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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51

   
최은진의 BOOK소리 51

우스꽝스러운 패러디에 숨겨진 날카로운 비평!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저자 : 움베르토 에코 / 출판사 : 열린책들 / 정가 : 13,000원


에코에게 지적 촉수가 미치지 않은 분야가 있긴 할까?
현존하는 최고의 석학으로 손꼽히는 움베르토 에코가 문학잡지에 <아주 작은 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과 그 외의 여러 칼럼들을 모아 놓은 책. 심각하고 진지할 것만 같은 그가 삐딱한 시선으로 빈정대는, 인터넷 논객처럼 웃기는 아저씨로 변신했다.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에세이 형식이라 평소 어렵기로 유명한 그의 책들과는 달리 접근하기 쉬운 편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어눌한 말투의 패러디 뒤에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에코 특유의 비판과 역설이 숨겨져 있으니 지적 유희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느낄 수 있지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단순히 불평불만에 그쳤던 불합리한 점을 그는 방대한 지식을 총동원해서 제대로 짚어낸다. 모든 순간을 허투루 보는 법 없이 관찰하고 파고 비틀고 표현하고 소통한다. 남다른 그의 통찰력이 거북스럽지 않고 친근하기까지 한 건 심각한 말투가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고 일상 속 평범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요즘 세상에는 우리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들을 전달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그의 지적에 뜨끔해지고 정작 관심 가져야 할 사안들에 점점 무관심해지는 우리를 반성케 한다.

끝까지 읽기 어렵기로 유명한 <장미의 이름>이나 < 푸코의 진자 >같은 소설을 읽다가 포기한 독자들이여! 고민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어도 좋다. 작가의 허구세계가 아닌, 실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묘한 즐거움을 만끽하시라. 소설과 달리 엉뚱하면서도 간결하고 솔직한 문체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허를 찌르는 농담에 실소를 하게 될 것이다. 쿨하게, 때로는 시니컬하게 한걸음 물러서서 웃으며 화낼 수 있는 사람, 세상의 구석구석 현실을 풍자와 재치로 익살스럽게 표현해내는 그를 진정한 융합지식의 고수임을 인정 안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