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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69

   
최은진의 BOOK소리 69

사진 한 장에 담긴 사랑의 방식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 저자 : 전몽각 / 출판사 : 포토넷 / 정가 : 28,000원


“기억과 망각 사이에 사진이 있다. 잊혀져가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 숨 쉬게 하는 사진, 한 장의 사진이 담고 있는 것은 과거의 한 순간이지만, 그것이 되살리는 것은 그 순간을 감싸고 있는 시간에 대한 감정이다.”

<윤미네 집>의 가장이자 남편이고 아버지였던 고 정몽각 선생의 가족을 향한 사랑이 담긴 사진집이다. 사진을 사랑했던 아버지는 딸이 태어나 시집가기까지의 사진들을 모아 사진전을 하고 이렇게 책으로 펴냈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자면 뛰어난 기교도 없고 구도도 완벽하지 않을 사진들. 하지만,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불어오는 이미지는 완벽하게 우리가 사랑했던 시절을 재생시킨다. 수 백 페이지의 글보다 더 힘이 센 사진 한 장이 여기 있다!

아내와 함께 이십 육년을 삼남매를 키우며 함께 겪었을 많은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의 시작은 “사랑하는 아내에게”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따로 붙여 넣어 묶은 <마이 와이프> 편이다. 손녀와 함께 잠든, 할머니가 된 아내의 모습을 보며 눈물 흘리는 남편. 세월의 한 허리를 베고 누워 곤히 잠든 아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렌즈 너머의 사진가, 정몽각 선생의 모습이 자꾸 보인다. 단언컨대, 남편의 사진 속에서 특별한 사람이 된 그녀가 부러워지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연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담겨있는 흑백의 사진들은 항상 손에 사진기를 들고 사는 사람이 아니고선 담을 수 없는 것일 터. 그것이 일상에서 한 남자가 가족과 자기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들은 대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들이다.”(P165) 사랑하는 가족들의 순간을 포착하여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기 삶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끊임없는 열정이 있지 않고서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리라. 한 장의 사진은 보여준다. 영원한 행복은 꿈꾸는 어리석음을 버리라고, 지금 이 순간 찰나의 기쁨을 찾아보라고,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