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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나’에게서 ‘나’로 돌아갈 시간

 

 

[용인신문] 사람들이 삶의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넋이 나갈 만큼 현대의 삶은 바쁘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지고 기술적으로 정교해졌다지만 사람의 마음이 갖는 깊이와 세심함이 점점 무시되는 세계가 되었다.

 

넋이 나갈 만큼 바쁘게 사는 현대인은 그래서 위로 없는 세계에서 위로를 찾는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에세이류의 글이 말하는 것처럼 그저 멈추면 되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처지의 우리네들은 어딘지 모를 맹목의 방향으로 늘 달리고 있다.

 

이희영의 소설 『나나』가 어쩐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바쁘게 사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영혼이 자신의 몸을 빠져나와 하는 고민을 보여준다. 죽지는 않았으나 영혼이 없는 삶은 어떨까? 영혼 없이 육체로만 사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즐길까? 영혼 없는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몸이 다시 몸으로 돌아가려는 영혼을 거부하는 이유는 뭘까? 소설을 읽으면 이런 질문들에 답을 찾아갈 수 있다. 그리고 작가 이희영이 말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살짝 배울 수 있을 듯하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이희영의 전작 『아몬드』와 짝을 이룬다. 『아몬드』는 가까운 가족의 죽음 끝에 혼자가 된 주인공을 중심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나나』는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닌 몸에서 빠져나간 영혼이 소재라 영적인 죽음이 소재이다. ‘죽음’이라는 극단에 이르고야 인간은 드디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을 할 만큼 ‘넋’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