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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일파만파… 민생은 ‘파김치’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 제나라 경공은 60년 넘게 군주로 있었다. 긴 세월 동안 그가 한 일을 꼽는다면 센 폭군이 아닌 적당한 폭군이다. 바꿔 말하면 짜증 나기 딱 좋을 만치 악명이 높았다.

 

위나라 군주 영공은 40년이 넘는 시간을 재임했다. 하지만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른 채 군주 노릇을 했다. 그야말로 혼군이고, 암군이었다. 그럼에도 제나라도 위나라도 망하지 않고 잘 살았다. 그 이유는 부리는 신하를 잘 썼기 때문이라고 공자는 논어에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폭군일까, 혼군일까, 암군일까. 느닷없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가 의료시책으로 100년 대계에 필요 충족 요건으로 본다면 총론은 맞다. 하지만 각론에서 누군가가 고통을 당한다면, 그 이해당사자에게는 어쩌면 폭군일 수도 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을 돌아본다며 마트를 찾았다고 한다.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한 번쯤은 마땅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이런 일은 실무 담당자들이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민생 돌보기 차원에서 현장을 방문했던 것이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통령이 찾아간 곳은 서울 소재의 모 마트였다. 사단은 여기서 벌어졌다. 대파 한 묶음을 들고, 875원 운운했던 모양이다. 요즘도 5원씩 단위를 끊어 파는 가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윤 대통령이 대파를 들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를 지켜본 야당은 대통령의 비현실적인 물가인식을 지적하며 비판적인 논평을 내놨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싼값의 대파에 대해 마트 측과 대통령실의 어쭙잖은 해명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급기야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입초사에도 오르내렸다.

 

또 하나, 논란의 중심이 된 인물은 이종섭 호주 대사다. 야당에서는 빼돌리기 의혹을 제기하하고 나섰다. 공수처가 피의자에게나 가능한 출국금지 처분을 내린 상태에서 알고도 대사 임명을 했다면 큰 문제다. 설사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국민 정서에 반한다면, 이 또한 대통령으로서는 조심했어야 마땅하다. 국민을 무시하지 않고서야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혼군이고, 암군이고, 따져 묻기 전에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국민들 스스로 먼저 알 것이다. 아마도 이번 선거 결과는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더욱 강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정부와 정치권에 불만이 있다면, 이를 가장 잘 해결하는 방법은 선거가 유일하다. 표로 심판하는 것이다. 국민 한 사람, 개개인이 제 발로 걸어가서 투표용지에 도장을 꾹 눌러 선택하는 것. 그것이 유일한 선거의 힘이자, 열쇠인 셈이다.

 

고래로 군주가 폭군이거나 무능하면 백성이 힘든 법이다. 이런 군주를 향해 전국시대 현자인 순자가 말한 잘 알려진 교훈이 있다. “백성은 물이요, 군주는 배”라는 말이다. 물은 언제든지 배를 뒤집어엎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 사회에서는 배를 뒤집어 엎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오직 하나, 바로 투표다. 투표가 아니면 쉽게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오는 4월10일 치러지는 국회의원선거도 그중 하나다. 특히 대통령 재임 중의 국회의원 선거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국정 능력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매우 많이 반영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국회의원선거의 중차대함은 크게 둘로 압축된다.

 

첫째, 분명한 건 어떤 결과가 나오던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라는 점이다. 둘째는, 무엇보다 민생을 살갑게 돌아봐 줄 수 있는 인물들을 뽑을 절호의 기회라는 것. 이번 선거가 특히 인물론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이런 대명제하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출마 소식은 지역구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 분명하다. 사실 국회에는 국민에게 꼭 필요한 그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정치의 본래 순기능인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