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최은진의 BOOK소리 53

   
최은진의 BOOK소리 53

한 때 스무 살이었던 사람들에게......

스무 살

◎ 저자 : 김연수 /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3,000원

아이도 어른도 아닌 스무 살을 지금 누군가는 지나고 있고, 누군가는 지나왔고, 또 누군가는 지나갈 예정일 것이다. 하지만 지나와 본 사람만이 안다. 스무 살일 수도, 혹은 스무 두 살일 수도 있는 그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인지, 그 빛을 서서히 잃어간다는 게 얼마나 가슴저린 일인지….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기를 하며 글을 쓰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는 “우리 시대 가장 지성적인 작가” 김연수의 첫 소설집이 15년 만에 재발간되어 다시 우리 마음을 두드린다. 지나가 버린 스무 살처럼 애틋하고 그리운 느낌으로….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는 문장이 먼저 가슴을 툭 건드리며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의 마지막을 플라잉코스터에서 맞이한 사람의 이야기 <마지막 롤러코스터>, 선풍기와 책을 유폐시키는 게 삶의 목표인, 선풍기 수집가와 도서관 사서의 이야기 <공야장 도서관 음모사건>을 비롯해 <사랑이여, 영원하라!>, <뒈져버린 도플갱어>, <구국의 꽃, 성승경>, <죽지 않는 인간>,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1954년>, <두려움의 기원>등 총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첫 소설집이니까 풋풋한 사과맛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9편의 단편은 각각 전혀 다른 장르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뭔가 연결된 느낌을 주는데 그건 ‘청춘’과 ‘죽음’이라는 단어가 연결고리처럼 9편의 글들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김연수의 스무 살을 읽으며 우린 저마다의 스무 살을 끄집어내게 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스무 살을 기다리거나 지금 지나고 있는 사람이 아닌, 알 수 없는 불안과 정체모를 아픔과 지금도 정의내릴 수 없는 사랑을 오래 전 겪은, 한때 스무 살이었던 사람들에게 권한다. 그리고 스무 살이 이젠 까마득한 기억으로만 남은 사람들에게 소설의 문장을 빌려 안부를 묻는다. “생에서 단 한 번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별들처럼 스무 살, 제일 가까워졌을 때로부터 다들 지금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이따금 먼 곳에 있는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다. 이 말 역시 우스운 말이지만, 부디 잘 살기를 바란다.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