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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54

   
최은진의 BOOK소리 54
변방의 아웃사이더들이 던지는 화두!
변방을 찾아서
◎ 저자 : 신영복 / 출판사 : 돌베개 / 정가 : 9,000원



시대마다 늘 존재해왔던 아웃사이더. 그 변방의 아웃사이더들의 신선한 반란과 역동적인 생각은 늘 개혁의 중심이었었고 새로운 시대를 가능케하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책. 신영복 교수가 직접 쓴 글씨들을 나눠준 장소들을 찾아 다니는 여행의 기록들과 그 장소에 얽힌 역사,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그 장소들이 모두 변방이다. 물론 여기서 변방은 단순히 공간적 개념이 아니다. 광활한 우주 안에서 인간의 위상자체는 언제 어디서든 변방의 작은 존재이므로 알고보면 우리 모두 아웃사이더들이 아닌가.

그가 찾아가 역사와 이 시대를 돌아보고 의미를 생각해 본 변방은 해남의 서정분교, 강릉 허균 · 허난설헌 기념관, 박달재,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오대산 상월사,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 봉하마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서울특별시 시장실이다. 그곳에서 변방이란 단어를 매개체로 여러 담론을 끌어내는데 역시 내공이 대단하다.‘꿈을 담은 도서관’이란 현판을 쓰면서 아이들의 꿈을 응원했고, 벽초의 유연한 사고와 진정성이 살아 숨쉬는 괴산에서 고추 홍보 캐릭터로 전락한 임꺽정을 보며 변장의 작은 공간에서 잊혀져 가는 소중한 것들에 가슴 아파한다. 또 새로운 시작을 결의하는 창조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봉하마을에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꿈꾼다.

짧은 여행의 기록들이지만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봐야 할 화두를 던져준다. 변방일 수 밖에 없는 곳에서 어떤 이들은 변화와 새로운 창조를 외치고 꿈꿨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변방을, 소외된 세상을 외면하면 안 되고 그 의미를 깊게 새겨야 할 이유인 듯하다. 여러 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지만 이 여정은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변방은 약자, 비주류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창조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이번 주말, 허망한 환상과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중심부만 향해 달려가는 우리를 반성하게 해 줄 아름다운 변방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