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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ogether/공동생활가정 ‘해솔’(원장 손성숙)

   
▲ 원장(해솔지기) 손성숙
Life Together/공동생활가정 ‘해솔’(원장 손성숙)

구를 수 있고 콧물 닦을 수 있으면 자립 가능
우리나라 모든 장애아에게 도움 되는 삶이 꿈

“‘해솔’은 ‘해처럼 밝고 소나무처럼 강하고 푸르러라’의 줄임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그래서 저를 ‘해솔지기’라고도 부릅니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던 학창시절 우연히 대구 모 특수학교에서 장애아들을 지도하는 교사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마 그때 저의 미래가 결정된 것 같습니다.”
지난 1990년 과천에서 시작된 손성숙 원장과 장애아들과의 인연은 서울 문정동을 거쳐 분당 이매동으로 이어졌고 이웃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지난 2007년 이곳 처인구 모현면 파담로 149번길 23-11로 이어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간이 수영장에서 물놀이
손 원장은 “도심 아파트촌에서 지내는 장애아들의 생활은 이웃 눈치 보기의 연속이었고 점점 커가는 아이들을 해솔처럼 키우기 위해 눈치 보지 않고 지낼만한 곳을 찾았다”며 “광주 언저리에서 장소를 물색했는데 어느새 경계를 넘어 용인에 둥지를 틀었다”고 말했다.
해솔은 용인에서는 유일하게 개인이 운영하는 공동생활가정(그룹 홈)으로 많을 때는 여덟 명의 중증(1~2급) 뇌 병변 아이들이 함께 했지만 부모님들의 이사 등 가정사로 현재는 네 아이가 함께하고 있다.
집 밖에서는 평범한 가정처럼 보일 정도로 평온하지만 집 안에서는 아직 걷지 못하는 유아 넷이 있는 가정과 흡사하다. 모두 의지는 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불편한 일상생활, 즉 식사, 용변 등 개인적인 생활부터 각종 예·체능을 경험하게 한 뒤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준다. 학교 교육도 극성이라 불릴 만큼 적극적이며, 행동수정과 특수체육, 물리작업치료 등 재활에도 적극적이다.
   
▲ 간이 수영장에서 물놀이
월 1회 열리는 작은 캠프는 주위 재가 장애아동들이 더 좋아한다. 집에만 있어서 생겼던 스트레스를 풀어 보라고 손 원장이 모두 초대하기 때문이다.
그 외 꿈여울야구단이란 체육활동이나 음악과 공연이 이루어지는 해솔제는 장애·비장애아동들이 함께하는 대단위 동네 축제다.
이들의 엄마가 된지 어언 20여년, 기저귀 갈아주며 키웠던 아이가 어느새 어른이 됐다. 의지가 강했던 몇 몇 아이들이 지금도 전화를 걸어 키워준 엄마를 즐겁게 하고 서글프게도 한다.
조 아무개씨는 삼육학교를 나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진로를 상담하고 있다.
왼쪽 손가락만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남 아무개씨는 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장애인시인으로 등단,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장애인자립센터에서 강의하고 있다.
박 아무개군은 일반학교 특수반에서 공부하고 독학으로 재수한 끝에 현재 장로교신학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졸업 후 진로를 걱정하고 있다.
손 원장의 아이들에 대한 지도는 혹독하다. 본인이 움직여서 할 수 있는 것은 될 수 있으면 도와주지 않고 직접 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다 보니 아픈 마음을 많이도 참는다.
손 원장은 “도와주다보면 의지하는 마음이 생겨서 할 수 있는 행동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독 하리 만치 혹독하면 훗날 고마워하지만 그들을 가족처럼 받아줄 수 없는 현실을 볼 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모든 기업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직원을 원하기 때문이다.
   
▲ 해솔식구와 친구들이 포즈를
현재 뇌 병변장애아동 전문 물리치료사며 사회복지사, 장애아동 행동분석 및 행동수정 전문가인 손 원장은 장애인인권강사와 학교폭력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게 제 마음을 전달하면 좀 더 넓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공부하고 있다”며 “여기서 우리 아이들이란 모현면에 같이 살고 있는 아이들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며 의지를 키우는 모든 아이들을 일컬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