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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40

   
최은진의 BOOK소리 40
가면이 벗겨진 민낯의 유명인들
위대하거나 사기꾼이거나
◎ 저자 : 폴 존슨 / 출판사 : 이마고 / 정가 : 15,000원


전기작가인 폴 존슨이 100명의 유명인들을 사적인 만남이나 실화를 통해 풀어놓은 20세기 인물 오디세이이다. 언론인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통찰력과 비판력이 돋보인다. “피카소는 내가 실제로 만났던 사람 중 가장 사악한 사람이었다!”는 충격적인 말로 놀라게 한다. 그를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화가이자 그 당시 악당들의 해악을 모두 합해도 그가 예술에 끼친 해악을 따라올 수 없다는 독설을 날렸다. 하지만 <게르니카>를 그릴려고 의도적으로 두 여자를 작업실 바닥에서 싸우게 했다는 일화를 보며 피카소가 이전보다 더 좋아진 건 왜인지 모르겠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열정 넘치는 보라색 눈으로 주변을 홀리는’ 인물, 딜런 토머스를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인 구걸 편지의 대가”,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언론과의 관계, 섹스를 포기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남자를 보는 눈이 없었”던 인물, 토니 블레어는 “독서를 거의 하지 않았다. 총리로서의 양심은 있어서 신문은 훑어보는”사람이라며 대놓고 독설을 날린다.

험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르트르에겐 ‘지식인, 특히나 좌파 지식인답지 않게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란 찬사를 보냈고, 그가 대학 다닐 때 여학생들을 유혹하기 가장 쉬운 날은 C.S 루이스의 강의가 있는 날 저녁이라고 할 만큼 최고의 강의로 평가했다. 시대를 만난 지도자로 칭하며 많은 지면을 할애한 마거릿 대처에 대해서 폴 존슨은 할 말이 많다. 평소에 헤어스타일에 민감한 그녀의 머리를 바람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했던 일화는 읽는 순간 웃음이 나온다. 많은 영국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마거릿 대처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는 여자였다.

간결하고 생생한 인물묘사가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깊이있게 다뤄진다. 우리는 쉽게 하지 못하는 독설을, 그것도 유명인을 향해, 거침없는 날리는 그를 보며 가슴이 한 구석 시원해지는 건 왜일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가 독설을 날리는 사람은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