의 초현실적 시각에 감탄하게 만든다. 숀 탠이 그림책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마땅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점점 잃어가는 것들이다. 어릴 적 마을의 무성한 풀밭에서 살던 물소는 늘 질문에 알맞은 방향을 알려주고 우리를 안도하게 했지만 이제는 없다. 집에 찾아온 외국인 손님은 늘 같은 장소에 있어도 우리가 보는 것보다 하찮은 것에 더 관심을 가졌고, 그것을 엄마는 문화의 차이라고 했다. 그가 떠난 자리에 그림책 하나 가득 자라고 있는 그 작은 것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 그림은 시적 순간처럼 한 순간 숨을 멈추게 만든다. 숀 탠이 찾는 세계는 그런 소소한 것들이다. 폭력에 대한 성찰도 돋보인다. 세속적인 욕망을 채우는 신문기사 한가운데 꿈을 잊어버린 어떤 이의 회색빛 이야기와 뒤이어 펼쳐진 넓은 잔디밭의 초현실적인 공간의 대
[용인신문] 허준의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선조의 명으로 허준이 쓴 의서인 이 책은 광해군대에서야 완성이 되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이 책을 “동양에서 가장 우수한 의학서”로 표기할 만큼 자랑스러운 우리의 의서이며 2009년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스토리 동의보감』은 바로 그 『동의보감』을 저자 자신과 주변 삶에 연결해 쓴 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을 읽기 전에 대략의 내용을 알고 싶다거나 혹은 허준이 쓴 원서가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을 때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도서이기도 하다. 전체 글을 통과하고 있는 사상은 몸이 곧 우주라는 것이다. 우주는 주위 균형이 깨지면 스스로 맞추기 위한 방책을 찾는다. 병은 균형이 무너진 것이니 의술을 행하는 사람은 우리 몸의 불균형을 드러내는 증상을 유추해 발견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맞추는 처방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의학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에 대한 치료를 하고 있으니 병을 고치기 힘들다고 말한다. 또 다른 중요한 생각은 병을 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인간은 어차피 병과 함께 지내야 하는데 그것을 적으로 돌리기
[용인신문] 사람들이 삶의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넋이 나갈 만큼 현대의 삶은 바쁘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지고 기술적으로 정교해졌다지만 사람의 마음이 갖는 깊이와 세심함이 점점 무시되는 세계가 되었다. 넋이 나갈 만큼 바쁘게 사는 현대인은 그래서 위로 없는 세계에서 위로를 찾는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에세이류의 글이 말하는 것처럼 그저 멈추면 되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처지의 우리네들은 어딘지 모를 맹목의 방향으로 늘 달리고 있다. 이희영의 소설 『나나』가 어쩐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바쁘게 사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영혼이 자신의 몸을 빠져나와 하는 고민을 보여준다. 죽지는 않았으나 영혼이 없는 삶은 어떨까? 영혼 없이 육체로만 사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즐길까? 영혼 없는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몸이 다시 몸으로 돌아가려는 영혼을 거부하는 이유는 뭘까? 소설을 읽으면 이런 질문들에 답을 찾아갈 수 있다. 그리고 작가 이희영이 말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살짝 배울 수 있을 듯하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이희영의 전작 『아몬드』와 짝을 이룬다. 『
[용인신문] 요제프 괴벨스, 히틀러가 독일의 수장에 오르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선전관이다. 유대인이 독일에 악영향을 미치며 독일의 분열을 낳았다고 주장한 이도 괴벨스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 요제프 괴벨스의 논리가 어떻게 독일을 설득했느냐는 점이다. 책에 의하면 처음부터 통한 건 아니었다. 괴벨스가 주도한 나치당 선전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 사람들이 변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대공황이 시작되고 여전히 괴벨스는 유대인이 독일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고, 대중은 점점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괴벨스 선전의 주요 개념은 ‘단순화’·‘집중공격’·‘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괴벨스에게 참과 거짓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의미 부여가 중요했다. 괴벨스는 고정관념을 사용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를 선택하고 제목을 과장하고 편견이 담긴 사진을 내보내며 특정 주제를 반복했으며, 상대에게 불리한 부정적 측면을 확대하여 프레임을 구성했다. 괴벨스는 대중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인종적 편견이나 증오 또는 공포심을 극대화해 선전에 활용했다. 예컨대 나치는 볼셰비키 혁명에 대한 공포감에 편승해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 괴벨스는 대중의
[용인신문] 왜 사람들은 세계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할까? 그것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현재의 불안이 만들어낸 극단이 아닐까?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이 매우 극심하던 때’ 이 작품을 구상했다는 작가. 생존이 위협받는 공포와 이를 해결해 간다는 구도는 익숙하지만 독특한 소재와 구성은 끝까지 서스펜스를 유지한다. 포스트 아포리즘. 다시 말해 종말 이후의 세계가 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다.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3부에 걸쳐서 주요 인물이 각각 다른데 1부에는 겨우 멸망을 피한 인간이 지구의 생명순환을 복원하기 위해 만든 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다. 2부는 좀 더 과거로 돌아가 전 세계를 휩쓰는 공포 속에서 자매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준다. 3부는 1부와 2부의 등장인물이 만나는데 그 과정에서 지구 종말의 공포에 대한 비밀이 풀리고 관계가 어떻게 회복되는지 알 수 있다. 소설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은 레이첼이다. 애시당초 레이첼은 세상을 구하겠다는 사명감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식물을 사랑했을 뿐이다. 그래서 세계가 위협에 처했을 때 인간과 자기 스스로를 구하기보다 식물을 구해 달아난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만들어낸 식물은 말하지도 감정을 전달하지도
[용인신문]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이 있으면 대개는 직면보다는 회피를 택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얻은 심리적 안정감은 곧 더 큰 빚갚음의 행위로 해결하게 마련이다. 이상권의 『위험한 호랑이 책』 은 그래서 읽을수록 마음이 아픈 이야기다. 주요 내용은 신화에서 숭배의 대상이었던 호랑이가 어떻게 무찔러야 할 적이 되어버렸는지 역사적 근거를 들어 소개한다. 단군신화에 등장한 호랑이는 고려시대까지도 인간과 사이좋게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인간은 호랑이의 자리를 점령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호랑이를 잡는 군부대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오늘날 호랑이가 올림픽 마스코트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가죽조차 남아있지 않은 초라한 존재가 되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한, 우리 자신이 우리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담당했던 호랑이의 몰락을 자초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 표범을 우리 나라에서도 발견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어디 호랑이 뿐이겠는가. 책을 읽다보면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용인시청 홈페이지의 문화재현황을 보면 국보를 비롯한 국가 지정 문화재
[용인신문] 마흔 살 안팎의 나이 중년. 허리가 튼튼해야 건강한 것처럼 연령대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중년은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역할들이 중복되어 때로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어떤 곳에서는 가장이나 어머니의 자리에서 가족을 지키고,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를 맡기도 한다. 어린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출 정도의 센스도 갖추어야 하지만 중후한 분위기를 스스로 풍길수도 있어야 한다.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는 중후한 것 같지만 경쾌하기도 한 그 중간 어디쯤을 잘 헤치고 가는 황포 돗단배와 같다. 에세이는 비교적 사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그 너머를 독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필자는 자신의 기억이나 꿈, 기억, 일상, 이웃, 영화, 미술작품 등 무엇이든 소화하여 빛나는 글을 만들어 낸다. 필자가 발견한 사유들을 읽으면서 제목처럼 ‘웃긴데 찡한’ 이유는 독자들의 인생사에도 그와 같은 희노애락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마흔 무렵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필자의 이력.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비포장 인생 행로들은 시종일관 털털하게 적어내려간다. 그래서 독자에게 큰 용기를 줄 수 있을 거라는
[용인신문] 정치, 경제, 사회 이야기로 뉴스가 시끄러운 사이에도 하늘은 기어코 가을을 품었다. 수확의 계절답게 추수된 작물들이 마트에 진열되었다. 그런데 ‘국내산’을 달고 있는 열대 작물들도 간간이 보인다.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먹거리들이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된다는 건 두 가지다. 종자가 수입되거나, 종묘가 수입되거나.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국내에 알리기 위해 씨없는 수박을 소개했던 우장춘박사도 있었다. 인류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종자산업은 인류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준비하는 것이라 중요하다. 필자는 경제성 때문에 작물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다보니 시시각각 변하는 지구 환경에 종자들이 적응하지 못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다. 종자를 저장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제적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노르웨이 농업식품부, 북유럽 유전자원센터(스웨덴 알나르프), 세계작물다양성재단(독일 본)과 협력한 비영리 국제 협력 시설이다. 언제라도 폭설을 만날 수 있고, 한가롭게 유모차를 밀며 산책을 하더라도 북극곰을 걱정해 총을 들고 다녀야 하는 도시 스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