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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상시인이 추천하는 엄마들이 읽어야 할 영어동화

Leo Late Bloomer -늦되는 아이 레오 / BY ROBERT KRAUS ●PICTURES BY JOSE ARUEGO

<엄마들이 읽어야 할 영어동화>

   
Leo Late Bloomer(늦되는 아이 레오) / BY ROBERT KRAUS ●PICTURES BY JOSE ARUEGO

 

“Leo is just a late bloomer” 단지 레오는 늦되는 아이일 뿐이야


제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엄마들의 동화모임’활동을 이해 못했습니다. “애들은 애들 책 읽고 엄마들은 엄마책 읽어야지” 이렇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제가 아이를 낳고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동화책이야말로 엄마를 위한 책이라고 말입니다.

‘아이를 키운다.’ 이 말은 옳은 표현이 아닐지 모릅니다. 아이는 저절로 자랍니다. 엄마는 보호자로서 단지 보호할 뿐입니다. 내 아이가 뭘 요구하는지, 위험하지는 않은지……늘‘아이를 본다’는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합니다. 그러나 엄마들이 아이를 그저 보기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소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온갖 수고를 자초합니다. 지나친 간섭이 오히려 아이와 엄마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아이의 영어 교육을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영어 동화 읽기를 권합니다. 영어 동화책은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저는 영어 동화책을 읽으면서 아이보다 제가 더 행복했습니다. 영어 동화책은 제게 육아서였으며, 영어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해주었고, 아이들은 독후 활동을 통해 미술, 글쓰기 교육이 따로 필요치 않았습니다. 영어 동화는 일석삼조를 넘어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제가 첫 번째 소개하는 책은 로버트 크라우스( R. Kraus 1925-2001 )의『Leo the Late Bloomer』입니다. 이 동화는 제가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책입니다. 왜냐하면 제 큰딸이 여기 레오와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지요. 레오는 순한 아기 호랑이입니다. 호랑이가 꽃밭에서 놀고 있으니 용맹함과도 거리가 멉니다. 레오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습니다.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릅니다. 못한다고 하는 것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를 말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읽고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데 레오는 아직 아무것도 못합니다. 이런 상태라면 부모님은 걱정할 수밖에 없겠지요. 레오 아빠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 What's the matter with Leo?” 도대체 레오가 무슨 문제가 있냐? 엄마에게 묻지요. 그렇지만 엄마는 오로지 “ Nothing” 한마디뿐입니다. 그리고 말하죠. “Leo is just a late bloomer.(단지 레오는 늦되는 아이일 뿐이야)” 엄마는 절대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그림 속에 아빠의 행동을 보면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불안한 아빠는 늘 레오를 주시합니다. TV를 보면서도, 토끼사냥을 하면서도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지요. 매일 스토커처럼 주시하던 아빠는 결국 또 엄마에게 묻지요 “Are you sure Leo's a bloomer? 레오가 늦되는 아이란 게 확실해?” 그러자 엄마는 아빠에게 단호히 말합니다. “Patience,” 그리고는 “A watched bloomer doesn't bloom (지켜보고 있으면 필 꽃도 못 핀다)” 라고 합니다.

제가 영어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것입니다. 하나의 맥심 같은 문장이 머리를 죽비처럼 때립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문학이란 구구절절 설교를 늘어놓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날 레오는 엄마의 믿음대로 활짝 꽃을 피웁니다. 그 어느 날은 언제일까요. 그날은 엄마 아빠 다른 누군가가 원하는 때가 아닌, 바로 레오 자신이 원하는(his own good time) 때입니다. 꽃은 누가 재촉한다고 피지 않습니다. 봉오리를 강제로 열어젖히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입고 상해버리겠지요. 지금 우리 사회가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꿈 꿀 수 있는 시간조차 기다려주지 않고 소몰이처럼 무작정 몰고 가는 것이 아닐 런지요. 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때를 알고 입지를 세운 레오는 이전의 레오가 아닙니다.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합니다.

   
엄마는 내 아이가 어떤 아이란 걸 모를 리 없습니다. 영민한지, 급한지, 느린지, 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을 뿐입니다. 엄마가 원하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요.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은 믿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임을 누구도 모르지 않습니다. 작가 자신도 아이를 다 키워놓고 늦게 이 책을 썼습니다. 그도 ‘Patience,인내력’이야말로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며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겠죠.

저 또한 레오를 만나지 못했다면 느려터진 큰딸과 불협화음속에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다행히 저희 모녀는 레오를 사랑했고 저는 레오 엄마처럼 딸에게 “너는 레오처럼 대기만성 스타일이야”얘기 해주었답니다.‘엄마’와 ‘Patience’는 동의어입니다. 아이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남과 비교하며 우리 인생을 낭비하다 삶을 마감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동화는 앞서간 고인이 된 할아버지께서 우리 젊은 엄마들을 향해 충고하는 것이라 저는 믿고 있습니다. 늦되는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이 책을 꼭 읽고 레오 엄마처럼 행복하시길…….



   
이미상 시인은 2007년 계간『불교문예』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여행 산문집『어디든 멀리 가고 싶은 너에게』를 냈고, 현재 용인과 성남 분당 지역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동화 읽기’를 지도하고 있다.
**** 작가의 다른 책 ****

1 Whose Mouse Are you?
2 Where are you going Little Mouse?
3 Come and Out and play, Little Mouse
4 Mouse in Love
5 Mort the S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