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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나좀 먹여살려달라고 뽑아줬더니…

 

[용인신문] 만년의 공자가 쓴 춘추春秋는 약 1만 6000여 자의 기록으로 중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편년체編年體 사서史書다. 이 책은 세 권의 해설서를 갖는데 좌구명이 쓴 춘추좌씨전, 공양고가 쓴 춘추공양전, 곡량적이 쓴 춘추곡량전이다. 이를 춘추삼전이라 한다.

 

공양전과 곡량전은 애공 12년까지의 기록이고, 춘추좌씨전은 애공 14년까지의 기록이다. 이런 차이는 공자주유철환이후 28세에 입문한(이본엔 25세 입문이라 함) 스승보다 44세 어린 제자 복상卜相자하子夏가 춘추를 제자 곡량적에게 가르치면서 애공 12년조 까지만 가르친 탓이다. 곡량적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인 자하의 문도로 자하에게서 춘추를 배워 공자의 춘추를 최초로 의義의 관점에서 해석해낸 인물이다.

 

권력을 틀어쥐고, 그른 것을 숨긴 자는 그 죄가 도망할 곳이 없게 했으며, 백성들을 가난하게 하고 저들만 호위호식하는 군주는 그 이름이 숨을 곳이 없게 했다. 이처럼 춘추곡량전의 해석은 공자가 지은 노나라의 군주들의 행적을 밝히는가 하면 역사를 보는 안목을 의義의 관점에서 보도록 해석을 한 것이다. 공자작춘추설孔子作春秋說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맹자다. 맹자 등문공장구하9-7.8문장의 기록은 이렇다. 세상이 쇠하고 도가 미약해지자 부정한 학설과 포악한 행실이 또 일어나 신하로서 임금을 시해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자식으로서 아비를 죽이는 자도 나타나게 되었다. 공자께서 이를 우려하여 춘추를 지으니 춘추는 천자의 일이다.

 

공자의 춘추필법은 “난신적자에게 두려움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난신적자가 득세하면 가진 자는 더 부해지지만 가난한 백성은 도탄에 빠진다 했다. 남송南宋의 학자 동래東萊 여조겸呂祖謙의 말이다. 고래로 난신적자가 충만한 세상에서는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왜냐, 국민은 굶어도 저들을 먹여 살려야 할 국민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막힐 일이 또 있으랴. 나 좀 먹여 살려 달라고 뽑아 줬더니, 되려 저놈을 먹여 살리느라 등골이 휜다면 이것이 곧 난신적자가 득세하는 세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