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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64

   
최은진의 BOOK소리 64

비루한 현실에서 피어난 곰팡이꽃같은 그녀를 응원한다!

뜨겁게 안녕

◎ 저자 : 김현진 / 출판사 : 다산책방 / 정가 : 13,000원



도시에서 산다는 것,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서울이라는 도시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 처절하게 보여주는 여자,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김현진이다. 너무 분주해서 누가 죽든 살든 상관 않는 도시에서 그녀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이 악물고 살아냈고, 현재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하찮고 시시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들이지만 많은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준다. 아, 우리도 이렇게 살고 있는데, 그래도 이렇게 누추해지지 않고 초라해지지 않고 살 수도 있구나 하고….

그녀의 모든 이야기는 거리와 골목에서 시작되고 끝이 난다. ‘거리는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어서’로 시작되는 ‘서울의 달 아래,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뜨거웠던 날들이여, 뜨겁게 안녕’하고 말할 수 있게 해 준다. 청춘이어서 버텨낼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남루해 보이지 않는 공간이 되는 집이 있다. 그곳은 화려한 빛으로 반짝이는 거리가 아니다. 평생을 벌어도 보통 사람들이 엄두도 못 낼 집들이 즐비한 골목이 아니다. 도시의 유목민이자 부랑아같은 그녀의 삶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그 이야기가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청춘의 슬프고도 단단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이유를 그녀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는 기억하기 위하여 태어났다. 그러므로 이 기억이 죄다 휘발되기 전에, 글씨를 쓴다. 이 모든 비속하고 정답고 지겨운 것들을, 하찮고 애절하고 시시하고 또 시시해서 끝도 없이 사랑스럽고 그리운 것들을.”

낡은 다세대주택의 반지하방에서 장마와 대항해 양동이를 들고 싸우는 그녀 몸에선 하수구 악취가 날지 몰라도, 얼어붙은 골목길 이웃할머니를 업고 병원 가는 그녀의 등짝은 누구보다 뜨거웠을 것이다. 비켜라, 여기 센 언니 오토바이 출동하신다! 속옷까지 합해도 2만원밖에 되는 옷 속에 당당히 들어가 이웃을 위해 멋지게 발차기하는 그녀의 가슴에선 맡을수록 중독성있는 향기가 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