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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예식장 무용 이대로 좋은가?

전·현직 시장, 고위 공무원 자녀 결혼식 전무

 

   
▲ 시민예식장 합동결혼식

 

 

최근 들어 작은 결혼식 문화에 대한 사회적 운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부분 평생 한 번하는 결혼식이기 때문에 뭔가 특별함을 원하고 있지만, 허례허식보다 실리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의식을 반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나 상류층 사회에서는 비싼 호텔 결혼식을 선호한다. 상징적으로 예비 신랑 신부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정상급 연예인들의 초호화 결혼식 문화를 보자. 다분히 결혼식 문화의 양극화 현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남의 나라 결혼식 풍경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결혼식을 앞둔 상류층이나 중산층 부모와 자녀들 모두 적잖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결혼식을 하려면 먼저 예식장과 예물, 그리고 신혼집과 신혼여행에 이르기 까지 신경 써야 될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행히 신랑신부와 양가 부모 합의하에 소박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적 눈초리를 의식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혼주나 신랑신부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고자 하는 과시욕, 또는 결혼 축의금을 챙기는 전략적이고 합법적인 경제적 행위로 전락한 우리사회의 결혼식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 전제로는 먼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참에 건축비로 치면 수천억 원대가 투입되어 호화청사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용인시청사 내의 시민(市民)예식장이 왜 서민(庶民)예식장이라는 인식을 받고 있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올해 시민예식장 이용건수 월 평균 2.5건

지난 해 용인 시민예식장 이용 건수는 총 43건. 올해는 12월 예약까지 합쳐 총 30건에 불과하다. 월 평균 2.5건에 불과하다.

시민예식장은 2009년부터 인터넷을 통한 예약제로 운영중이다. 2007년 당초 2억 5000만원을 들여 시청사 공간을 개조해 만든 시민 예식장. 처음부터 언론과 시의회 의원들의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았다. 선심성 행정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당시 신임 서정석 시장은 행정타운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목적을 내세워 강행했다. 큰 취지로 보면 공감할 수 있는 사업임에 틀림없었다. 다만 행정기관에서 정상적으로 예식장을 운영할 수 있는냐가 관건이었다.

현실적으로는 무료 대관을 하다 보니 처음엔 서민층 호응을 받기에 충분했다. 취약 계층의 합동결혼식, 또는 다문화 결혼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성 결혼식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에게는 서민 예식장을 낙인이 찍힌 꼴이 됐다. 결국 시민예식장의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성이 문제로 떠올랐다. 취약 계층 우선이라는 내부 방침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리기 또한 힘든 점이 있지만, 애당초 시민예식장 건립 취지였기 때문에 담당부서 역시 무시하긴 힘든 상황이다.
시는 현재 예식장과 신부대기실, 폐백실, 꽃길, 접수대, 방명록, 폐백 의상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음식 등 외부 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운영이 힘든 시스템이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일사천리 결혼식을 대행하는 일반 예식장에 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서민예식장이라는 인식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에너지 효율성 등을 이유로 시청사에 냉방을 하지 못한다는 청사관리 문제점도 있다. 호화청사라고 불리는 시청사에서 너무 더워서 업무조차 제대로 못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


전·현직 시장 자녀들도…시청 공무원 자녀들도 외면

안타까운 것은 시청 공무원들조차 “시민예식장은 왠지 좀 꺼려진다… 그래도 평생 한 번하는 결혼식인데……”. 이 같은 현상은 다른 공조직 구성원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출신 조직의 관할 예식장을 선호한다. 그만큼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시민예식장을 도입했던 서정석 전 시장은 군 출신이었던 탓인지 자녀 결혼식은 서울에 있는 군 관련시설에서 했다. 또 김학규 현 시장은 출신 지역인 기흥에서 자녀 결혼식을 시켰다. 물론 단체장이 시청사내에 있는 시민예식장에서 자녀의 결혼식을 할 경우 공개적으로 오픈되기 때문에 적잖은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지난 6년간 현직 공무원들은 텅텅 비어 있는 시민예식장에서 자녀 결혼식을 시킨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고작 최근 전직 국·과장 출신 각각 1명이 시민예식장을 이용했을 뿐이다. 다행히 현직 과장 1명이 예약을 한 상태라고 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계약직까지 포함해 2500여명에 달하는 용인시 공무원 중 1년 동안 결혼식을 하는 남녀 공무원들이 부지기수임에도 시민예식장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청 조직이 늘어나면서 예비 신랑신부도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도 시청 공무원들이 시민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했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시민예식장이 아니라 서민예식장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평생 한번 하는 결혼식이니 분명 중요하다. 그렇다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청사 안에 있는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결국 시민예식장을 운영하는 행정기관부터 운영의 묘를 달리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정말 행정타운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싶다면, 시민들이 경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직자들의 자녀와 젊은 공무원들, 그리고 사회지도층과 유명 인사들의 결혼식을 주선해야 한다.

기존의 일부 결혼식장들의 반발도 있겠지만, 단지 시민예식장 때문에 영업이익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용인지역에도 수많은 결혼식장이 있고, 한해도 수만 쌍이 결혼식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권자들의 표를 먹고사는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이 자연스럽게 결혼식을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가 될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오히려 시민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치열한 예약 경쟁은 물론 이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날이 올수도 있다.


##시민예식장 월별 이용건수 도표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