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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의사들이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용인신문] 방덕龐德은 위魏 나라 장수로 전쟁터에 관을 끌고 다니는 것으로 이름이 꽤나 알려진 자이다. 적장을 베어 관에 넣어서 돌아오겠다는 아주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자신에 찬, 그러나 그저 싸움만 잘하고 소양이 부족한 졸장일 뿐이다<적장의 목을 베되 그 죽음을 모욕하거나 폄훼하지 말라. 중국 전국 시대戦国時代 진秦나라 장군 왕전王翦의 말이다>.

 

그런 그가 촉蜀나라 장수 미염공운장관우와 전장에 임 할 때에도 역시 관우 키에 맞는 관을 짜서 한쪽 손으로 관을 높이 쳐들고는 다른 한 손으로는 긴 칼을 휘두르며 관우를 향해 돌진한다. 관짝을 들고 다닌다는 방덕의 이런 치기 어린 모습을 어처구니없이 바라보던 관우는 적군의 진중에서 누가 쏜지도 모르는 느닷없이 날아온 독화살이 왼쪽 어깨쯤에 명중한다. 벼락같은 일이라 손 쓸 틈이 없었다. 독은 순식간에 퍼져 몸을 가누기도 힘들 지경이 됐다. 응급조치는 했으나 백약이 무효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전쟁 중이다. 이렇게 사나흘이 지난 새벽녘 청낭靑囊을 메고 찾아온 괴짜 늙은이가 있었는데 패국沛國 초군譙郡 사람으로 화타華타佗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관우의 독화살 맞은 어깨를 고치겠다 하니, 혹시 적군의 첩자가 아닐까 막하 장수들의 생각은 대동소이 했다. 관우의 양아들 관평이 길길이 뛰며 막으니 화타가 말한다.

 

“의원은 사람을 보지 않으며 환경과 처지를 따지지 않고 오직 환자의 환부만을 봅니다. 그러니 안심하십시오.” 아픈 몸에도 춘추책을 읽으며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던 관우가 말한다. “제하자는 유규무언하라, 천하의 의원이 어찌 환자를 두고 두 마음을 품겠는가.” 그러고는 의원께 몸을 맡기며 말한다. “의원님께서는 의원의 일을 하시면 됩니다.” 삼국지 권29 방기전과 화타별전華佗別傳에 나오는 얘기다.

 

여기서 저 유명한 괄골편능제전독刮骨便能除箭毒이라는 말이 나온다. ‘뼈를 긁어 독화살의 독을 능히 없앤다.’는 말로 뼈를 긁어내는 의사나 당사자인 환자나 모두가 고통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살이에는 “사람이 사람한테 그러면 안 되지.”라는, 뭔진 모르지만 어떤 도리道理가 있다. 의원 화타는 당시 소속이 적국인 조조의 사람이다. 그럼에도 관우의 수술을 볼모로 잡고 뭘 요구하지도 않았다. 고래로 제생의세濟生醫世라 했다. 저자거리의 백성을 건지고 병든 세상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아니라고 하겠지만 하필 이때 집단시위하는 의사들은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