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종합

“여성 간부공직자 제 역할 못 한다”

여성특별시·태교도시 등 여성친화 정책 의욕적 추진 '뒷받침 미흡'
진취적 일처리 하위직과 비교… 행정과·여성정책부서에 일침 지적

   
‘여성특별시’와 태교도시 등 여성친화적 정책을 펼쳐오던 정찬민 용인시장이 여성 간부공무원들을 향해 ‘제 역할을 못 한다’며 강도 높은 발언을 해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직사회는 정 시장 취임직후 전격적으로 임명한 용인시 최초의 여성 행정과장과 여성정책 부서 등의 업무추진에 대한 실망이 표출됐다는 평이다. 이들 여성 간부공직자들에 대한 공직 내·외부 평가가 반영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시 공직사회에 따르면 정 시장은 지난 9일 시 간부공무원을 비롯해 산하기관 관계자 등이 모인 간부회의에서 5급 이상 여성 간부공무원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다.

정 시장은 이날 “애초 구청 3곳 모두 여자 구청장으로 앉히려 했다. 간부 공무원의 절반 가량을 여성 공무원으로 채우고, 주요 보직도 맡기려 했다”며 취임 이후 시정 운영 구상에 대해 털어놨다.

이어 “6급 이하 여성 공무원들 중에는 눈에 띌 정도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간부급에서는 마땅찮다. 간부 여성 공무원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며 “여성 간부들이 진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해 달라. 역량을 키워 후임 여성 간부를 이끌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질책했다.

공직사회는 우선 차기 여성서기관 후보 0순위로 꼽히는 행정과장과 여성특별시 및 태교도시 등 여성정책부서장에 대한 표적발언이라는 분석이다.

공직사회에 따르면 행정과는 대·내외적 업무능력에서 역대 행정과장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여성특별시’ 등 정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여성관련 정책을 맡고 있는 여성가족과의 경우 업무 추진과정에서 시장의 의중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최초의 여성행정과장으로 임명 당시 여성특유의 섬세함 등 매끄러운 업무추진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행정부서의 역량이 약화된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한 고위 공직자에 따르면 정 시장은 임명 후 7개월 여 만에 사석에서 “앞으로 여성 행정과장은 안 되겠다”며 교체의지를 내비쳤지만, 최초의 여성행정과장이라는 상징성과 대표성 등을 감안해 인사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전언이다.

공직자들은 “A 사무관이 그동안 행정부서에 근무하지 않았기에 부서 업무에 대해 모를 수는 있다”며 “하지만,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진언은 듣지 않고 (본인의)주장만 내세우는 경향으로 인해 직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시 유관기관 측 평가도 다르지 않다.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A 과장의 경우 일을 잘한다 또는 못한다는 평가보다는 업무를 모르고 있다는 평이 맞을 것”이라며 “공직 특성상 행정과가 갖고 있는 상징성 측면에서 볼 때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1년 여간 지켜본 결과 업무 처리가 미숙한 점을 발견하고 자신의 시정 운영 구상과 현실적 괴리감이 있음을 알린 것”이라며 “중책의 보직에 맞는 맞는 리더십과 개인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퇴출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공직자는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돼 온 ‘여성공직사회 라인 형성’ 등 줄세우기식 직장문화에 대한 경고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도 업무에 대한 이해 및 충실도보다 이 같은 타성에 젖어 있는 여성 간부공직자들에 대한 일갈”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복수의 행정과 관계자는 정 시장의 발언과 관련 “여성특별시에 걸맞은 조직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라며 특정 여성공직자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시 인사팀 관계자는 “시는 공직사회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여성 간부 공무원 확대를 위한 합리적인 인사 개선안 마련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용인시 5급 이상 여성 간부 공무원은 전체 5급 이상 124명 가운데 17명으로 13.7%에 불과하다. 이는 경기도 31개 시·군 평균(12.5%)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안양시(20.6%), 광명시(20%) 등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