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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시론]
다가 온 총선… 대놓고 후보 검증하자

오룡(평생학습교육연구소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조선 말기는 민씨 척족의 세상이었다. 그중에서 별명이 ‘망나니’라 불리는 민영주라는 사람이 있었다. 보다 못한 민영휘는 고종에게 “저 망나니를 사람 만들려면 벼슬 한자리 주는 수밖에 없겠습니다.”라며 부탁했다. 이후 민영주는 월미도 개척권을 인가받아 그 이권을 일본인에게 넘기려고 모의하는 등 수많은 부정부패에 개입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

 

민영주를 고종에게 소개한 민영휘(본명 민영준)는 변신과 탐욕의 끝판이다. 중전민씨에 의해 주요 관직에 오른 그는 평안도 관찰사 시절에 고종에게 금송아지를 만들어 헌납했다. 재물을 모은 민영휘는 교육사업으로 이미지를 세탁했다. 1904년 광성의숙을 설립한 것이다.

 

고종은 1906년에 휘문의숙이라는 학교 이름을 내려 주었다. 조선이 망하던 시절에 일본에 빌붙었던 그는 국권피탈 당시에 일제로부터 자작의 작위를 받았다. 민영휘는 1927년 휘문 교정에 자신의 동상을 세웠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상은 여전히 휘문고에 서 있다. 1936년 조선 최고의 갑부였던 민영휘가 죽었다. 그가 남긴 재산이 6000만 원이었는데 현재의 가치로 1조 2000억 원이라 한다.

 

황희는 24년간 재상직에 있었다. 사관은 실록에 이렇게 적었다. “관대하고 후덕하며 침착하고 신중하며…검소하고 기쁨과 노여움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중앙과 지방에서 우러러 바라보면서 모두 말하기를 어진 재상이라 하였다.” 정무 능력이 뛰어난 것뿐만 아니라 공평무사한 일 처리, 거기다가 ‘청백리’였다는 황희는 최고의 재상으로 역사에 남았다.

 

황희의 아들 황수신도 대를 이어 영의정에 올랐다. 부자가 영의정을 했다는 것은 가문의 영예였지만, 수신은 아버지와는 달랐던 모양이다. 사관은 실록에 그의 일생을 이렇게 정리했다. “성황 심역황(姓黃心亦黃)”, 성도 누렇고 마음도 누렇다는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사람 나름이라는 것이다.

 

상점이 몰려있는 곳은 시(市)라 하고, 장사꾼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곳을 장(場)이라 한다. 도시에서는 시장(市場)이라 하고 농촌에서는 장시(場市)라는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市)의 주인은 건물주(앉은 장사)고, 장(場)의 주인은 행상(장돌뱅이)이다. 장돌뱅이는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

 

장돌뱅이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인물들은 보부상(褓負商)에 가깝다. 물건을 보따리에 싸서 등에 매거나 들고 다니는 경우는 보상(褓商), 지게에 지고 다니는 사람은 부상(負商)이라 부른다. 허생원과 조선달은 나귀를 이용하거나 직접 들고 다니며 장시를 찾아다닌다.

 

“봉평장에서 한 번이나 흐뭇하게 사 본 일 있을까. 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장돌뱅이 망신만 시키고 돌아다니누나.”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장을 파하는 것을 파장이라 한다. 이때쯤이면 짐을 줄이기 위한 장돌뱅이들의 ‘떨이’가 시작된다. ‘떨이’라고 해서 잘못된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장돌뱅이들은 5일마다 돌아오기 때문이다. 엉터리 물건을 팔 수 없는 이유이다.

 

4년마다 열리는 정치의 장(場)은 도그마의 향연이다. 필자가 사는 수지의 골목에도 현수막이 넘쳐난다. 어떤 정치인은 지난 4년 동안 무엇을 했다는 과거형 업적(?)을 내세웠다. 또 어떤 정치인은 무엇을 하겠다는 과시형 현수막을 설치했다. 걸어놓은 현수막은 비판과 증명이 허용되지 않을 것 같은 그로테스크한 도그마의 현학처럼 보일 뿐이다.물건을 팔기 위해 나온 사람들,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예측해 본다. 객관을 접고 자기 생각을 주장하거나 적당한 균형감각의 길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언어의 세계에는 애초부터 중립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놓고 검증하자. 호기심은 가장 강력한 당파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