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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49

   
최은진의 BOOK소리 49
우리가 꿈꾸던 마을이 펼쳐지고 있다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

◎ 저자 : 박재동, 김이준수 / 출판사 : 샨티 / 정가 : 14,500원


‘마을’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낯설어진 요즘이다. 아이들에겐 마을보단 ‘단지’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해졌다. 집은 이제 “사는living 곳”이 아닌 “사는 buying 것”으로 이름따라 의미조차 바꿔버린 지 오래다. 이런 세상에서, 대문을 열고 골목으로 나와서 혹은 마을의 공유 공간에 모여서 함께‘놀고, 먹고, 모이고 협동하고, 말하고, 예술하고, 교육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서 서울시 마을공동체 담당관에서 기획하고 박재동, 김이준수가 생동감 있는 글과 그림으로 엮어서 만든 책.

회색도시의 대표 서울과 그 안에 담긴 마을이 만나 공동체를 이룬 모습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함께 노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공동육아체 “파크리오맘”. 마을을 놀이터로 만들어 아이들 놀게 하려다 어른들도 함께 놀게 된 성미산 마을. “따로 또 같이 살기‘의 셰어하우스를 통해 새로운 가족이 탄생한 은실이네 이야기. "연대"와 "협동"으로 에너지 비만 퇴출에 힘써 삶의 에너지가 넘치는 성대골 이야기. 너와 나, 우리가 마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들려주며 서로의 존재에 기대는 "도봉N". 아이를 안고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 모든 주민이 앵커인 성북마을방송국 "와보숑" ​. 평범한 골목길을 예술을 찬양하는 길로 탈바꿈 한 "예찬길 마을공동체". 우리 마을에서 아시아를 만날 수 있는 결혼이주 여성들의 기업 “마을무지개”.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마을에는 다른 듯 닮은 점이 있다. 거기엔 혼자만 잘 살면 된다는 발버둥이 없고 일등만이 목표가 된 아이들이 없다. 관계와 소통의 소중함이 함께하는 음식에, 신문에, 방송에, 교육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물론 여기서도 끊임없이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들은 분명 남아있다. 그러나 여기서 보여주는 마을에서는 최소한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갈등을 함께, 고민도 함께, 문제점도 함께한다. 책에 등장하는 마을이 내가 꿈꾸는 마을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럼 어떠랴? 우리는 또 우리만의 마을을 꿈꾸고 상상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