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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57

   
최은진의 BOOK소리 57
놀랍고 아름다운 나만의 우주를 찾을 때까지
화재감시원
◎ 저자 : 코니 윌리스 / 출판사 : 아작 / 정가 : 14,800원


영미권 SF의 거장인 코니 윌리스의 단편집 중 작품성이 돋보이는 수상작을 엮었다. “가장 유쾌하고 수다스러우며 그러면서도 놀랍도록 매혹적인 SF”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이 책의 가치는 단지 SF라는 장르에만 국한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놀랍다. 각 작품마다 친절하게도 저자의 후기가 실려 있는데 그 작품만큼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워서 마치 물건을 사고 딸려 온 사은품이 근사할 때처럼 행복해진다. <리알토에서>를 시작으로 <나일강의 죽음>,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 <화재감시원>, < 내부 소행> 등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어느 한 편도 지루할 틈이 없다.

시간 여행이라는 지금은 진부해진 소재를, 참신하고도 세련되게 그려낸 작품 <화재 감시원>은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가장 돋보이는 작품 <리알토에서>는 양자물리학이라는 접근하기 어려운 개념을 코믹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담아낸 개그물이다. 서로를 끊임없이 오해하고 엇갈리는 인물들, 자신의 이야기만 죽어라 떠들어대는 데만 열중하는 그들에게서 우리 자신을 엿볼 수 있다. 뒤죽박죽된 상황이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져 간다. 그러고 순식간에 일어나는 반전과 철학적인 내공이 묻어나는 해학적 결말의 끝맺음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독자가 넋을 놓을 정도로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다.

과학적인 상식과 양자역학, 그리고 의학상식 등 어느 정도의 배경 지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인물이나 사건, 구조를 쉽게 파악하여 이해하기 쉽고 훨씬 더 흥미로울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상관없다. 두 번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니까. 한 번 읽고 나면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니까, 심지어 두 번 세 번 읽을 때가 더 재밌으니까. 또한, “우주 양쪽 끝에 있는 전자 두 개가 동시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적같은 일이 우리에겐 늘 일어나고 있고, 몇 광년 떨어져 있는 두 전자가 단 한 번의 충돌로 영원히 같은 뭔가를 공유할 수 있다는 로맨틱한 상상을 잠시나마 가능케 해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