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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59

   
최은진의 BOOK소리 59
지금, 당신의 추억을 아름답게 고쳐 드릴게요~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천재 시계사와 다섯 개의 사건
◎ 저자 : 다니 미즈에 / 출판사 : 예담 / 정가 : 12,000원


“시계는 오래 사용할수록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시간 그 자체가 된다” 그렇다. 시계는 인간이 만든 단순한 기계에 불과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담기게 되면 복잡해진단다. 거스를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데 일본 작가 다니 미즈에의 이 소설을 읽다보면 시간의 횡포를 비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해진다. 한때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인적이 드문 낡은 상점들의 거리에 가슴 아픈 추억을 수리해주는 천재 시계사 슈지와 미용사 아카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판타지 소설.

누구나 한가지쯤은 꽁꽁 숨겨놓은 아픈 기억이 있을 터. 다정다감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슈지와 일과 사랑에 권태를 느끼고 그 옆으로 이사 온 아카리는 사람들의 추억을 수리해 주게 된다. “과거는 변하지 않아. 그러나 수리할 수는 있어”가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셈이다. 아픈 추억을 재구성하여 복구한다고 해야 할까? 과거의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용기를 주는 두 주인공. 앞으로만 나아가는 세상에 시간을 거슬러 회상에 젖게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따뜻한 시간과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멈춰버린 모래시계의 모래를 다시 흘러내리게 해 주는 기적을 만날 수 있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현재에 덧입혀 미래를 꿈꾸게 한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 손목에 시계를 찬 사람을 보기는 드물다. 혹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시간을 보기 위해서가 아닌 액세서리용인 것이 대부분이다. 예전에 시계는 졸업이나 입학선물로 특별한 것이었다. 그 특별함에 고장 나면 고쳐가면서 평생을 함께 했지만 이젠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시대다. 사람들은 그래서 시간의 소중함을 잊은 채 앞만 보고 질주하게 된 것은 아닌지…. 잠든 거리를 깨워 추억의 시간을 눈앞에 불러와 수리해 주는 슈지와 아카리를 보며 일상은 잠시 잊고 행복한 추억을 떠올려 보자. ‘지금, 당신의 추억을 수리해 드릴게요’라는 슈지의 달달한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