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다비드 칼리/ 그림:세르주 블로크/ 출판사:문학동네/ 정가:10,000원 |
우리 삶은 수많은 기다림으로 채워져 있다. 삶의 끈을 따라서, 기다림의 미학을 아름답게 그려낸,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가로로 길기만 한 이 그림책이 왜 이렇게 불편한 판형이어야 하는지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해하게 된다. 스위스 출신의 작가 다비드 칼리와 세르주 블로크의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을. 단순하고 간결한 그림 한 페이지에 문장 하나가 주는 깊은 여운이 오래 가슴이 멈춰있다.
빨간 털실의 기다림은 어린 시절엔 빨리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이고 잘 구워진 케이크이고, 크리스마스이다. 그러다가 기다림의 끈은 사랑이었다가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가 한 통의 편지였다가 태어날 아기와의 만남으로 성장한다. 아이들이 자라고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우리는 기다린다. “미안해”라는 따뜻한 한마디를, 아이들의 안부전화를, “괜찮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그리고 우리는 기다린다. 그 사람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다시 봄이 오기를...굽은 허리를 한 그림의 사내는 초인종 소리를 기다리고 아이들이 그를 보러 오기를 기다리고 새 식구가 될 아기를 기다린다.
어떤 기다림은 설레이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어떤 기다림은 지루하고 불안하며 견디기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기다릴 무엇인가 있단 사실이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는 이 책을 보며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