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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67

   
최은진의 BOOK소리 67

삶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축제처럼 즐겨라!

무의미의 축제

◎ 저자 : 밀란 쿤테라 / 출판사 : 민음사 / 정가 : 13,000원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밀란 쿤테라의 14년만의 신작. 우리는 태어나는 것조차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졌고, 삶은 무의미로 가득하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의 소중함, 사랑의 가치에 대한 짧지만 무게감있는 이야기다.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깊고도 성숙하다. 삶은 하찮고 무의미한 것이라는 다소 대담한 전제가 이 책의 밑바탕이 되지만, 실상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무의미한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무의미로 점철된 삶일지라도 인정하고 사랑하고 주체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단순하고 독특한 소설 기법으로 우리는 설득시킨다.

140여 쪽 남짓한 분량의 짧은 소설이라 가볍게 책을 들기 십상이지만 생각보다 페이지가 더디게 넘어간다. 쉽게 읽고 넘길 수 없는 무게감 있는 문체와 문장 하나하나가 주는 깊이 있는 사유 때문이다.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남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진행되는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파고든다.

배꼽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에로티시즘, 스탈린과 농담 같지 않은 그의 농담, 이유를 할 없는 거짓말, 가벼운 천사의 깃털 등 아주 일상적인 일들로부터 끌어오는 깊은 사유의 힘이 느껴진다.

존재는 무의미하고, 역사와 시대적인 요구도 시대의 흐름과 지배적인 이념 정신에 따라 바뀐다. 한 시대의 영웅도, 그의 업적도 무의미하다. 사랑 역시 성욕이라는 정념을 따라 생겨나는 부수적인 감정이다. 이렇듯 생은 무의미로 가득하다. 그럼 생의 무의미를 지각했다고 해서 그냥 이대로 생을 끝내야만 하는가? 이 책은 말한다.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이마셔 보자.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존재의 본질이므로,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므로 이 순간을 즐겨라! 축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