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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우농의 세설

[용인신문]

<우농의 세설>

 

 

일기이경지서一奇二經之書

 

오래된 미래라는 앞 전시대의 인류에는 늘 세 개의 금서가 있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갈아치워라는 역성혁명易姓革命의 맹자孟子책이 그중 하나요, 도둑질을 가르치고 상관을 죽이며 난을 일으킨다는 회도범상작란지서誨盜犯上作亂之書의 수호지水滸志 책이 그중 하나요, 노비도 읽고 나면 왕후장상이 된다는 노비독후奴婢讀後 왕후장상지서王侯將相之書의 대학大學 책이 그중 하나다. 이를 일기이경지서一奇二經之書라한다.

한권의 기서와 두권의 경전이라는 말이다. 이 책들은 모두 군주의 정치적 역량이 모자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책들로 때를 만나면 나라도 세울 수 있는 뒷심을 가진 책들임에는 분명하다. 수호지를 읽고 나라를 세운 인물이 인류에 둘 있는데 청나라를 세운 멧돼지 가죽이라는 이름을 가진 누르하치. 중국건국의 아버지 빛이 지목한 아들이라는 뜻의 모택동이 그다.

맹자 책을 읽고 나라를 세운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도 명 태조 주원장을 비껴갈순 없으리라. 그에게 있어서 맹자 책은 두 개의 판본으로 전해지는데 황제로 등극하기 이전의 맹자 책과 황제 등극 이후의 맹자 책이 그것이다. 15세 때부터 읽기 시작했다는 맹자 책에서 군주를 갈아치워 천하를 거머쥐는 꿈을 키웠는가 하면 황제가 된 이후에는 맹자 책의 껄끄러운 부분을 모두 삭제한 맹자절문 제하의 책을 개작하기도 했다. 그만큼 맹자 책은 양날의 검과 같은 면을 함의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학 책을 읽고 나라를 창업한 인물이 송태조 조광윤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로 요약되는 대학 책은 개인에게 있어서는 수신서요, 목민관에게 있어서는 위민서요, 정치가에 있어서는 평천하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성인 공자 이후 수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수호지나 맹자 책은 여전히 읽기에 따라서 호불호가 있다. 그에 반해 대학 책은 사람이라면 한번은 읽고가야 하는 책이라는게 세인의 평이다.

정자가 말한다<程子曰>. 대학을 읽으매<讀大學> 읽기 전 어떤 사람이<未讀時是此等人> 읽은 후에도 같은 사람이라면<讀了後又只是此等人> 그는 대학을 읽지 않은 것이다<便是不曾讀大學>. 그 중심에는 마음이 있다. 이를 이수광李睟光은 견월사見月詞에서 소견동일월所見同一月 인정자수시人情自殊視라 했다. 보는 것은 똑같은 달인데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것이라 했다<지봉선생집芝峯先生集권16 속조천록續朝天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