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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파국 속에서 심화되는 혐오와 증오

 

 

[용인신문] 아이들이 사라졌다. 전 세계에서. 전조증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으나 모두 무시했다. 오래전에 이 상황에 대해 경고를 했던 이가 있었지만 다들 그의 출신과 비행을 문제 삼아 묵살해 버렸다. 아이들은 달을 향해 날아갔다. 다소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일종의 종말론적 재난 서사이다.

 

기본적으로 재난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은 크게 두 축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하나는 혐오와 차별이다. 이름조차 없이 ‘용달’로 불리는 용달차 모는 가장의 가족이다. 7세의 지능을 가진 10대 용달 기사의 아들이 드러나는 혐오의 대상이라면 총리 운택은 드러나지 않는 차별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서사의 다른 한 축은 가족서사이다. 서로에게 인정받기 위해 마음을 열기보다 외적인 조건을 갖추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양심의 문제가 얽히면 더 복잡해 진다. 선의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오해와 증오가 쌓이고 해결의 길은 점점 요원해진다. 게다가 이런 관계에 이기적인 목적을 가진 인물이 끼어들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이야기 속 재난 상황은 사람들의 갈등과 무관하게 파국을 향한다.

 

물에 잠기고 화마에 휩쓸리는 것과 같은 재난 속 시민의 일상은 정책의 부재와 이기심이 더해져 소설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요즘 우리의 현실이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기관보다 개인의 영웅적 행위에 기대는 시대가 된 것도 슬픈 현실이다. 그래서 해준과 정아의 마지막 행적이 더 고독해 보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