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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잘못된 애정결핍, 그리고 악의 평범성

 

 

 

영화 : 케빈에 대하여

감독 : 린 램지

상영 : 2012.07.26

주연 :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선행은 힘들다. 그 누구도 멈추라고 하지 않으니 쉽게 중단하기도 힘들고,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기기도 힘들다.

 

반면 악행은 쉽다. 누군가 알면 오히려 곤란하기 때문에 홍보할 필요도 없다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는 자신은 선행이라 생각하지만 결과는 악행으로 변질될 수 있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의 주인공 케빈의 악행에 대한 이유는 영화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

 

여동생의 눈을 잃게 만들고, 살인까지 저지른다. 범행 이후 비난을 받는 것은 케빈이 아닌 그의 엄마였다.

 

영화는 케빈의 악행에 비해 매우 고요하다. 그리고 케빈의 엄마인 에바역을 맡은 틸다 스윈튼은 아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아들의 존재가 자신의 사회생활을 중단시켰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서로가 맞지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왜 그랬냐는 엄마의 말에 아들은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라고 답한다.

 

엄마에게는 증오만 가득한 아들이지만, 아버지에게는 귀여운 아들이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관객들에게 혼란을 준다.

 

엄마와 아들의 갈등, 그리고 아들의 엽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서 영화는 시원하게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케빈의 경우 모성애의 부재에 따른 관심을 얻기위한 행동이 악행으로 표현됐을 것이라고 추측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끔찍한 역사를 겪었던 한나 아렌트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저서를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다.

 

수백만명을 죽인 끔찍한 범행의 동기가 그저 윗사람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라는 사실은 허무하다.

 

어쩌면 아이히만은 자신이 하는 일이 국가를 위한 선행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은 같은 말을 반복한다. “국가를 위한 일이었고 개인적 이득은 취하지 않았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때로는 자신이 생각한 선의의 결과는 지독한 악행이 될 수 있다이제 왜 그랬냐?”는 국민들의 질문에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가 답할 차례다. “모른다는 말은 이미 그녀에게 충성했던 측근들이 수 없이 반복했다.

 

그리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말은 탄핵된 정치인 보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어울리는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