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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47

   
최은진의 BOOK소리 47
우린 짐승으로 살고자 태어나진 않았다!
이것이 인간인가-아우슈비츠 생존작가의 기록

◎ 저자 : 프리모 레비/ 출판사 : 돌베개/ 정가 : 12,000원


이탈리아의 화학자이자 작가이며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 그 10개월간의 생생한 체험을 기록했다. 과장도 가식도 없다. 보고 듣고 체험한 것만을 냉정하고 엄숙하게 얘기한다.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여기서 그들은 나치들뿐만 아니라 수용소에 감금되었던 유대인을 포한한 모든 수감인들, 극도의 절망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던 모든 사람을 말한다.

“꼭 살아남아 우리가 목격하고 참아낸 일들을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지”, “내 동료들과 나 자신에게서 사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겠다는 의지”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그는 말한다.

“이 삶은 생존을 위한 투쟁 상태에 놓인 인간이라는 동물의 행동에서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이 무엇인지 입증하기 위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실험장” 이라는 그는 단지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고 했다.

나치는 가스실로 내려 보낼 유대인을 카드로 결정하고 가스실 카드를 선택한 사람에겐 ‘두 배의 죽’을 배급했다. ‘치글러’라는 유대인이 죽 그릇을 들고 자신이 두 배의 죽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호소한다. 담당자는 확인해본 후 그에게 정확히 두 배를 떠 주고, 다른 수인들이 말없이 지켜보는 동안 그는 그 죽을 먹어치운다. 그야말로 “인간이 다른 인간의 눈엔 하나의 사물일 뿐인 시절”이었다.

수용소 시절부터 구상되고 계획되었다는 이 책은 인간의 깊은 본성에 관한 의문에 완벽하게 답을 해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격앙된 감정의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지만 책을 읽는 우리는 점점 인간 잔혹성의 밑바닥을 보면서 감정이 격앙된다. 이성적이고 차가운 접근 태도로 그 잔학성을 고발했고, 내적 해방을 위해 이 글을 썼다는 그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이 초래한 참극을 고발하고 다시금 찾아올 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선 폭력이 계속되고 있고, 어떤 형태로든 억압과 비인간적인 현실이 존재하고 있으니 정말 이것이 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