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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60

   
최은진의 BOOK소리 60
상실과 과잉, 뭐가 더 불행할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저자 : 올리버 색스 / 출판사 : 알마 / 정가 : 17,500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남자? 이 흥미로운 제목의 책은 광적인 편집증 남자가 주인공인 소설, 혹은 엉뚱하고 기괴한 판타지일거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기 십상이지만, 이 책은 임상사례를 모은 논픽션이자 철학을 담은 인문학서이다.

저자인 신경정신학자 올리버 색스는 “인간이 어떤 부분을 상실하거나 손상당한 상태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새롭게 적응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총 4부 24편의 이야기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상실, 과잉, 이행, 단순함의 세계 등 4부로 주제를 나눠 그와 관련된 사례들을 마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게 들려준다. 특정부분이 결여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상실편과 과잉 공급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상상조차 못할 특이한 상황들을 겪은(혹은 겪고 있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니! 우리가 이토록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누린다는 것 자체가 어쩜 기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의 이 임상기록들이 주목받는 것은 인간의 두뇌에 대한 의학지식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도 함께 던지기 때문이다.

다들 작은 강박증이나 남들과는 다른 예민한 구석이 한가지씩은 있지 않은가? 이 책에 나오는 신경장애 환자들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머나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어쩌면 당신도 어느 날 아내를 모자로 착각할 수도, 고유 감각을 잃어버려 몸이 사라진 듯한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힐 수도, 어느 시점에서 기억이 멈춰 그 이후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우리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큐피트병(사실은 매독)에 걸려 행복해하는 사랑스러운 90세 할머니, 나타샤를 만나보시라. 그리고 발작 중에 인생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는 도스도예프스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