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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55

   
최은진의 BOOK소리 55
금주가도 술맛에 빠지게 하는 행복한 여행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 저자 : 니시카와 오사무 / 출판사 : 나무발전소/ 정가 : 13,000원



행복한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아닌가. 일본 최고 맛객인 니시카와 오사무의 술사랑은 특별함을 넘어 위대함을 보여준다. “수줍은 남자의 40년 술사랑”이라는 프롤로그에서 밝혔듯 그는 네 살 때 운명적으로 술의 신세계에 빠져 40년 이상을 술과 함께 동고동락했다. 여행의 목적이 오직 술을 마시기 위함인 듯 그의 술사랑은 남다르다. 유럽편, 아시아편, 아메리카·오세아니아편의 총3장으로 구분하여 지구촌 구석구석 그 도시만의 특색을 나타내는 치명적인 술맛에 매료된 자신의 모습과 신변잡기적인 감상을 깔끔한 일기체로 보여준다.

세상엔 우릴 행복하게 해줄 술이 얼마나 많은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매력적인 연인이 유혹해도 그 지독한 냄새때문에 키스를 사양하게 하는 스웨덴의 아콰비트, 우루카(은어내장젓갈)와 함께 곁들이는 니혼슈(청주), 꿈틀거리는 하얀 벌레와 함께 꿀꺽!하는 인도네시아 야자주 뚜악, 간발의 틈도 주지 않고 마셔야 하는 미국의 버번위스키(남자다움의 과시가 아니라, 질이 낮아 음미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의 한국사랑이 돋보이는 남대문 시장의 막걸리, 이 외에도 여러 도시의 30여개가 넘는 술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인상적인 그의 경험은 밀라노 할머니로부터 여름을 가두는 마법사같은 ‘민들레 와인’ 제조법을 배운 것. 마음내킬 때면 언제든 여름을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그가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그의 술맛 기행이 행복한 이유는 술과 함께하는 특별한 안주때문이기도 하다. 술도 결국 우리 몸에 들어가는 음식의 일부이므로 궁합이 잘 맞는 안주는 꼭 필요하단다.“프랑스인은 와인을 마시고 영국인은 와인의 지식을 늘린다”는 말이 있다. 그는 술을 연구하거나 술에 관한 지식을 늘리는 데 급급하지 않고, 혀와 목을 통해 맛을 기억하고 느낀다. 뇌에 억지로 구겨 넣은 지식보다 몸이 기억하는 경험이 훨씬 오래가고 소중한 것을 오랜 음주로 터득한 듯하다.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책장을 덮었을 때 왠지 온 몸에서 술냄새가 배인 듯 코를 킁킁거리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