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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58

   
최은진의 BOOK소리 58
삶은 결국 ‘눕기’로 시작되고 끝난다!
눕기의 기술 -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 저자 : 베른트 브루너 / 출판사 : 현암사 / 정가 : 14,000원


눕는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어떤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눕기란 게으르고 태만하여 쓸모없다는 것이 일반적일 터. 그러나 야근에 지쳐서 돌아온 늦은 밤, 이불 덮인 아랫목이나 포근한 침대에 몸을 뉘는 것이 최고의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어깨에서 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눕기’를 예찬하는 이 책을 읽어보자. 눕기가 얼마나 생리적이고 심리적이며 창조적일 수 있는지, 나아가 삶의 속도에 관한 심오한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사유를 하게 해 주는 ‘눕기’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어쩌면 조금은 황당한 제목에, 웃기는 주제일 수 있지만 수평 자세를 잊은 당신을 위해서 저자는 눕기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찰한다. 인간이 수평 자세로 경험하는 세계를 알아내기 위해 역사, 철학, 문학, 과학, 인문학 등 여러 분야를 파고들어 지적인 탐색을 거듭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지위 높으신 분들은 먹고, 글 쓰고, 손님 접대까지 모두 누워서 했단다. 심지어 누운 채로 학술 토론회까지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동양인의 삶의 자세는 휴식에 기반하며, 서양인의 삶의 자세는 노력에 뿌리가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눕기가 단지 게으름과 태만이 아닌, 여유와 진정한 휴식을 아는 동양적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들이 실연을 당했다거나 힘든 일을 겪을 때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닷가이다. 또 우리는 해가 뜨고 지는 풍경에 차분해지고 행복해한다. 그건 수평선이나 지평선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 아닐까? 석가모니 와상을 보면서 어떠한 불안도 느껴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일 듯. 인간의 삶은 결국 누워서 시작되었고 누워서 끝난다. 마음이 불안하고 몸이 분주한 날 위축된 사지를 쭉 펴고 누워보자. 스스로에게 최고의 호사스런 휴식을 선사하는 가장 쉽고도 능동적인 일이 눕기니까. 당신을 활기찬 일상 속으로 돌려보낼 에너지를 모으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