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이 있고, 국민이 표로 몰아준 ‘권력’까지 있으니 나라를 다스리고 국가를 통치하는 일, 국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대통령도 행정부 수반이기에 행정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를 통치하는 일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것이니 통치행위임이 틀림없다. 통치행위는 행정행위를 뛰어넘는 공적 역할이기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이렇듯 막강한 권력을 갖고도 정작 그에게 권력을 부여해준 국민이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춥고 배고프다면 큰일 아닌가. 정치의 기본은 국민의 등이 따습고 배부른 데서 시작된다. 이는 곧 정치가 국민의 생존권을 책임지는 신뢰라는 말로 통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거시적 계획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현 정권에 대해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식의 사후 확증편향이 강한 느낌이다. 이런 학습의 바탕에는 사람 성품의 기본적 근간이 되는 도덕과 윤리가 있다. 곧 정직하지 못한 정권에 대해서는 국민이 냉소를 보낸다. 이승만 정권 때부터 형성된 끼리끼리만 잘 먹고 잘사는 거짓말 정치에 대한
[용인신문] 아이들이 사라졌다. 전 세계에서. 전조증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으나 모두 무시했다. 오래전에 이 상황에 대해 경고를 했던 이가 있었지만 다들 그의 출신과 비행을 문제 삼아 묵살해 버렸다. 아이들은 달을 향해 날아갔다. 다소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일종의 종말론적 재난 서사이다. 기본적으로 재난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은 크게 두 축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하나는 혐오와 차별이다. 이름조차 없이 ‘용달’로 불리는 용달차 모는 가장의 가족이다. 7세의 지능을 가진 10대 용달 기사의 아들이 드러나는 혐오의 대상이라면 총리 운택은 드러나지 않는 차별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서사의 다른 한 축은 가족서사이다. 서로에게 인정받기 위해 마음을 열기보다 외적인 조건을 갖추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양심의 문제가 얽히면 더 복잡해 진다. 선의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오해와 증오가 쌓이고 해결의 길은 점점 요원해진다. 게다가 이런 관계에 이기적인 목적을 가진 인물이 끼어들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이야기 속 재난 상황은 사람들의 갈등과 무관하게 파국을 향한다. 물에 잠기고 화마에 휩쓸리는 것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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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어머~ 넌 왜 이리 까맣니?” 하며 놀랍다는 반응, 너랑 찍으면 사진이 잘 나오겠다는 말, 선크림을 잘 바르라는 말까지. 나는 오랜 시간 까만 내 몸이 싫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나는 까만 나를 그대로 긍정하게 됐다. 어느 학교의 도보여행 스텝으로 여름 내내 학생들과 여행하며 물과 가깝게 지내면서다. 여름에 까만 사람은 그만큼의 시간이 몸에 담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도 이르렀다. 쉽게 까매지고 골고루 예쁘게 타는 내 몸은 그런 몸일 뿐이다. 조금이지만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게 되어서 편해졌다. 사람들은 마르면 말랐다고, 살이 찌면 살쪘다고. 눈이 작다 크다 다리가 길다 짧다. 남의 몸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존재, 그대로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나도 남의 몸에 대한 언급을 점점 조심하게 된다.
[용인신문] 최근 6년간 전국의 초중고 교사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우울한 통계가 발표되었다. 별의별 통계가 다 있지만 교사의 자살이 통계로 나오기는 단군 이래 최초이다. 8월 30일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밝힌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취합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립 초중고 교사가 100명이다. 이 자료에는 사립학교 교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립학교는 학부모 갑질이 더 극심하다. 거기에 재단의 갑질이 더해진다. 사립학교까지 포함하면 스스로 목숨을 버린 교사의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사례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등교수업이 대폭 줄었던 기간에는 급격하게 감소했다가 코로나가 종료된 이후 대폭 늘었다. 뿐만아니라 34개 OECD 가입국 중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지 10년이 넘었다. 다른 OECD 국가와 비교가 불가할 정도이다. 청소년 자살률도 압도적인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노인과 청소년뿐만 아니라 교사의 자살률도 세계 1위를 기록할 판이다. 보수언론은 툭하면 국민소득 통계를 내세워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선진국 대열에 진입
모자 구혜숙 사람들이 무덤을 이고 갑니다 사라지는 것들 산안개가 흩어집니다 엄마처럼 뒷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내 젖줄은 강이 되어 바다로 갔습니다 수장 된 그리움은 몇 도나 될까 한겨울 온실같은 체감 순정의 나른함이 밀려옵니다 구혜숙 문학박사 저서: <이시영 시의 서정성과 역사성> 용인문학회 고문
[용인신문] 50만 교사 중 20만 명이 광장에 모였다. 촛불집회 이후 어느 집회보다 가장 큰 규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젊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건의 후폭풍이다. 이 와중에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정년을 앞둔 교사가 목숨을 끊었다. 교문 밖 담장 좌우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교권 회복을 염원하는 리본 글귀가 달린 조화 수백 개가 배달되어 세워져 있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존경받았던 직업이 교사였다. 봉건시대의 용어라 비교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왕조시대에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당연시하였고, 통치 이데올로기였다. 조선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권위가 바닥에 추락한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압력을 넣고 내 아이를 특별하게 봐달라고 하는 것은 모두가 입시와 연관되어 있다. 담임교사가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기 때문에 학부모는 내 아이의 생활기록이 모범적이고 창의적인 학생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특히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면 생활기록부에 더 민감하다. 학생이나 학교, 교사에 대한 소송전은 결국 생활기록부 기록을 물리적으로 막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용인신문] 기흥구 만골공원 정비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만골공원이 나무와 물과 잔디로 이루어진 멋진 공원이라는 느낌은 크지 않았습니다. 파괴된 숲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비사업을 하면서 도서관 입구의 커다란 나무 두 그루를 베어내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두 나무가 그렇게 커지기까지 약 30년 가량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담당자분께 물어보니 만골공원 간판을 세우기 위한 조치라고 합니다. 숲과 나무가 중심이어야 할 공원에 또 구조물 입간판을 세우기 위해 30년 된 수목을 베어버린 것입니다. 공원은 공원다워야 합니다. 만골공원을 공원답게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철골구조물, 콘크리트 구조물은 과감히 철거하시고, 수목을 늘려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분야에서 용인시의 행정이 멋진 내용으로 전개되어, 멋진 결과물로 시민들에게 다가와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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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2년 전 광복절 카자흐스탄에서 유해가 봉환되어 대전 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서 영면에 드신 홍범도 장군의 영혼이 잠 못 이루고 있다. 친일이 훈장이 되고 항일은 시대에 역행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구태로 매도되는 조국의 모습을 보기 위해 철천지원수 일제와 싸웠는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으나 해도 해도 너무한다.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한덕수 국무총리가 밝혔다는 뉴스보도를 봤다. 육군사관학교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철거된 자리에 맥아더 흉상을 설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홍범도 장군이 소비에트연방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 때문이라고 한다. 장군은 1895년 명성황후가 일제에 시해된 을미사변(乙未事變)이 일어나자 포수가 되었다. 이후 의병 활동에 투신하여 일생을 독립운동에 몸 바쳤다. 장군은 1937년 스탈린의 조선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여 정미소 노동자로 일하다 해방되기 2년 전인 1943년 이국땅에서 작고하였다. 장군이 고국을 떠나 항일운동의 근거지를 만주와 연해주로 옮긴 것이 1908년, 장군의 유해는 무려 11
[용인신문] 어른이 아이들에게 삶을 가르쳐줄 때 책 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는 삶 속에 있는 희노애락을 부족함 없이 담고 있다. 생에 대한 원리가 장엄한 이야기로 엮인 이 작품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지만 어른들이 더 열심히 읽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2022년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에서 우수작품으로 전 세계 어린이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 6권이 출간되었다. 와니니의 무리의 수사자 아산테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번 이야기에서는 리더에 대한 사유를 담아냈다. 1권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생을 마감한 아산테의 이름을 이어받은 사자 아산테. 초원의 동물들은 그 이름만 듣고도 경외감을 갖는다. 이제 막 수사자로서 도립한 아산테는 명예로운 이름을 물려받았지만 그에 걸맞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주인공 아산테가 과거의 영광을 이어받아 수사자로 그리고 무리를 이끄는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눈에 띄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다른 수사
[용인신문] 야! 여기 봐 게가 있어!! 물 빠진 갯벌에서 바닷게를 만났다. 게는 자기 집을 만들고 있었다. 제 몸 하나 들어갈 만한 구멍을 팠다. 집게발로 모래를 샥샥 모아 가지고 나와서 구덩이 밖에 쌓는다. 한참을 관찰했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님은 생명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도시에 살며 생물이라곤 개미와 거미 그리고 강아지밖에 보지 못하는 나는 그만큼 다른 무언가를 사랑할 기회를 잃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노래를 틀고 손을 잡고 걸었다. 발에 감기는 갯벌은 부드럽고 물컹했다. 어디는 차갑고 어디는 따듯했다. 뻘에 생긴 물길이 마치 강 같아서 우리가 거인이 된 것 같았다. 빨간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