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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찾을 수도 있는 것의 판타지

 

 

[용인신문] 숀 탠의 그림책 형식의 출간물들은 아동 독자보다 성인 독자에게 더 사랑받을 만한 작품이 많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그의 그림책들은 단숨에 읽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한쪽 한쪽 차를 마시듯 음미해야 한다. 그중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은 출간한 지 십 년이 넘은 작품이지만 여전히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그의 초현실적 시각에 감탄하게 만든다.

 

숀 탠이 그림책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마땅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점점 잃어가는 것들이다. 어릴 적 마을의 무성한 풀밭에서 살던 물소는 늘 질문에 알맞은 방향을 알려주고 우리를 안도하게 했지만 이제는 없다. 집에 찾아온 외국인 손님은 늘 같은 장소에 있어도 우리가 보는 것보다 하찮은 것에 더 관심을 가졌고, 그것을 엄마는 문화의 차이라고 했다. 그가 떠난 자리에 그림책 하나 가득 자라고 있는 그 작은 것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 그림은 시적 순간처럼 한 순간 숨을 멈추게 만든다. 숀 탠이 찾는 세계는 그런 소소한 것들이다. 폭력에 대한 성찰도 돋보인다. 세속적인 욕망을 채우는 신문기사 한가운데 꿈을 잊어버린 어떤 이의 회색빛 이야기와 뒤이어 펼쳐진 넓은 잔디밭의 초현실적인 공간의 대비는 바쁜 일상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최근 발간된 숀 탠의 다른 책 『이너 시티 이야기』에서 “서로의 그림자 속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서 살 수 있을까?”라고 묻는 작가. 그는 여전히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을 찾아 다시 우리 안으로 따뜻하게 맞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