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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62

   

최은진의 BOOK소리 62

주머니에 넣어두고 다니다가 한 번씩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들

웬만해서 아무렇지 않다
◎ 저자 : 이기호 / 출판사 : 마음산책/ 정가 : 12,500원


곶감 빼먹듯 하나씩 빼어내서 한입씩 베어 물면 좋을 달달한 간식같은 이야기들로 무장한 짧은 소설. 한번 맛보면 저도 모르게 손이 가는 추억의 과자처럼 자꾸만 펼쳐보게 만든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생각나게 하는 그의 소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에서 받은 첫 느낌처럼 제목에서부터 심오한 유머가 연상된다. 영국 작가 토마스 모어가 죽음을 앞둔 단두대에서 “내 수염은 잘리지 않도록 하시오. 그건 죄가 없으니”라고 한 농담이 연상되는 건 심각한 상황에서도 생생한 삶의 웃음을 선사하는 주인공들 때문이다.

‘웃고 싶은가, 울고 싶은가, 그럼 이기호를 읽으면 된다’는 소설가 박범신의 말처럼 이 이야기들 속에는 눈물과 웃음이 농담처럼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다. 40편의 특별한 짧은 소설로 소개된, 아주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힘은 무시할 수가 없다. 우선 작가 이기호의 말을 들어보자.

“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 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 짧았던 사랑일수록 치열하게 다퉜거늘” 평범한 보통 사람들, 말하자면 우리 모두의 치열한 이야기를 최대한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더 쉽고 친근하게 우리의 마음 한켠을 내주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짧게는 2장, 길게는 4장짜리, 현실을 그대로 닮은 이야기가 우리를 울다가 웃게 해준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웬만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세련되지도 폼도 안 나는 그저 그런 생활을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소설 속 보통 사람들은 현실의 우리가 그러하듯 체념과 함께 정직하고도 솔직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아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모른다. 삶은 원래가 ‘웃픈’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내야 하는 당신을 위해 작가가 보내는 위로의 이야기 중 하나의 제목은 바로 ‘마주 잡은 두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