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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칼럼/오바마와 미국의 ‘정신’

민학기 변호사

우리는 신미양요를 통해 미국과 처음으로 접촉한 이래 제2차 세계대전, 남북분단, 한국동란, 베트남 참전,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거치면서 미국에 대한 정서가 친미, 반미 등으로 복잡하게 형성되었다. 미국에 대한 감정이 어떠하든 우리는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있는 미국의 저력을 생각해 본다.

오바마는 4년 전까지만 해도 백악관을 향한 주자로는 예상할 수 없었던 거의 무명정치인이나 다름없었고 ‘오사모’와 같은 정치조직도 없었다. 그런데 오바마의 단 한 번의 연설에 미국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4년 후 공화당 매케인 후보를 꺾고 마침내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다.

오바마는 백인도 아니다. 유년기를 미국,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하면서 미국과 다른 가치관을 경험하였다. 서민들과 함께한 시민운동경력 때문에 좌파분자라고 매도당할 만큼 자본주의에 몰입한 것도 아니다. 크리스챤이기는 하지만 동성애에도 호의적이고 이슬람교까지 배척하지 않는다. 특히 이스라엘이 적대시하는 아랍권에도 적대적이지 않다는 점 등 미국의 전통적 지배계층과 견해의 차이를 보인다.

그가 대통령인 것은 흑인도, 젊음도, 천재도, 그리고 변호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정치세력간의 이합집산이나 후보단일화 등의 정치적 타협 또는 권모술수에 의한 것은 더욱 아니다. 그것이 신기하다. 미국의 힘은 거기에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부모의 신분, 출생과 성장과정, 학창생활, 변호사가 된 이후의 사회활동 등에서 오바마는 큰 차이가 있었다. 생각이 다르고, 이상이 다르더라도 미국인은 모두가 미국인이라는 점, 누구도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논리를 명백하게 설명한다. 오바마는 흑인이면서도 백인을 생각한다. 변호사이면서 서민의 고통을 생각한다. 크리스챤이면서 이슬람교까지 포용한다. 경제회생을 생각하면서도 기업의 사회기여를 강조한다.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오바마의 연설은 미국인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오바마 연설의 힘은 그 솔직함에 있다. 미국의 정신은 아마 그런 오바마의 솔직함, 포용력, 다양성을 통해 세계평화를 이루어내려는 휴머니즘을 선택한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인은 정치적 포장지에 매달리지 않는 것 같다. 어디 출신이니, 줄을 잘 섰느니, 돈을 잘 쓰느니 하는 겉포장 때문에 특정인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정치인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 생각을 어떻게 실천하였는지,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얼마나 철저한지를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오바마 신화 창조의 이면에는 ‘미국정신’이 웅크리고 있다.

“I will faithfully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성실하게 미국대통령직을 수행하겠습니다)를 “I will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faithfully”(미국대통령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겠습니다)라는 선서가 헌법위반이라는 지적에 재선서까지 한 오바마의 정직성이 우리에게 한갓 우스갯거리로 비쳐진다면, 정치인의 도덕성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