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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50

   
최은진의 BOOK소리 50
알고 싶어하는 순간 사랑은 시작된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저자 : 최재천 / 출판사 : 효형출판 / 정가 : 12,000원


인간은 정말 동물보다 나은 종(種)인가?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말에 깔려 있는 인간우월주의에 대한 신념을 깨뜨려주는 최재천 교수의 책.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일 뿐이니 겸허한 마음으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라고 한다.

“알면 사랑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생명에 대한 경외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알면 사랑하게 되는 것인지, 사랑해서 알게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알고 싶다는 욕구는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증거임에 틀림없다.

최근 끔찍한 테러로 희생된 억울한 죽음을 전 세계인이 애도하고 있다. 어느 철학자는 사람만이 유일하게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며 죽음이 모든 것의 종말인지를 의심할 줄 안다고 주장했다지만, 침팬지의 사례를 보면 동물도 죽음을 애도한단다. 그리고 타조와 물고기도 남의 자식 입양할 줄 알며, 인간만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게 아니었다. 하이에나는 두 마리의 형제 중 경쟁에서 이겨서 살아남은 한 마리만 어미가 키운단다.

심지어 동물사회에 이혼도 있고 동성애도 존재한다니 놀랍기만 하다. 짧은 에세이들로 꾸며진 이 책은 동물학자인 저자의 감성적인 문체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감동적으로 읽힌다. 한때 시를 사랑하고 조각에 심취해 시인이나 예술가를 꿈꾸었던 저자였지만, 지금은 동물행동학 권위자인 과학자가 되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과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아름다운 삶의 본질에 대해…….

이 책은 인간 사회에 대한 성찰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듯 닮은 동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엮어서 얘기한다. 결국 우리 인간도 동물의 한 종(種)이니까. 누군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고, 그렇게 알게 되면 결국 사랑하게 되는 것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동물들의 습성과 생활방식 속에서 인간을 되돌아볼 줄 알고 생명의 아름다움을 경탄하다 보면, 저자의 바람대로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