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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61

   

남편이 나를 제거하러 온 외계인이라면?

휴먼 - 어느 외계인의 기록

◎ 저자 : 매트 헤이그 / 출판사 : 아이세움 / 정가 : 14,000원


때로는 나를 가장 모르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 한 번씩 해봤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을 잘 모른다. 그래서 여기 인간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고도 섬뜩하리만치 정확하게 파악하여 기록한 외계인이 있다.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수학적 발견을 한 천재수학자 마틴 앤드류의 모습으로 지구에 나타난 외계인의 인간에 대한 기록은 친절하게도 냉엄하고 정확하다. 마틴의 위대한 발견과 관련된 자들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받고 지구로 온 외계인 보나도리아인의 눈에 인간보다 더 ‘외계인’스러운 생물은 없다. 그리고 그의 기록은 유한한 삶의 의미와 무의미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사랑이나 가족 따위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감정없는 그들은 완전무결한 수학적 삶을 추구한다. 낯설고 생소한 인간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 인간의 아내와 아들을 죽여야 하는 주인공. 하지만 감정이라는 게 생겨나면서 그 임무는 실패하게 된다. 그가 죽여야 했던 아내와 아들이 지켜주고 싶은 존재로 변화하는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 식상하지만 가슴이 뭉클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인간의 영원한 염원인 불멸의 삶을 포기한 채 인간으로 남기로 한 외계인 주인공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사람이 되었다.

일상의 무거운 고민거리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인간도 결국 우주의 한 조각일 뿐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하는 책.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법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 인간은 나약하고 폭력적이고 부조리하지만, 이 모든 결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삶의 가장 비극적인 부분을 지나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인간적인 외계인이 들려주는 조언은 이렇다.

“비극은 아직 익지 않은 코미디야, 언젠가 그걸 추억하며 웃게 될 날이 올 거”라는 것과 “상처입은 사슴이 가장 높이 뛴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