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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용인 용인 용인아!

<용인연합신문 발행·편집인 민병국>


용인 시민들은 순수한 애향심의 발로에서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이들의 분노는 누구의 잘잘못에 대한 질타나 비난이 아닌 용인의 답답한 현실과 정체성의 벽을 향해 지르는 고함이다.
요즘 거리마다 나부끼는 플래카드를 보면 착잡한 마음을 더욱 금할 수 없다. 왜 용인땅에서 인근 자치단체를 규탄하는 선정적인 문구가 우리들의 마음을 옥죄어야 하는지. 다행히 구속 수감중인 윤병희 시장이 항소심 선고이후 사퇴의사를 밝혀 지루한 행정공백의 돌파구가 보이는 듯 하다. 그러나 핫 이슈로 떠오르는 용인시장 보궐선거 역시 복마전일 수밖에 없을 듯 싶어 또 한바탕 굿거리가 벌어질 판이다.
“시장이 없으니 그런 거야. 힘이 없으니 무시하고 깔보는 것 아니겠어?”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었던 말이다. 원인과 결과는 어떻든 간에 용인 공직사회와 지역정가에 번진 불신의 벽은 너무 높기만 하다. 자치단체가 구심점이 없을 때는 시민들의 응집력은 물론 행정 신뢰도까지 땅바닥에 추락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껴봤다.
그럼에도 우리 용인시는 타 자치단체와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중핵도시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결국 爾?1년간의 불행은 10년 이상을 버금가는 손실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용인을 일컬어‘작은 국가’라고 말한다. 10여 개에 달하는 대학교, 세계 굴지의 삼성반도체, 전략요충지인 군사령부, 한국민속촌, 세계10대 위락시설로 손꼽히는 에버랜드, 20여개의 골프장 등 사회·교육·군사·문화·기업 등 어느 것 하나 빠진 것 없이 용인에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천혜의 자연환경은 어느 자치단체장인들 탐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용인의 자치단체장이 될 사람은 큰 영광을 얻는 것이면서도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용인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바로 시민들이 누리는 특혜중의 특혜다. 그런데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이뤄지고 있는 무분별한 개발을 방관·방조하는 용인의 현실을 보면 가슴이 메어진다. 소시민들의 생각도 그럴진데 전문가들이 볼 때는 어떻겠는가? 얼마전 우리 용인연합신문에 게재된 최창조 전 서울대교수의 말이 가슴을 찌른다.
"얼마전 헬리콥터를 타고 경기도 용인 일대를 저공으로 날아 본적이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용인의 산야는 기계충 걸린 아이의 머리처럼 곳곳이 구멍 뚫린 민둥산 천지였다. 그 모습은 충격을 넘어 두려운 ♣潔駭?"
그의 말처럼 정말 두려움을 느껴야 할 때다. 개발지상주의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스스로 포기하는 문화 향유권도 이젠 되찾아야 한다. 위정자들의 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시민스스로의 권리를 인정해 나가야 한다. 바로 지자제의 근본일수 있는 주인정신을 되찾자는 얘기다.
불행한 일이지만 민선2기 출범과 동시에 좌초되고 말았던 용인은 이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 벌써부터 몇몇 선량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왜 시민들이 무관심 내지는 인물난에 봉착해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나간 일년동안 각종 공직비리 사건들을 접하면서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기보다 안정 제일주의로 몸을 사려온 지역 내 기득권 층과 그들이 형성하고있는 두터운 보수의 벽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윤시장이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참으로 지리한 시간을 끌어왔다. 이번 사퇴시기를 놓고 시민들의 반응 역시 다양하게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비난과 동정론이 교차하고 있지만, 어쨌든 용인의 초대 민선군수와 시장으로서 용인의 작은 역사를 만들었음은 분명하다.
윤시장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겠지만 또다시 이런 불행을 맞이해서는 안된다. 결국 시민전체의 불행으로 종결된 이번 사건이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변화와 자성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시민들은 누가 시장이 되든지 사실상 큰 관심이 없다. 살기 좋은 용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시민들은 누가 더 용인을 이해하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가를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이제는 작은 국가 용인을 당리당략에 떠 넘겨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수원시나 중앙정부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이나 수모로 시민들을분노하게 해서도 안 된다.
특히 용인 역사의 징검다리가 누구의 몫이 되든지, 자치의 참뜻을 왜곡하고 후퇴시켜 선량한 용인시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