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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66

   
최은진의 BOOK소리 66

‘야구’를 통한 ‘자기수양’을 보여주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저자 : 박민규 /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 정가 : 8,500원


프로야구에 미친 사람들은 진정 미친 야구에 미친 사람들이다? 인생의 축소판 같은 야구장을 삶에 대입해본다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을 저자는 하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에 인류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가장 완성된 야구에 관한 이야기다. 살아남기 위해 치기 싫은 공을 쳐야하고, 잡기 힘든 공을 전력질주를 해서 잡아야 하는 지금 우리의 현실과 꼭 닮아 있는 야구를 소재로, 한 소년이 중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꿈을 위해 세상과 타협하고 자본주의에 제대로 물들었다가 야구를 통해 삶의 진짜 의미를 찾게 된다는데……. 이 과정에 야구를 통한 ‘자기수양’이 핵심이다.

프로야구 원년 팀 중 하나인 삼미 슈퍼스타즈는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했던, 승률이 대개 2할을 넘지 못했던 전설의 팀이다. 작가는 어이없어 보이는 이 팀의 야구를 통해 “자기수양”이라는, 한때 야구와 함께 존재했던 가치를 우리에게 환기한다. 우승과 승리를 목표로 줄달음치는 프로의 세상에서 오직 자기수양을 위한 야구를 한다는 황당한 논리를 펼쳐보인다. 근데, 이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완전히 정복당하고 만다. 그저 달리기만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그들만의 야구를 하며 행복을 느끼는 주인공들은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를, 즉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지금의 삶이 본리그를 앞두고 행하는 일종의 전지훈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주인공은 그저 달리기만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삶을 알아버린 것.

일단 문체가 팝콘처럼 톡톡 튀면서 가볍다. 그런데 그 가벼움 끝에 씁쓸함이 남는다. 그가 던져주는 화두가 야구공처럼 슬로모션으로 날아와 가슴에 박힌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즐기기엔 세상은 너무 바쁘고 우린 프로가 되어야 하고 이미 이 삶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는 생각이 가슴을 답답하게 할 때, 어쩌면 우리도 맘만 먹으면 이 삶을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위안을 얻는다. 그 맘먹기가 쉽지 않아서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